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10일 찾아간 서울 한강공원 난지지구. 성산대교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야외 수영장에 이르기 전 다리밑으로 바닥이 보일만큼 얕은 물줄기가 낙차공으로 흘러 내려 한강으로 합류한다. 이 물줄기가 북한산 구기계곡과 북악산 기슭에서 흘러내린 홍제천이다.
70년대 말까지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을 감고 어른들은 낚시를 하던 풍요로운 하천이었던 홍제천은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마른 내)으로 변모했다.
한강과 합류되는 낙차공 위쪽으로는 어른 팔뚝만한 누치 3마리가 제각각 모래톱 위로 올라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썩고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 불어난 물줄기 위로 보를 넘어왔다가 물이 마르며 웅덩이에 갇혀 죽은 듯 보였다. 손가락 한마디도 안 될 정도로 얕은 물줄기는 상류쪽으로 이어졌다.
군데군데 수초는 자라고 있었지만 물고기나 물 속 곤충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던 물길은 연희동 사천교(沙川橋)에 이르자 땅밑으로 사라졌다. 물 빠진 웅덩이 주변에는 비둘기들이 말라죽은 물고기를 주워먹고 있었다.
폭염으로 바싹 말라버린 홍제천 중류 홍은동 지점. 바싹 말라버린 강 바닥은 자갈과 모래만 널려있는 황무지를 연상케했다.
그러나 생명의 힘은 위대한 법.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강바닥 한가운데 패인 웅덩이 속 5㎝ 남짓 고인 물속에는 다슬기,물땡땡이,새끼 버들치들이 안간힘을 쓰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면서 바위에는 녹색 조류가 번져가고 있었고 다슬기들은 산소가 모자라는 듯 물 위쪽에 몰려들어 꿈틀대고 있었다. 버들치 새끼들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출현에 놀랐던지 자갈 밑으로 부리나케 몸을 숨겼다. 이후 이틀 이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이들의 생명은 물과 함께 증발할 운명에 놓여 있었다.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있는 천변으로는 하수처리장으로 이어지는 하수관로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지만 패이고 떨어져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상류를 향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발걸음을 계속 옮기자 복개 구조물 위에 세워놓은 주상복합 건물이 나타났다.
이 구간이 복개된 70년대 초반을 시점으로 홍제천 복개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11.95㎞에 이르는 물길 가운데 37.8%인 4.515㎞가 복개됐다.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니 홍은2동 홍은초등학교 부근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상명대학교 뒷편 북한산 구기동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과 북악산 기슭에서 흘러나온 물이 사철 마르지 않고 이 곳까지 흘러 내리고 있는 것. 폭은 좁지만 차고 깨끗한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이후 신영동 신영상가부터 복개구간 밑으로 들어간 물줄기는 두갈래로 갈라져 구기계곡과 북악산 기슭으로 사라졌다. 한강부터 따라온 물줄기가 산으로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았더라면 한강 어귀에서 썩고 있던 잉어들이 등용문을 향해 힘찬 도약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 : |
국민일보 |
Date : |
200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