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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Date : 2013/06/10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기성품이라는 뜻의 프랑스 말이다.
기성복이라고 연봉 일천만 원에서 이억 원까지 모두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비싼 기성복을 의미한다. 「프레타포르테 파리」, 「프레타포르테 뉴욕」이라는 등의,
귀에 자주 들리는 패션쇼는 결국 고급기성복 컬렉션이다. 지구촌 중산층들이 주요 타겟이다.
태초에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가 있었다. 고급 재봉을 한 옷이다.
긍께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에 해당하는 옷들일 것이다. 주로 주문 제작이다.
오트쿠튀르 쪽 디자이너가 계절에 앞서 새로운 의상을 발표하면 그것이 곧 유행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대세는 프레타포르테가 흐름을 주도한다. 이유는?
오트쿠튀르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니까. 일단 세계 패션의 흐름은 그렇게 각을 잡고
프레타포르테를 카피한 디자인들이 중저가 브랜드로 번져나간다.
유행을 지키지 않으면 종신형에 처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으니까.
여기까지는 다른 동네 이야기다. 우리 동네는 좀 다르다.
샤넬, 구찌, 루이비똥, 에르메스, 아르마니,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질 샌더, 셀린느,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랑방, 지안프랑코 페레, 페라가모, 니나 리치, 미우 미우, 프라다,
아크네, 아크리스, 발렌티노, 데렉 램, 자일스, 엘리 사브, 파코 라반, 톰 포드, 생 로랑 파리,
끌로에, 지암바티스타 발리, 레오나드, 스텔라 맥카트니, 존 갈리아노, 겐조, 장 폴 고티에,
로에베, 비비안 웨스트우드, 꼼 데 가르송, 바네사 브루노,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발망, 롤랑 뮤레, 릭 오웬스, 가레스 퓨, 뮈글러, 드리스 반 노튼, 돌체 앤 가바나,
보테가 베네타, 베르사체, 블루마린, 블루걸, 모스키노, 모스키노 칩 앤 쉬크, 막스마라,
페레티, 멀버리, 크리스토퍼 케인, 조나단 선더스, 폴 스미스, 질 스튜어트, 라코스테, 랙 앤 본,
마르케사, 프로엔자 스쿨러, 안나 수이, 마크 제이콥스, 로다테, 빅토리아 베컴…
구례 읍 길거리에서는 이런 간판을 볼 수 없다.
존재하지 않으니 염원할 가능성도 희박하고 브랜드에 대한 정보력 자체가 떨어진다.
노인의 나라 아닌가. 그도 그렇고 들에서 일 할 때 브랜드 옷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need가 소비를 견인한다. 이런 면에서 시골은 집단적인 불감증이 가능하다.
옆집이나 앞집이나 뒷집이나 모두 한결 같은 패션에 한결같은 파마 스타일인데
상대적 빈곤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도시에는 ‘E 마트’가, 구례에는 ‘이 마트’가 있다.
GNP 성장과 나의 발전을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낙후한 것 맞다.
1. 당사자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낙후함과
2. 우월한 문화를 누리고 있지만 당사자는 동시에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환경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1번을 찍는다. 그런 사람들이 주로 시골로 오지만.
옷.
몸을 가리거나 걸치는 천 쪼가리나 가죽이었다.
패션.
옷이라는 필요에 유행이라는 잉여가 더해진다.
집단이나 사회가 일정한 시기에 이를 받아들일 때 패션은 성립된다.
어린 시절, 가끔 아버지의 고향으로 갔다. 주로는 성묘였다.
시골에 갈 때에는 가장 깨끗한 옷이나 교복을 입고 갔다.
초등학교 어느 겨울, 털 달린 하얀 외투를 입고 갔다.
“옷이 날개네.”
하루 머문 마을의 옆집 아주머니는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었다.
어린 눈에도 그 목소리에서 분노 또는 설움이 보였다.
그날 나는 내 옷이 아주 불편했다.
잉여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다.
배려.
