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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구봉산 르포
호숫물로 눈 씻고 겹겹산릉에 눈 맞추고
아홉 산봉 정상마다에서 환희심 일구는 진안 명산
윗양명~구봉~천왕봉~천황사 일주 산행
산비탈을 어둠이 뒤덮으며 한낮에도 뜸했던 30번 국도의 차량 통행은 아예 끊어지다시피 했다. 갈보리펜션 앞 용담호수의 길쭉한 꼬리께엔 지난 봄과 달리 검푸른 물이 차올라 있었다. 펜션의 환한 불빛에 호숫물은 먹빛으로 드러났다.
"여름 내내 물을 모아두었다가 겨우내 식수로 빼 쓰는 거지요. 올가을에 오지도 않을 태풍 대비한다고물을 미리 빼서 그렇지, 원래는 저기 저 찻길 한참 위까지 물에 잠긴다니까."
갈보리펜션 주인 전종찬씨가 가리키는 저 아래 호숫가를 따라 부연 흙가루가 얼룩덜룩 뒤덮인 옛 아스팔트길이 보였다. 저기는 이제 길이 아니다. 그 아래 옛 마을 집의 따스했던 방들엔 차디찬 호숫물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담수가 시작되며 찻길은 100m 뒤편의 높은 산중턱으로 옮겨졌고, 전씨도 도로 바로 아래 이곳으로 터를 옮겼다.
"원래 마을 이름은 갈현리지만 우리 살던 마을에 갈보리교회라고 있었어요. 그래서 펜션 이름도 갈보리라고 했지요, 뭐."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 못 박힌 고난의 언덕 골고다, 곧 갈보리(Calvary) 라는 말의 어감이 전 사장은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전 사장은 솨아아, 부탄개스 토치램프를 켜서는 통나무단 밑둥에 가져다댔다. 오래지 않아 나무에 불이 붙더니 활활 불꽃을 일으키며 타올랐다. 환한 불꽃을 보고 방안에 있던 손님 몇 사람이 나와 모닥불가에 둘러섰다.
불길이 호수 근처까지 훤해질 만큼 커졌다간 잦아들자 나무 밑둥에 이글거리는 숯불덩이가 생겼다. 그걸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바베큐 틀로 옮겨서는 돌판을 얹어 삼겹살을 구웠다. 갈보리펜션이 단골인 어느 교수 부부는 동해안에서 가져온 도루묵을 구워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권했다. 등이 써늘해지면 모닥불을 등졌다가 다시 마주하기도 하면서 소주 몇 잔을 걸치는 동안 밤은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정적은 그 칠흙같은 어둠보다 더 짙었다.
호수면에 물안개가 스멀거리며 피어오를 즈음, 갈보리펜션을 빠져나왔다. 진안쪽으로 5km쯤 달려가 우회전, 795번 지방도를 만나서 다시 우회전하여 20km쯤 북상하니 왼쪽 저편에 주위 산릉들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선을 가진 암봉군이 드러났다. 저 암봉 정수리에 서면 용담호가 보인다고 했다.
윗양명 마을에 다다르기 전 왼쪽으로 구봉산산장민박 팻말이 보여 핸들을 틀었다. '매매' 플래카드를 단 산장 건물 옆을 지나 짧고 가파른 둑 옆길을 내펴오르자 자그마한 저수지가 펼쳐졌다. 구봉산의 아홉 암봉이 빙 둘러서서 그 호수를 담아내고 있었다. 소요하던 호수가 암봉쪽으로부터 불어내린 바람으로 나뭇잎처럼 자잘한 파문을 일으켰다. 호수면과 암봉군 사이의 공간에 가득했던 맑은 기운이 바람결과 더불어 흘러내려와 몸을 휘감았다.
제1봉 정상 풍광만으로도 만족
안전동 마을로 하여 구봉산 북사면으로 돌아들자 거기에 또한 청동처럼 짙은 수면을 가진 작은 호수가 있었다.이 호숫가에서 구봉산은 구봉이 아니라 6봉 혹은 7봉이었다. 기암봉들 밑으로 뻗어들어간 차도 옆으로는 밝은 갈색의 낙엽송이 따르고 있었다. 암봉과 호수와 숲이 어울린 풍경의 구도가 극히 교과서적이고 색조도 너무 밝아. 이것을 실경으로 그린다면 시골 이발소 그림 같다고 타박 맞을 것이다.
윗양명 마을 도로변 널찍한 주차장에서 약속한 진안 마이산악회 송윤섭(65), 안인열(49)씨, 그리고 마이산악회 등반대장인 김홍식씨(49)를 만나 주차장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황갈색 낙엽송림 위로 제1봉이 그 뒤의 다른 8개 암봉들을 가린 채로 얼굴을 쳐들고는 있었지만, 그 왼쪽 저편에 우뚝한 천왕봉의 기운을 감당하기엔 어림없었다.
