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지만 비싼 고급음식 영덕 대게’를 4인 가족이 단돈 3만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진상 확인에 들어갔다. 대게 중에서는 잡아 옮기는 과정에서 다리가 몇 개 떨어진 게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D급으로 분류되어 가격이 훨씬 싸다는 것. 혹시 맛이 없거나 살이 없는 것들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오전 7시, 직접 영덕으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5시간 30분 정도 걸려 영덕 강구항에 도착. 항구 입구부터 곳곳에 달린 커다란 게 모형들이 영덕에 왔음을 느끼게 해줬다. 너무 많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고 간간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간판들이 붙어 있기도 해 어느 집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혹시나 식당보다 싸지 않을까 싶어 해산물 시장에서 가격을 알아보니 홍게 6마리 정도가 3만원. 홍게가 대게보다 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홍게는 맛도 떨어지고 안에 살도 꽉 차 있지 않아 싸도 싼 것이 아니라는 인터넷 정보 때문에 망설여졌다. 고민 끝에 얼마 전 강구항 투어를 다녀온 김자은 기자에게 싸고 맛있다는 식당을 추천 받아 찾아가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도 친절한 식당 주인은 우리에게 ‘게 고르기’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러시아산 대게보다 낫다, 홍게의 재발견
먼저 영덕 대게는 12월부터 나오고, 싸고 맛있다는 북한산 대게는 일 년에 한두 번 들어오기 때문에 먹기 힘들다. 11월에 먹는 게는 대부분 러시아산 대게거나 홍게. 놀랍게도 기자가 들은 정보와는 반대로 러시아산 대게보다 홍게가 훨씬 맛있다고들 한다. 러시아산 대게는 러시아에서 운반되어 오는데 운반 기간이 15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때는 이미 잡힌 지 꽤 오래 지난 상태, 하지만 홍게는 동해 앞바다에서 잡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어 훨씬 맛이 좋지만 잡히는 양이 많기 때문에 싸다는 것. 홍게는 1마리에 8천원 선, 최상급 러시아산 대게는 1kg에 2만원 선, 발 떨어진 러시아산 대게는 1kg에 1만2천원 선, 발 떨어진 홍게는 1마리에 6천원 선이다(이 식당은 도매를 겸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과 같았다). 4인 가족이라면 발 떨어진 홍게와 러시아산 대게를 섞어 5~6마리(3만~5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홍게를 고를 때는 색깔이 빨간색에 가까운 진한 색을 골라야 하고 몸통이나 다리를 눌러봤을 때 물이 나오지 않고 단단해야 살이 꽉 차 있다. 러시아산 대게는 배가 단단하고 불그스름한 것이 좋다. 식당에서는 찌는 데 20분 정도 걸리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김이 나기 시작한 때부터 20분을 더 쪄야 한다. 먹어보니 홍게는 단맛도 나고 쫄깃했지만 러시아산 대게는 약간 밋밋한 맛이었다. 다들 홍게가 더 맛있다는 평. 게 몸통을 가르면 내장이 흘러나오는데 내장 색깔이 노란색일수록 좋다. 내장은 따로 받아 밥과 함께 참기름, 김가루를 넣어 비벼 먹는데 게 맛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맛있다. 이때 밥을 볶으면 장이 녹고 맛이 느끼해지므로 볶지 말고 비벼야 한다고. 산 게, 찐 게 모두 포장 가능하고 전화로 주문하면 특송 배달로 하루 만에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 국내산 영덕 대게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대게가 나기 전인 10월 말부터 11월까지는 러시아산 대게보다 국내산 홍게가 맛도 좋고 값도 싸다는 새로운 사실. 지금부터 제철이라 가격이 더 내려간다고 하니 11월에는 잊지 말고 싼값에 맛있는 홍게를 먹어보자. 문의 어촌대게(054·733-4663)
잊으면 아쉬운, 가족 드라이브 코스
홍게만 먹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무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해맞이공원과 풍력 발전소를 돌아보자. 강구·축산 간 해안도로를 따라 15분쯤 달리다 보면 빨간 등대가 인상적인 해맞이공원이 있다. 해맞이공원은 바다와 연결되도록 만든 공원으로 1천5백 개의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해맞이공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바람개비 같은 발전기들이 돌아가는 풍력 발전소가 있다. 1박을 원한다면 강구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삼사해상공원 내 해송정 방갈로를 추천한다. 공원 내에 있어 조용하고 깔끔한 통나무집으로 4인 가족 기준 실평수 16.5m2(5평)의 방갈로 한 채를 빌리는 데 주중 5만원, 주말 8만원. 문의 054·734-3410
Another List
강릉 주문진항 요즘 동해안은 오징어가 풍년. 주문진항에서 오징어 회를 먹어보자.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서 오징어 1만원당 2천원의 비용을 내면 회를 떠준다. 별미라는 오징어통구이도 잊지 말자.
속초 장사항 속초 하면 대포항, 동명항을 떠올리기 쉽지만 진정 회를 좋아한다면 근처 항구 중 가장 많은 횟집이 모여 있다는 장사항으로 가보자. 연안 어장 관리를 지속적으로 한 결과 현지인들도 자주 찾을 만큼 물 좋은 회를 만날 수 있다.
부산 대변항 먹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부산으로 가라. 금싸라기 드라이브 코스라는 해운대에서 간절곶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대변항 근처 포장마차 거리에서 싸고 맛있는 전복죽과 해산물을 먹어보자.
기획 : 조채영 인턴 기자 ㅣ 사진 : 원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