그러나 잉여는 집중되었고
유능과 무능으로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누구나 잉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배의 균등이 아닌 기회의 균등이 경쟁사회의 미덕이라고.
한 동안 의문이었다.
왜,
원색
꽃가라
땡땡이
반짝이가
시골에서 가장 흔한 패션 코드일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은,
사람을 가장 초라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었다.
비웃었다.
후지다고. 막상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문화가 없다.
나와 도통 코드가 맞지 않는 그 사람들과 7년을 지나오면서
그녀들과 나 사이에 가로 막힌 높은 벽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허물어질 수 없었다.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옷이 아닌 세월이 보였다.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반복되는 술주정이 아름답게 보였다.
원색과
꽃가라와
땡땡이와
반짝이는
그녀들에게는 예의이자 존중이었다.
스스로를 위한.
내가 나에게,
色과 꽃다발과 꿈과 보석을 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그것을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소중하다
나는 소중하다
나는 소중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 분명히.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내 눈에,
원색과
꽃가라와
땡땡이와
반짝이가 떼로 모여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평댁은 지정댁을 지정댁은 운암댁을 운암댁은 대구댁을 대구댁은 금강댁을
금강댁은 갑동댁을 갑동댁은 남원댁을 남원댁은 근동댁을 경쟁상대로 삼지 않았다.
그녀들의 경쟁 상대는 들과 산이었다. 풀과 곡식이었다.
그녀들이 뱉어 낸 한숨이 매화였고 산수유였고 벚꽃이었고 철쭉이었고 양귀비였다.
원색과
꽃가라와
땡땡이와
반짝이는 그녀들에게 옥타곤, 홀릭, 코쿤, 올카인드, 엠투 베라, 엘루이, 에덴 같은 것이다.
불현 듯 몸뻬 사진 찍으러 장터로 나섰다.
사진을 찍는데 들리는 소리들.
“언니는 육육 입어요?”
“하!(통역 - 그래)”
“그래 어째 날씬해 보이더라.”
장터 서쪽 입구 노천. 행거에 늘어선 옷들. 그 앞의 젊은이. 그 앞의 할머니.
“할매는 왜 안보여? 요즘 통.”
“울 엄니 회장님 되야부렀어요. 어깨를 통 몬 써서 몬 나온당께요.”
몇 년 전부터 런웨이(Runway)를 한 번 기획해 보고 싶었다. 몸뻬 런웨이.
뭐 별 거 있나. 동네 엄니들 몸뻬 입고 정해진 라인을 따라 걸으면 되는 것 아닌가.
쁘레따뽀르떼 구례 prêt-à-porter Gurye.
읍내 밥집, 요리하는 하루의 ‘푸른물고기’에서 읍내 젊은 것들을 만났다.
나 / 이전부터 해 보고 싶은 게 두 개 있는데… 런웨이하고 F1이다.
읍 / ?
나 / 런웨이는 몸뻬 패션쇼고 F1은 할매들 전기차 레이스다.
읍 / 좋아욧!
관건은 엄니들 섭왼데… 냉정하게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 /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이라고 델꼬 올 수 있나?
읍 / 연령대를?
나 / 육십 이상은 되어야지.
읍 / *(^&^%#$^#&^^*()
나 / 역시 쉽지 않다. 내년에 하까?
읍 / 금년에 해욧! 런웨이런웨이런웨이!
나 / 일단 추진하자. 하다하다 안되면 말고.
읍 / 좀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긴 해요.
대상화.
엄니들이 대상화 될 수도 있다.
그리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뜻이다.
나 /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엄니들이 즐거우면 될 것이다.
우리도 그녀들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정도로 즐거울 수 있다면.
런웨이를 준비하자.
활주로는 농장 팔레트를 빌려오고 그 위로 레드카펫을 굴린다.
카메라 세례를 위해 플래시나 스트로브를 여러 개 동원하자.
좌우의 객석에는 꽃가루도 준비하자.
무대장식을 겸한 현수막도 명확하게 내리자.
“쁘레뜨-아-뽀르떼 구례 2013 prêt-à-porter Gurye”
어떤 것이 좋을까?