짤막한 콘크리트다리인 양명교 건너 윗양명 마을 북쪽의 골짜기로 다가들다가 곧 구봉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구봉 2km, 구봉산(천왕봉) 3.3km'란 자그마한 팻말은 곧 급경사 길의 신호였다. 널찍하나 가파른 돌계단 길 양쪽은 샛노란 이파리들에 머문 찬란한 늦가을 햇살로 눈부셨다.
지능선에서 좀더 굵은 능선으로 올라서고, 통나무로 단을 지은 계단길로 접어들어 숨가쁜 등행을 이었다. 40여 분의 등행으로 세 개의 벤치가 놓인 조망처에 올랐다. 한 가닥 선명한 아스팔트 도로에서 동쪽 저편으로 붉은 기운이 감도는 갈색 산릉에는 수많은 주름으로 펼쳐졌고, 그 위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쳐들었다. 11월 늦가을의 이 시간대에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
9개의 암봉을 한 줄로 꿰는 주능선에 올라서서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밧줄 난간을 잡고 오른쪽 잘록이를 지나 제1봉 위에 올랐다. 여기 해발 650m의 오뚝한 산봉 정상 좁은 곳에 풀포기라곤 단 한 가닥도 붙어 있지 않은 헐벗은 무덤이 누워 있다. 무덤 정수리를 피해 절벽 위로 나섰다.
차 한 대가 단단한 외피의 무당벌레처럼 광채를 내며 달리는 암회색의 도로 저편 산비탈엔 검은 인삼 포막과 초록 채마밭, 암갈색의 묵밭들이 한 폭의 추상적 모자이크화로 새겨져 있다. 동편 멀리 주름진 산릉 사이엔 숨은 듯 엎드린 용담호수가 드러나 보였다. 남녘으로는 태양광을 등에 업은 수많은 산릉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농담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겹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이 풍경만으로도 만족하고 되돌아 내려가도 좋을 것 같았다.
"주말마다 등산로 정체되야 마땅할 명산"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올라 제2봉을 밟고, 제3봉도 정수리를 지났다. 봉우리를 거듭할수록 고도도 점차 높아져, 제4봉 정상은 어느덧 750m선을 넘고 있었다(N 35 55 29.8 E 127 25 38.9). 평평한 암반을 이룬 좋은 쉼터인 제4봉 정상에서는 구봉산의 주봉인 천왕봉의 발치까지 남김없이 드러나보였다. 동쪽 저 멀리 별다른 기복 없이 길고 길게 뻗은 산릉은 무슨 산줄기일까. 미처 생각이 가 닿기 전, 마이산악회 김 대장이 "저게 덕유산 능선" 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20분 남짓 이 기막힌 암반을 떠자니 못하다 비로소 다음 봉을 향했다. 이후의 남릉 난간길에서 청동의 묵직한 쇳조각 같은 질감으로 구봉산릉 북쪽 계곡 중간에 들어박힌 연화저수지와 그 주변의 밝은 갈색 산비탈이 이룬 조화에 시선을 빼앗기고, 앞으로 올라야 할 저기 저 앞 천왕봉이 뜻밖으로 가파르고 높은 데 놀란 탓이다.그만 제5봉 짚기를 잊고 말아, 제6봉도 어느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천왕봉이 1km 남았음을 알리는 팻말이 선 안부를 지나 회색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나서자 마이산악회 회원들은 "이게 제7봉과 제8봉인데, 아직 정상 길을 내지 않았다"며 왼쪽 암벽 밑 길로 일행을 이끌었다. 옆을 가로지르며 본 제7봉과 제8봉 사이는 깊은 절벽으로 갈라져 있었다.
진안 고참 산꾼인 송윤섭씨가 "여기가 제9봉" 이라며 앞을 내준 봉우리 정상은 전에 없이 넓고 평평하며 나무 그늘도 져 있어서 여러 등산객들이 앉아 점심 도시락을 펴고 있었다(N 35 55 22.7 E 127 25 23.8). 제9봉 바로 다음 안부에서 왼쪽으로는 출발점인 상양명 마을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 이미 정상 구경을 마친 몇몇 사람들은 이 길로 내려서고 있었다.
산죽밭 안부를 지나 길은 오른쪽으로 슬몃 우회하여 수직을 넘는 위협적 각도로 치솟은 거대한 암벽 아래의, 서늘한 냉기가 감도는 협곡으로 이어져갔다. 작은 석축을 쌓고 거기에 파이프를 박아 만든 샘터 위쪽으로는 겨울이면 커다란 얼음기둥이 맺힌다고 했다. 검게 흙물이 든 굵은 동앗줄에길게 이어진 가파른 협곡 중간에는 내년 봄 해동기엔 필경 굴러내릴 것 같은 암괴가 걸쳐져 있기도 했다.
