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도라는 것은 잡되지 않아야 하느니라. 잡되면 번다해지고, 번다해지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우면 근심이 생기는 것인 즉, 근심이 생기게 되면 구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옛날의 지인은 먼저 자기 자신을 살펴 본 뒤에야 남의 일을 돌아 보았나니. 자기 자신을 살핌에 있어 아직도 불안정한데, 어찌 난폭한 이가 하는 짓을 돌아볼 겨를이 있겠느냐?
대저 덕이 흔들리고, 지식이 나오게 되는 까닭을 알고 있느냐? 덕이라는 것은 공명심에 흔들리고, 지식이라는 것은 서로 다툼에서 나오는 것이니라. 공명심이란 서로 헐뜯는 원인이 되고, 지식이란 서로 다투는 도구가 되는 게지. 이 두 가지는 모두가 흉기이므로 지나치게 행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아울러 한 사람의 덕이 두텁고 신의가 돈독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없는 노릇이며, 다른 사람과 공명을 다투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래서 네가 억지로 난폭한 자의 앞에서 인의로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논의를 펼친다면, 그는 네가 고의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추어 자신의 미덕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라 여겨, 너를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면, 남도 반드시 네게 해를 끼칠 것인즉, 너도 남에게서 해를 입게 될 것이야.
마음의 재계란 마음을 하나로 통일하고,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할 것이며,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듣도록 해야 할 것이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이란 밖에서 들어온 것에 맞추어 깨달을 뿐이나, 기라는 것은 텅 빈 채도 사물을 맞아들이는 것이지. 도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공허한 상태에 모이는 것이니라. 바로 이 공허함이 곧 마음의 재계인 게지. 저 공허한 것을 관조하노라면 텅 빈 마음이 밝아질 것이니라. 행복이나 길한 일들도 이 호젓하고 텅 빈 마음에 머무나니, 그런데도 머물지 않는다면, 이를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으로 달리는 좌치 라고 하느니라.
귀나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과 지각을 밖으로 내보낸다면, 귀신도 찾아 와 머물 것이다. 항차 사람이야 더 말할게 있겠느냐? 이것이야말고 만물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으로 우임금이나 순임금도 처세의 법도로 삼았던 것이며, 복희 나 궤거 가 평생토록 치행한 행위의 준칙이었느니라.
이름을 석이라고 하는 목공이 제나라로 가다가 곡원에 이르렀을 때 그 곳의 토신묘의 커다란 참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는 수 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이고 열 길이나 되는 높은 곳에 가지가 뻗어 있었다. 그것도 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가지들이 몇 십 개 뻗어 있었다. 나무 둘레에는 구경꾼들이 저자거리처럼 몰려 있었으나 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제자가 그것을 실컷 돌아본 뒤에 석을 뒤쫓아와 물었다.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 다닌 이래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그대로 지나쳐 버리셨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석이 대답했다.
"그만, 그런 소리 말아라.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무야. 그걸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널을 짜면 곧 썩어 버리고, 그릇을 만들면 곧 깨져 버리며, 문을 만들면 진이 흐르고, 기둥을 만들면 좀이 생긴다. 그러니 저건 재목이 못 될 나무야. 쓸만한 곳이 없으니 저렇게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는 게지."
석이 집에 돌아온 뒤 토신묘의 참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하길,
"그대는 나를 어디에 견주려는 것인가? 그대는 나를 좋은 재목에 견주려는 것인가? 대체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그 열매가 익으면 잡아뜯기고, 뜯기면 가지가 부러지고 말지. 그러다 보면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휘어지게 돼네. 그것들은 자신의 유용함 때문에 자신의 생이 괴로움을 당하게 되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타고난 목숨을 끝까지 부지하지 못하고 중간에 일찍 죽게 되는 게야. 스스로 세속으로부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지. 어떤 물건이든 이것과 다를 게 없다네. 나는 쓸모 없기를 바라 온지가 오래 되었네. 지금까지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이제야 나의 쓸모 없음을 큰 쓸모로 삼게되었어.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처럼 커질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자네도 나와 마찬가지로 다 하찮은 사물일진대 어찌 나를 하찮은 물건이라 하는가? 자네도 죽은 거나 다름없는 쓸모 없는 인간이거늘 어찌 쓸모 없는 나무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그저 일상적인 잣대로만 그것을 재려 한다면, 진실로부터 멀어지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