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새로운 해가 뜬다 -
뉴랩
□ 운명의 줄서기
“종권아, 이종권~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니, 저 건물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길래~”
“아, 저기? 이번에 문 연 할인마트잖아~ 우리 하숙집 아줌마도 저기 물건이 싸고 좋다고 매일 간다니까?”
진로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대학 시절, 나는 대형할인마트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을 보고 인생길을 정했다.
안정된 취업을 위해서 ‘기계설계학과’를 택했지만, 외향적이고 활달한 나는 전공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미래를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대형할인마트는 유통업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1990년대 국내 등장한 대형할인마트는 유통산업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유통분야의 전망을 밝게 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나는 식품포장재를 만드는 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 곰같은 세일즈맨, 정상에 오르다
서류를 정리하는 일부터 배송, 창고 정리, 잡무부터 처리하며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간 나는 기획, 제작, 마케팅,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유통업계 전반을 파악한 뒤 영업에 투입됐다. 당시는 미국계 대형할인마트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던 시기로, 영업에 막 입문한 나도 많은 기회를 얻었다. 설레는 가슴으로 고객을만나러 가면서 나는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고 ‘연애하듯이 영업하자’는 나만의영업 철학을 세웠다. 그런데 연애를 하다보면 바람을 맞는 일이 있지 않은가? 나도 영업을 하다가 바람 맞은 적이 있다.
“아참~ 이걸 계약하려면 서류를 준비 했어야 됐는데 제가 깜빡 했네요.
사무실에 가서 바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거래 이야기를 하다가 ‘서류만 처리하고 오겠다’던 고객은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정이 있을 것이라 여기며 꼬박 반나절을 기다렸고 나와의 만남을 잊고 있다가 퇴근을 하기 위해서 내려온 고객은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미련하냐’고 하면서도 묵묵하게기다린 모습에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여긴 고객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결국 기분 좋은 바람을 맞는 나는 그 후로도 묵묵하고 진실하게 고객을 대하며 줄곧 1등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 틈새를 보면 기회가 있다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승승장구하던 무렵, 지인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다.
‘규모는 영세하지만 물건을 잘 만드는 식품포장재 회사가 있는데, 이 곳을 대형할인마트와 이어주는 유통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회사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납품처를 찾고, 대형할인마트로서는 좋은 물건을 판매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최고의 틈새시장이라는 생각에 나는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계 대형할인마트 등 거래처를 쉽게 확보할 수있었지만, 관계는 오래 가지 못 했다. 외국계 대형 할인마트가 국내에 적응을 못하고 사업을 철수하면서 나 역시 주요 거래처를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이참에 식품포장재를 제조해서 대형할인마트와 직접 거래하기로 결심하고, 2005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주방생활문화’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포장재’라는 뜻의 ‘뉴랩’을 설립했다.
내가 제조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대형할인마트가 PBPrivate Brand (자사 브랜드)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의 식품포장재 업체 중에는 이 제품을 만들 곳이 없었다. 그 시장을 눈여겨 본 나는 그동안의 제작, 디자인, 영업 경험을 살려서 대형마트에서 흡족해할 만한 제품을 만들었고, 회사 설립 1년 만에 ‘코스트코 코리아’, ‘홈플러스’, ‘농협’, ‘킴스클럽’에입점했다.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넓힌 ‘뉴랩’은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 키우기에 관심을가지며 NB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뉴랩’의 이름을 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고객의 목소리다. 영업할 때 고객을 배려하고 고객을 먼저 생각한 것처럼, 제품을 만들 때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고객은 우리 제품에 마음을 열 것이라고 여겼기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주방에서 랩을 꺼내서 사용하다가 랩 하단에 부착된 톱날에 손을 다쳤다’는 소비자의 불만에 랩 케이스에 플라스틱 슬라이딩 커터기를부착하고, 되말림 방지 코팅 기능도 넣은 ‘뉴 슬라이딩 커팅 랩’을 개발했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만질 때 착용하는 위생장갑도 표면에 엠보싱처리를 해서 음식이 달라붙는 스트레스를 없앴다. 위생봉지 또한 하단을 물결 모양으로 봉합해서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특허 등록을 했다.

무엇보다 1회용 위생 제품을 쓸 때마다 소비자들이 갖는 걱정!
‘1회용 비닐 제품은 썩는 기간이 500년이나 걸린다는데...’
