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3일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조재형 신부
복음; 루카8,4-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그때에 4 많은 군중이 모이고 또 각 고을에서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5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발에 짓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먹어 버리기도 하였다. 6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 버렸다. 7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함께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8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고 외치셨다. 9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비유의 뜻을 묻자, 10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11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12 길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 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3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 14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제가 된 후에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스키, 스킨 스쿠버, 피아노입니다. 모두 정식으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우고, 혼자서 배우고, 시간나면 배우고 그랬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오래 되었지만 모두가 발전이 없었습니다. 스키는 91년에 배웠으니 32년이 되었습니다. 스킨 스쿠버는 95년에 배웠으니 28년이 되었습니다. 피아노도 2009년에 배웠으니 14년이 되었습니다.
스키는 아직도 겨우 내려오는 수준입니다. 스킨 스쿠버는 기록이 중요한데 기록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는 겨우 건반을 만지는 수준입니다. 제가 이렇게 시작은 했지만 결실을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것은 기초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의욕은 있지만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창 중에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스키를 배우면 강사 자격증을 딸 때까지 배웁니다. 기타를 배울 때도 노래만 들으면 반주할 수 있을 만큼 배웁니다. 스킨 스쿠버도 강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저와 같이 시작했지만 동창 신부님이 다른 것은 기초부터 배우는 것이고,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례를 받았지만 몇 번 주일미사에 참례하다가 그만 포기합니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의지로 세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기 위해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영을 하려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듯이, 세례를 받아 신앙생활을 하려면 교회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시련과 고난이 다가오면 포기합니다. 본당 신부님의 사목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포기하기도 합니다. 단체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과 의견 충돌이 생긴 뒤로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는데 시련과 고난이 사라지지 않아서 포기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결실을 맺기도 합니다. 사람을 믿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믿습니다. 본당의 피정과 교육은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어떤 단체든지 가입하면 단체를 발전시킵니다. 교리신학원에 등록해서 교리교사 자격증도 얻습니다. 같은 날 세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앙생활의 모습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좋은 결실을 맺는 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벗이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는 사람,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마저 대주는 사람,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내 주는 사람, 조롱하고 멸시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사람’들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미친 짓일 수 있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길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가는 부활의 길이요, 생명의 길이요, 구원의 길이라고 합니다. 공동체에는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봉사의 씨를, 어떤 분은 나눔의 씨를, 어떤 분은 희생의 씨를, 어떤 분은 사랑의 씨를 뿌렸습니다.
공동체에는 그 씨들을 키우고 관리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목회, 구역장, 반장, 레지오 단원, 각 단체의 봉사자들입니다. 우리의 가정, 우리의 공동체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랑의 정원입니다. 우리가 사랑의 거름을 줄 때, 우리가 나눔의 물을 줄 때, 공동체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때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시련의 바람이 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고통의 비가 내릴 때도 있을 것입니다. 갈등과 아픔의 시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을 믿고, 주님과 함께 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
가장 큰 계명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우리도 거룩하게 사는 것입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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