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김절랑
브금백과 '파괴를통한생성' 여시 고마워요~♡
그냥 갈거야?
네 손길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부드럽고도 질기고 단호한 힘이 들어 있었다.
그건 사랑에 빠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성석제/ 첫사랑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기형도/ 그 집 앞
네가 먼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시간
나는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어
잘 가, 잘 살아,라고
바닥에 뒹구는 잎새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숨겨 나는 말했어
하늘도 한 번 바라보았어
구름이 한두 뭉치 있지만 푸르더군
우린 화를 내다 여러 해의 그리움을 마감해 버렸어
신부가 바뀌었다고 생각지 않니?라고 나는 마음 속으로 물었어
들렸어
슬프게,
그래,라고 하는 네 마음
우린 매정한 체 하느라고 애를 썼어
사실은 자신이 없어서였을 뿐인데
그게 효과가 있었지
충분히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거지
세상에 충분한 사랑이 있다는 것처럼
아주 거만했지
물론 돌이킬 순 없지
그냥 이렇게 말하는 거지
어제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우리에게 그동안 배워온 세상 사는 기술이 있지
배신하고 배신당한 일이 한두 번인가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게 좋아
아무쪼록 우리 죽을 때까지 그 가면 뒤에 숨어 있자
맨 얼굴 내밀지 말자
나머지 삶도 살아야 하니
잘 가, 다시는
이승에서 부르지 않을 이름
살아가는 일이 견뎌내는 일이 될지라도
잘 가, 잘 살아,
우리 이렇게 살아 가
-양애경/ 떠난 애인에게
내 피를 다 마셔요
내 살을 다 먹어요
그럼 나는 껍데기만 남겠죠
손톱으로 눌러 터뜨린
이처럼
당신한테라면 그래도 좋을 것 같은 건
왤까
-양애경/ 사랑
조용히 내 말에서 귀를 거두시오
내 말이 불현듯 낙뢰를 타고 창가에 부서질 때,
그 부서지는 시간의 피톨들이
정녕 당신이 들어야 할 소리인지도 모르오
내 말을 믿지 마시오
차라리 내가 사레들려 헛기침을 하거나
당신이 애써 감추려는 피부의 작은 돌기를 도적마냥 쳐다볼 때면
그제서야 당신은 손톱만큼만 나를 믿어도 괜찮소
나는 거짓을 그리는 우매한 소경이라오
내가 본 것들을 믿지 마시고 내가 그린 것은 더욱 믿지 마시오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만 겹의 얼굴 뒤에
불온한 얼룩으로 묻은 시간의 고름일 뿐이오
나를 믿느니 속옷에 묻은 당신의 부끄러운 땀 냄새나 오래 바라보시오
내 얼굴이 문득, 꿈에 본 당신의 속마음으로 읽힌다면
만 권의 책을 덮고 오래 켜둔 불빛을 잠그시오
어둠 속에서 만개하는 그림들이 지평선을 바꾸는 순간,
당신은 어디에도 없는 나의 유일한 그림자라오
그렇지 않겠소?
어찌해도 당신은 내게 속아 넘어갈 뿐,
대체로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용서하지 마시오
-강정/ 자멸의 사랑
아무리 채찍질해도
닿을 수 없는
벼랑처럼 아스라한 그대여
내 마음에 무수히 살면서도
도무지 삶이 되지 않는
어떤 꽃처럼
먹먹한 그대여
- 이성호/ 먼 여름
서쪽에는 그가 살고 있다.
눈물 나게 아름다운 그가 살고 있다.
-박지혜 / 아침 중.
나는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해버리는, 그런 여자입니다.
나처럼 왼쪽 눈에 하얀 안대를 걸치고 미간을 찌푸리며 조그마한 사전을 뒤적거리고 있는 미즈노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꼈습니다.
나도 안대 때문에 신경이 쓰여 울적한 마음으로 대합실 창밖에 보이는 실잣나무 잎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요.
새잎이 따가운 볕살에 쪼여 창백하게 질린 듯이 보이면서 외계의 모든 것이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미즈노의 얼굴이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듯,
몹시도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진 것도 아마 그때 내 안대의 마법이 도와주어 그렇게 느꼈던 것이라 여겨집니다.
- 다자이 오사무/ 등롱 중
혐오라는 말을 붙여줄까
늘 죽을 궁리만 하던 여름날
머리를 감겨주고 등 때도 밀어주며
장화를 신고 함께 걷던 애인조차 떠났을 때
나는 사라지기 위해 살았다
발 아픈 나의 애견이 피 묻은 붕대를 물어뜯으며 운다
그리고 몸의 상처를 확인하고 있는 내게 저벅저벅
다가와
간신히 쓰러지고는
그런 이야기를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할 것만 같다
' 세상의 어떤 발소리도 너는 닮지 못할 것이다'
네가 너는 아직도 어렵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우리가 한번이라도 어렵지 않은 적이 있냐고
되물었다
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
길고 어두운 복도
우리를 찢고 나온 슬픈 광대들이
난간에서 떨어지고 떨여져 살점으로 흩어지는 동안
그러나 너는 이상하게
내가 손을 넣고 살며시 기댄 사람이었다
-주하림/ 작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나는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조만간 가을이겠지요. 추우니까, 안아줘요."
-이영도/ 폴라리스 랩소디 중
낭떠러지의 여름이다
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
나를 그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머리를 사슬로 감아주자
여름마다 자기를 흔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여름이다
팔다리가 달린 검정과 놀았지만 혼자서 했던 연애
나도 허공이었던 것을 너만큼 변심으로 내 발등에 엎지를 줄 안다
천박한 짓을, 자아보다 못한 짓을 땀샘과 모공으로 채우며
지금은 덩굴손이 붙잡는 것을 윤회의 크기라고 생각하며
네가 흔든 것을 내가 흔들렸던 것으로 비교하는 멍청한 짓을 하며
너를 잊고 있다
-조연호/ 여름
머나먼 길을 혼자서 걸어가다가
느닷없이 너무나 목 말라 오듯이
정작 우리 너무 서로가 그리워질 때
참을 수 없어 비틀거리지 말기를
방울방울 떨어지는 아픔으로 인해
절대 주르르 눈물 흘리는 일 없기를
서서히 가슴 말라가는 일 없기를
-김하인/ 소녀처럼
첫댓글 와 이성호 먼여름 개쩐다 진심 두번들어간거는 그냥 부먼 넣은건가요? (동공지진) (쫄뽀) 무튼 존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앗 와따시의 실수 (동공지진2) 여..여시는 아무것도 못본거야! 알겠어?!
@김절랑 알았다능 안보인다능!!!!!!!
@172236 아닐거야. 잘못본거야.(단호)
잘읽고갑니당!!
넘좋........ㅜㅜ
여시야 스크랩했어 ㅠㅠ 좋은글 진짜 많다 고마워!!
좋다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