“엄마는 몸뻬를 입는다”
“엄마는 프라다를 입지 않는다”
“진짜 런웨이가 시작된다! 엄니들의 당당한 워킹이 시작된다!”
“런웨이! 그녀들의 인생을 건 워킹이 시작된다.”
“엄니들 런웨이에 서다! 그녀들의 당당한 워킹이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패션쇼를 만들 것이다.
결국 사람이 옷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6월 29일.
그녀들이 런웨이에 선다.
2013 밀가리 축제 6. 10 현재 구상
지리산닷컴 / 월인정원과 빵순이 빵식이들 / 티읕과 읍내 것들
일 | 2013년 6월 29일(토요일)
시 | 오후 5시~8시
곳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운조루길 55 월인정원과 권산의 작업실과 마당
돈 | 무료. 펀드 기금으로 진행한다. 적자가 나면? -,.- 를 대비해서 돈통은 둔다
예상 | 50명 정도를 염두에 두고 음식과 행사를 준비
참가 | 이장 메일로 신청(인원 파악을 위해서). 4dr@naver.com
★ 프로그램 및 일정
5:00 | 빵긋 & 국시국시
- 월인정원과 수업을 받은 제자들이 준비하는 빵 나눔 테이블.
- 매 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 맨땅에 펀드에서 경작한 앉은뱅이 밀로 건국수 또는 생면을 가공하고 참가자들에게
국수를 제공한다.
- 현재로서는 차슈를 올린 멸치 다시물 국수와 열무국수 두 종류를 생각하고 있지만
변경 가능성도 있다.
6:00 | 쁘레따뽀르떼 구례 2013
- 마을 엄니들을 주축으로 한 몸뻬 런웨이를 기획한다.
- 최소 10명의 마을 엄니들이 섭외되어야 가능한 행사. 따라서 취소 가능성도 있다.
- 그러나 성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 참가자에 대한 일괄 경품과 경연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7:00 | 정체불명 밴드의 락 공연
- 읍내 ‘잼있는커피「티읕」’을 중심으로 노는 구례의 삼십대 중심 밴드들.
- 세 팀이 각 세 곡씩, 한 시간 공연을 예정한다.
- 열악한 무대와 장비를 동원한 친환경 공연이 필연적이다.
5:00~8:00 | 프리마켓 & 리사이클링 장터
- 농산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손작업 일반의 수공예 품 등의 시장이다.
- 빵, 쿠키, 국시도 판다.
- 리사이클링 시장은 먼 곳에서 참가하시는 분들도 참여하실 수 있다.
사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 장소와 부스 문제가 있으니. 신청은 4dr@naver.com
8:00 | 終
별책부록 - 잡가와의 만남 | 8:30~10:00
- 출판사「반비」에서 책「맨땅에 펀드」를 팔기 위해 무리하게 기획하고 진행하는 조촐한 행사.
- 이후에 출판사에서 공지가 나오면 신청자 수를 파악하고 여기에 편승하는 참가자는
숙박과 기타 비용을 출판사에서 지출하게 될 것이다. 대략 10명 정도가 서울에서 출발
하는 것을 예상하는 듯. 물론 참가자 수는 신청자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 강연과 묻고 답하기 방식을 예정.
★ 속소 예약은 각자!
지난 2년 동안 행사를 진행 본 결과 저희가 내린 결론(사실은 제가 내린 결론)은 그렇습니다.
1박과 세 끼 정도의 식사와 이야기 자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행사 규모에 비해서 너무
에너지 지출이 막심하다는… 죄송합니다.
아래 숙소들에서 먼저 예약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차량이 계시다면 읍내와 화엄사 인근도 큰 지장은 없을 듯합니다.
- 산에사네 http://www.sanesane.org
- 오미동 사무장 061-781-5225
- 상사한옥 오채수 http://blog.naver.com/ocs9098
- 구례둘레길 게스트하우스 http://cafe.daum.net/jirisangh
첫댓글 맨땅에 펀드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