협곡지대를 지나 햇볕이 드는 천왕봉 동사면의 중턱으로 붙었다. 이후부터 천왕봉 정상 오름길은 조망점을 하나씩 잡아오를 때마다 갑절로 커진 환희심을 선사했다.
"이렇개 맑은 토요일이면 수많은 등산객들로 산길 곳곳이 정체가 일어나야 마땅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적은 거죠?"
구봉산이 처음인 평택의 두 여성 꾼들은 그렇게 구봉산 천왕봉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멋진 풍광들에 감격해했다. 마이산이 진안의 명산으로 이름나 있으되 산행지로야 어디 구봉산에 당할까 싶다. 저기 제1봉에선 푸르스름한 얼룩 같았던 용담호는 어느 결에 호수다운 모습으로 산줄기들 가운데에 떠올라 있었다. 호수에 걸쳐진 한 가닥 긴 교량도 보였다.
정상 남릉의 '보너스 풍광'도 만점짜리
산정의 벤치에 앉아 밥 한 술에 풍경 한 번 돌아보며 늦은 점심을 들고나서 이제 절경은 끝이려니 했다. 그러나 진안 꾼들은 이제 절반만 보았을 뿐이라며 구봉산 남릉으로 길을 잡았다. 차를 둔 곳으로 되돌아가기가 다소 불편한 터인데도 우정 이렇듯 길게 도는 길을 잡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아무 말 않고 뒤를 따랐다.
정상을 떠나마자마자 우리는 진안 꾼들의 배려에 감사해야 했다. 능선 서쪽으로, 천왕봉 정상에 오를 때까지의 동쪽 풍광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한 치 다를 바 없는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 천왕봉 정상까지는 올망졸망 고만고만한 기복의 산릉이 전체적으로는 광대한 평원으로 펼쳐진 진안고원 특유의 풍광이 특징이라면 서쪽은 큼직하고 단순한 산릉들이 제각각 다른 윤곽선으로 끝간데 없이 펼쳐져, 이윽고 이 산하를 광대무변한 것으로 바라보게 했다.
숲이 우거지긴 했지만 양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암부가 연이어 나타났다. 왼쪽 뒤 저편으로는 구봉산 아홉 봉이 오후 햇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며 오전보다 한결 강렬한 톤으로 시선을 붙잡았다.그러므로 하산길도 더디어질 수밖에 없었다.
구봉산정에서 600m 남쪽 '천황사 2.7km' 팻말이 선 곳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갈림길이 한 가닥 보여, 김종선씨와 황노정, 김남숙씨 세 사람은 그 길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남릉길도 오래지 않아 고도가 주욱 가라앉으며 숲속 길로 변했다. 종일 광대한 조망에 길들여진 눈에는 나뭇잎이 모두 지고 저편까지 훤히 드러난 숲지대도 답답했다. 동리가 가까워지면서 무덤이 연달이 나타났다.
조선조 마지막 왕 순조, 곧 융희황제 추모비를 지나 이윽고 천황사 옆 도로변으로 내려섰다. 이 작은 산의 외진 골짜기에 있는 절이니 고작해야 초라한 당우 두어 동뿐일 작은 절일 것이라 여겼지만 천황사는 사뭇 규모가 컸다. 도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800년의 전나무, 그외 역시 노거수인 은행나무들, 그리고 단아하고도 웅장한 대웅전 주변의 널찍한 터로 보아 과거 엄청난 대찰이었을 것 같다. 수십 가닥으로 뻗은 가지 중 그 어느 것 하나 다친 것 없는 은행나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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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총무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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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철 참석
임원회의에서 그랜드 호텔과 어린이회관은 버스 승차지에서 제외됐으니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허호구참석 첫출발지가 서부정류장 맞은편LG전자 6시40분입니다...산행회비는 송금하시든지 총무2분에게 전화해서 책임진다는 약조를해주심을 부탁드림니다,감사합니다,,,
이상식 참석
양오열 참석 (서부정류장 L/G전자) 산행비 송금(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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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욱.이동우 참석 합니다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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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노님 참석 (인도 출장중 전화로 산행 신청 하심)
김형경 참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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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순.정향희.참석합니다
이경애.김명희 참석합니다.김명희씨는 무보험으로 간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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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숙,이전영,최성희,김수근, 신정희 참석
김진관씨 참석합니다. 서부정류장 탑승
서정태 참석 합니다 010-4944-9499
허인옥 외 김외자 여송자 참석합니다.
김기동 이영숙 참석
배철한 참석
박재흠.김인숙 참석 (드림피아탑승)
장탑이 오귀술
장정숙.황정숙 참석 (35.000원 송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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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대타~이동학참석
허인옥입니다.여송자씨가 교통사고로 못가게 되었습니다.죄송합니다.(4만원 송금했습니다.)
조카결혼식으로 불참한니다.즐거운 정기산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