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0 가족 전체 분당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 마침 검사받으러 온 민회 친구 만남. 저 친구도 민회랑 떡볶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여기를 왔구나 하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
10:00 회사에 상황 보고.
새 팀장이 오고나서 첫 통화가 자가격리 통화라서 조금 민망. 다행히 걱정말고 건강관리에만 신경쓰라는 위로의 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늘까지 마무리지어할 회사 업무 몇 가지 먼저 처리하고 본격적으로 코로나 자가격리 모드로 돌입.
- 식사는 독립식사로 진행. 방에서 칩거 중인 지원이는 따로 작은 밥상에 차려 문 앞에 놔주고 나머지는 각자 따로 쟁반에 차려서 개인상으로 식사. 식후 식기는 모두 끓는 물에 삶고 지원이 식기는 따로 분리 보관.
- 수건, 컵, 세탁물 등 각자 개인용으로 전환.
- 화장실도 분리. 밖의 욕실은 지원 개인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안방 욕실을 쓰기로 하고 가족 단톡방에 수시로 방역 지침 공유. 결국 나중에는 두 개의 욕실 거울에 주의사항 부착.
- 로켓 프레쉬로 배송된 스프레이 소독제로 각 방의 문고리,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 변기 등 수시로 소독 진행하고 알콜스왑으로 휴대폰 등 수시로 소독.
이러다보니 하루 세 끼가 전쟁같다. 아내가 가능한 아무도 주방에 못들어오게 하고 상 차림과 설거지, 식기 소독을 전담하니 하루종일 혼자 애 쓴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청과 보건소에서 전화 오기 시작. 하지만 이내 가족들은 K - 방역에 실망을 느끼게 된다. 각자 나름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건 이해하지만 상호간 업무 프로세스의 이해와 교류가 전혀 없다보니 정작 효율적인 확진자 가족 관리가 안되는듯.
지원이는 발열에 이어 오한과 후각의 마비 등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데 전화오는 공무원 중 누구도 이에 도움을 주질 못했다. 병원 약을 먹어야하는지 아님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지, 식기는 계속 삶아야 하는지 아님 세재로 잘 닦으면 되는지...
'저는 자가격리 모니터하는 사람이라서...'
'저는 방역 담당이라서...'
각자 자기 업무만 알 뿐 여기에 확진자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16:00 자가격리 모니터링 공무원이 자가격리 키트 4세트를 문 앞까지 배달. 체온계와 손소독제 등이 들어있다. 격리자용 생필품도 곧 택배로 올거라 한다.
이제 느낌이 확 다르다.
하루 종일 긴장 속에서 조마조마하게 시간을 보낸다.
'정작 나 혼자만 덤덤한데??...'
가족들은 대개 판단한다.
지원이와 엉켜서 자고 했던 민회와 방역 개념없이 애들 방을 들락거리며 홍삼도 함께 빨아먹던 아내는 양성 확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교류가 덜 했던 아들은 아마 확률이 낮을거라고...
아내가 양성이면 아마 나도 양성이겠지?...
18:30 보건소에서 전화가 옴.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 내일 세 시경 지원이를 한화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고 이어서 집안 방역한다는 설명. 그러면서 자기 손에 검사 결과가 있다며 아들과 아내 그리고 나까지는 음성이라며 통보. 막내만 결과지가 없다며 정식으로 따로 통보가 갈거라며 기다리란다. 소식을 듣는 아이들이 환호성. 특히 막내는 엄마 아빠가 너무 걱정스러웠다며 눈물이 그렁 그렁. 그 모습을 보니 왜 그리 애틋한지...
19:00 아들 전화로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 옴. 셋은 음성이고 민회는 양성.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순간 집안은 암울...
의기초침해진 막내를 달래며 화장실은 안방은 우리부부와 아들이 밖의 화장실은 딸 들이 쓰기로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