2020년 8월 중순쯤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부터 다시 시작된 소화불량이 8월 내내 나를 괴롭혔고 급기야 응급실을 찾아갈 만큼 심한 고통으로 다가와 결국 입원 치료까지 하기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참다못해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5일간 꼼짝을 못하고 각종 검사 등을 받아 가면서 힘든 시간을 그렇게 보냈어야 했다.
8월 초, 동네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 ‘대장내시경’ 검사하면서 발견한 선종(혹)이 좀 크다 해서 그곳에서는 할 수 없다며 대학병원을 추천하기에 담당 의사의 소견서 '특이사항없음'을 믿었고 간단하게 내시경을 통해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결과 대장암으로 판명되자 하는 수 없이 일어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소화가 한때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고 일상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평안을 찾아가는가 싶었는데 또다시 배변이 안 되고 배가 심하게 아파서 밤새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다가 어쩔 수 없이 강남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긴 밤을 보낸 후 다음 날에야 재입원을 하게 되는 형편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검사는 왜 그리도 많이 하는지? 위장에 문제가 있다 보니 호전될 때까지 물도 마시지 못하고 계속 금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CT, 엑스레이, 혈액, 심장초음파, 폐기능검사 等 수없이 반복되는 검사에 응하려니 몸이 지치고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먼저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그나마 보호자 1인은 허용이 되었으나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이곳은 그것마저도 전혀 불가하기에 나 혼자서 병실을 지키는 불편함은 아무래도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내인 이 권사가 곁에 있을 때는 말벗도 되어주고 온갖 편의를 다 돌보아 주어 편했는데 지금은 긴 시간을 나 혼자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다소 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주님을 더 가까이할 수 있고 무시로 기도할 수 있으니 오히려 어쩌면 유익한 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종양'이 크지않아 병원 측에서도 수술을 서두르지는 않는 것 같고 변비가 심해서 문제가 되는 '장폐색증'을 먼저 치료하고 난 후에 경과를 보아가면서 수술 날짜를 잡게 될 것으로 보아 진다.
그동안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정신없이 늘 바쁘게만 살았던 나였는데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이처럼 병원에 들어와 묶이게 되다 보니 답답한 점은 있지만 고요한 시간에 그동안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을 살피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지난 봄쯤, 일하면서 착오로 실수한 것 때문에 보상과정에서 한동안 고객에게 많이 시달렸고 끝내 회사에서 구상권이 청구되는 위기까지 내몰렸는데 보험영업을 하면서 그때 받은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가중된 것들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나름 유추해본다.
가까운 이웃으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정광호 장로님의 소개와 추천으로 이곳 병원에 입원한 지도 어느새 5일째를 맞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적의 의료기술을 갖춘 병원과 최고의 권위 있는 명의(대장암수술경험3천여회)를 담당 처치로 만나게 하신 것도 알고 보면 모두가 주님의 지극하시고 세심한 배려 하심이라고 여겨진다.
항상 나를 걱정해주고 의지가 되는 사랑하는 가족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지인들의 중보기도로 인하여 넉넉히 이겨내게 하시고 위기가 도리어 기회가 되며 고통이 변하여 기쁨이 되게 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삶의 짐을 내려놓고 이렇게라도 나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올려드린다.
이제 회복의 은혜를 주셔서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것을 사랑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며 더욱 겸손하게 살겠노라고 다짐하고 다짐을 해본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게 하시고 잘못된 부분을 깨닫게 하시고 고치셔서 새롭게 하시려는 주님의 지극하신 사랑에 모든 게 고맙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020.09.13 아침
- 병실을 홀로 지키며 -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