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이 대담집은 『푸른사상』 2019년 봄호부터 2020년 가을호까지 ‘신동엽 시인 50주기 특별 대담’으로 다섯 차례 발표한 것을 정리해서 묶은 것이다. 대담집의 내용은 제1부 신동엽 시인의 생애, 제2부 시 세계, 제3부 장편서사시 「금강」 읽기, 제4부 산문 세계, 제5부 신동엽 시인의 아내이자 짚풀생활사박물관장인 인병선의 생애와 활동 등이다.
이 대담집은 이전에 나온 연구 논문이나 여타의 글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신동엽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전체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신좌섭은 신동엽의 아들로서 또 시인으로서 신동엽이 추구한 작품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신동엽의 시 세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담집은 신동엽의 연구에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제1부의 대담에서는 신동엽 시인의 부모와 형제 등 가계 및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의 생활을 정리했다. 아울러 결혼과 가정생활, 직장 생활, 문학 활동, 오페라와 가극 활동 등도 정리했다.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호주인 신좌섭의 제적 초본과 신동엽의 아버지인 신연순의 친필 글씨, 신동엽의 어린 시절 사진 등도 공개했다.
제2부에서는 신동엽의 시작품을 한 편씩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신동엽의 시에서 빈도수가 높은 시어에 대한 고찰, 4·19혁명 무렵의 시 세계, 1970년대의 소외된 존재들을 품는 시 세계 등을 정밀하게 읽어본 것이다. 집중적으로 읽은 시작품은 「종로5가」, 「아니오」, 「껍데기는 가라」였다.
제3부에서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인 장편서사시 「금강」을 집중해서 읽었다. 「금강」에서 쓰인 시어, 창작 동기, 일화, 역사의식, 시문학사적 의의 등을 살핀 것이다. 신동엽이 동학농민혁명을 토대로 3·1운동, 4·19혁명의 주체를 민중으로 인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4부에서는 신동엽의 산문 세계를 살펴보았다. 신동엽의 산문 중에서 「시인정신론」은 그의 시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신동엽은 현대 사회를 맹목적 기능자의 시대, 상품화 시대, 대지를 이탈한 문명 등으로 진단하고 원수성, 차수성, 귀수성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상적인 인류의 모습으로 전경인(全耕人)을 제시했다. 신동엽의 시론을 시작품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제6화)에 적용해 해석해 보기도 했다. 이외에 신동엽은 김수영 시인이 타계하자 『한국일보』(1968년 6월 20일)에 「지맥 속의 분수」라는 조사를 발표했고, 1960년대의 김수영과 이어령 사이의 순수참여논쟁에서 김수영의 논지를 옹호하는 「선우휘 씨의 홍두께」(『월간문학』, 1969년 4월호)를 발표했다.
제5부에서는 신동엽 시인의 아내이자 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인 인병선의 삶과 문학에 대해 정리했다. 인병선의 가계, 한국전쟁 때 제주도로 간 피란살이, 대학교 생활, 결혼 생활, 1993년에 개관한 짚풀생활사박물관, 산문집 『벼랑 끝에 하늘』과 시집 『들풀이 되어라』 등의 저술 활동을 살펴본 것이다.
이 대담집의 내용은 2019∼2020년도 시점의 기록임을 밝혀둔다. 이 대담 이후에도 신동엽 시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발굴되었다. 신동엽 시인에 대한 자료 발굴과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담집이 그 중 한 가지로 신동엽의 삶과 시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3년 11월
신좌섭 · 맹문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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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을 묶고 나서
이 대담집이 편집되어 1차 교정을 보는 어느 날, 신좌섭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대담집의 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말씀하셨다. 열흘 이내에 교정을 봐서 다시 편집해 좀 더 편하게 살펴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신좌섭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2024년 3월 30일이었다. 참으로 믿기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살아 계실 때 이 대담집이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물론 죄송함이 크다. 늘 따스한 음성으로 친형처럼 대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 신동엽에 대한 효심도 대단하셨다. 신좌섭 선생님께서 이 대담집에 최선을 다한 것이 그 모습이다.
신좌섭 선생님의 사십구재가 되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선생님을 기리는 시를 한 편 썼다. 2024년 6월 7일 『더스쿠프』(https://www.thescoop.co.kr)에 발표했다.
신좌섭 시인
―사십구재에 부쳐
맹문재(시인)
신동엽이
금강 곰나루의 동학 농민들과
삼일 만세 민중들의 아우성을 떠올리며
사월 혁명에 나선 시민들의 손을 잡고 바라본
우리의 하늘
우리의 세상
영원한 사랑
신좌섭은
수유리 봉제공장의 노동자 야학에서
성남의 노동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글을 쓰면서
그 하늘을 보았네
오월 항쟁과
유월 항쟁과
촛불 혁명에 나선 시민들의 손을 잡고
그 세상을 보았네
이타적 유전자를 옮기면서
의사의 길을 노동자처럼 걸어가면서
빛나는 시인 정신으로
우리의 사랑을 보았네
소중한 인연을 주신 신좌섭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부디 평온하소서.
지난 6월 23일 신좌섭 선생님의 부인인 정승혜 선생님을 뵈었다. 정 선생님께서 이 대담집의 간행을 흔쾌히 동의하셨다. 앞으로 신동엽과 신좌섭 선생님의 시인 정신을 새기면서 살아가고 또 열심히 연구할 것을 약속드린다.
2024년 7월 10일
맹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