일회용 비닐장갑과 위생봉투, 랩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뉴랩’은 화학 원료인 폴리에틸렌을 활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소맥, 옥수수, 귤껍질 등 친환경 원료를 첨가해서 폐기 후 18개월이면 자연상태로 분해되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Oxo-biodegradable (자연 상태에서 빛에 의해 분해를 촉진하는 기술) 을 접목한 ‘뉴
에코 롤백’!
천연사탕수수 폐당밀에서부터 추출한 원료 (바이오 에탄올) 를 제품 생산에 도입한 ‘뉴에코랩, 뉴에코장갑, 뉴에코백’으로 환경부에서 발급하는 환경표지인증을 받았고,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탄소 성적 표지를 제품에 기재했다.
고객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드는 ‘뉴랩’은 현재 ‘코스 트코’, ‘홈플러스’, ‘이마트’, ‘농협’, ‘이랜드’, ‘메가마트’ 등 대형마트와 ‘한국피자헛코리아’, ‘CJ프레쉬웨이’, ‘다이소’, ‘CU’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로는 홍콩, 중국, 베트남,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이 된 것도 ‘고객 가치’와 ‘녹색 경영’ 추구다.
□ KOTRA 지사화사업, 최고의 PR맨
2012년 롯데마트 중국 매장 내 테스트 마케팅 제품으로 선정되면서 첫 수출을한 ‘뉴랩’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여건상, 자체 수출은 금전적인 부분부터 네트워크 확보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수출의 방법을 찾던 나는 수출 관련 홈페이지에서 KOTRA가 지사화사업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 여러 지역 중 우리 회사가 선택한 곳은 홍콩이었다. 아시아의 음식 천국으로 유명한 홍콩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날씨가 덥고 습해서 음식을 청결
하고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주방 위생용품이 많이 사용된다. 게다가 무역의중심지니 홍콩에서 성공하면 파급효과 또한 상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KOTRA 홍콩 무역관 지사화사업에 가입하면서 나는 홍콩에 수출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문의했다.
“이종권 대표님,
홍콩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만든 수많은 식품 포장제품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피지기(知彼知己)’ 해야 겠죠?”
“남을 알고 자신을 안다구요?”
“네, 바이어를 만나기 전에 일단 시장부터 방문해서 ‘뉴랩’과 경쟁이 될 만한제품을 모두 조사할 생각입니다.
그 제품의 생산국, 제품 스펙, 패키지, 품질 등을 모두 비교한 뒤에
‘뉴랩’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뉴랩’만의 특별한 점을바이어에게 소개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장 조사에 나선 홍콩 무역관은 ‘뉴랩’에서 만든 제품과 같은 식품 포장재는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대형유통업체와 많은 소비자를 만나는 데 익숙한 ‘뉴랩’과 맞는 바이어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거래선을 타진한 끝에, 홍콩과 마카오에 26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가정용품과 생활용품을 중저가로 판매해서 많은 홍콩인의 접근이 용이한 유통망인 ‘JHC’를 주요 타깃으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JHC’를 방문해서 플라스틱 커팅기능이 있어서 안전하고 편리한 ‘뉴랩’의 식품포장제품을 보여주고, 다른 기업의 위생장갑과 위생봉투는 입구가 잘 벌어지지 않고 끈끈한 음식이 들러붙지만 ‘뉴랩’의 제품은 특수 엠보싱 처리를 해서 손넣기도 편하고, 음식도 들러붙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친환경 일회용 식품포장재의 강점을 피력했다. KOTRA 홍콩 무역관 직원이 아니라 ‘뉴랩’ 직원으로 여겨질 만큼 열정어린 설명에 바이어는 마음을 열었고 2015년 4월 열린 ‘홍콩 가정용품 박람회’에서 미팅을 가진 ‘뉴랩’과 ‘JHC’는 35,000달러에 해당하는 1차오더를 확정했다.

□ 나는 매일 새로워진다
2015년 9월부터 ‘JHC’ 260개 전 매장에 진열된 ‘뉴랩’의 제품은 일부 매장에서 품절이 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해 ‘뉴랩’은 중국 다롄무역관과 상하이무역관에도 지사화사업을 신청하며 더 넓은 지역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뉴랩’이 세계로 나가려면 더 많은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더 다양한 식품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만드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그렇게 매일 매일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뉴랩’의 새 길이 열릴 것이다.
“매일매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뉴랩’의 새길이 열릴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