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시작일뿐…`차이나 쇼크` 다음은 스타벅스
美골드만삭스 보고서 파문
무역전쟁 여파 中소비 급랭
스타벅스 투자의견 하향조정
유럽 명품·자동차 매출도 급감
"中 성장률 목표 6%로 내릴듯"
매일경제(2019.01.13) 장용승,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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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들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기업들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명품업계에서 `큰손`으로 부상하는 등 그동안 왕성한 소비를 보였던 중국인들이 경기 둔화 여파로 점차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미·중 무역전쟁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중국 소비 위축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애플 다음 차례는 스타벅스"라고 평가했다.
미국 첨단 산업을 대표하는 애플이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스타벅스도 비슷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스타벅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중국 시장에서는 주의할 사항이 많다"며 "특히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36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4년간 점포 수를 갑절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중국 성장률 둔화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첨단 제품은 물론 커피까지 소비를 줄이는 등 중국인들이 점차 소비 성향을 바꾸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중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충격을 입는 기업이) 애플만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성장률 둔화를 몰고 온 미·중 무역전쟁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7~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서는 무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지만 지식재산권, 기술보호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추후 논의 사항으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초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부주석 간 만남이 불발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왕 부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문제로 참석을 취소했다. 미·중은 3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지재권 보호, 기술 이전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진검 승부`에 나서게 된다.
이와 관련해 CNBC는 "미·중 무역협상은 겉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공식적인 합의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우 조심스러운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당사국인 미국 브랜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그동안 `안정적인 장사`를 해오던 유럽계 명품업계, 자동차업체들도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은 2272만대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중국에서 연간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또 CNN에 따르면 스위스시계산업협회는 지난해 11월 중국 시장의 시계 판매 실적이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그동안 중국 소비자에게 크게 의존해온 유럽 명품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계 맥킨지·베인 등에 따르면 중국 쇼핑객들은 전체 글로벌 명품 매출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며 연간 70억달러 이상을 소비한다.
CNN은 "2012년 중국 당국이 반부패 캠페인으로 공산당 관리들과 기업 임원들에게 `사치품 금지령`을 내렸을 때도 명품 구매가 줄어든 바 있지만 이번에는 중국 경제 둔화 여파에 따른 것으로 과거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강한 하강 압력을 받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6%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런쩌핑 헝다그룹 경제연구원장은 "그동안 L자형 추세를 보인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한 차례 더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로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자를 인용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5% 정도`에서 `6%`로 낮출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12월 열린 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오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부채 리스크가 자칫 시한폭탄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총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0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지속적인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당국은 부채 문제를 제어 가능한 대내 변수로 여기고 있는 반면 미·중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을 더욱 큰 경제 불안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본격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면서 중국의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뉴욕 = 장용승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원문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sc=&cm=&no=25888&year=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