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지만 70년대만 해도 겨울밤에는 찹쌀떡과 메밀묵 행상이 상당히 많았다. 길고긴 겨울 밤은깊어가고 출출해질 때 쯤이면 ' 메밀묵 하려! 메밀묵"하는 메밀묵 장사의 소리가 들린다. 먹거리가 넉넉하지 않았던 때라 겨울에는 찐고구마에 시원한 동치미로 밤참을 햇을 때 멀리서 들리는 찹쌀떡 장수나 메밀묵 장사의 외침은 긴 여운으로 남았다. 어둡고 추운 겨울 밤 인적도 뜸한 시간 멀리서 들려오는 메밀묵 장사의 소리는 적막한 겨울 밤에 듣는 향수짙은 소리가 되었다.
묵은 곡식이나 열매의 전분으로 풀을 쑤어 굳힌 것으로 우리 고유의 식품이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매끄럽고 산뜻해서 입맛을 돋워준다. 묵의 원료는 녹두, 메밀, 도토리, 옥수수로 만든다. 묵도 계절에 따라 먹는 것이 다른다. 봄에는 녹두로 만든 청포묵이 제맛이요, 7,8월에는 두메산골 강냉이로 만든 올챙이묵을 먹고, 가을에는 도토리묵을 먹는다.
투명한 빛으로 야들야들한 흰녹두묵은 청포묵이라고 하고 치자물을 들여서 황포묵이라고도 한다. 녹두묵이 양반음식이라면 메밀묵과 도토리묵은 서민음식이다.
메밀 원산지는 춥고 척박한 몽고지방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왔다.
'본초강목' "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훑는다" 했다.
메밀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인 리신,루틴이 많이 포함,되어있어 고혈압환자에게 효과적인 영양소이며,비타민 B1 B2등 영양가가 높고 칼로리는 낮다.
우리 선조들은 구황작물을 이용하여 맛있는 음식으로 먹는 지혜를 발휘했는데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 메밀냉면, 메밀부침, 메밀묵 등이 그것이다.
또 메밀은 잎이 파랗고 꽃이 희며 줄기가 붉고 열매가 검으며 뿌리가 노랗다 하여 오색을 갖춘 五方之靈物이라 하여 식물이상의 뜻을 부여 했던 것이다. 마을 부녀자들이나 처녀들이 밤에메밀묵 추렴을 곧잘 했던 것도 五方色을 갖춘 메밀을 먹으면 오방의 속살이 예뻐져 아들을 잘 낳는다는 미용식의 속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메밀묵을 얇고 가늘게 채썰어 양념한 제육과 잘게썰은 배추김치볶아 함께 무친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서 입안이 얼얼하도록 하여 매우면 찬 동치미 국물을 떠 먹어가며 먹는 것은 천하일미라고 한다.메밀묵은 색깔이 탁하고 모양은 볼품없지만 입안과 목구멍을 가득히 채우는 텁텁하고 구수한 맛이 멍하게 만들었다.
시인 박목월은「적막한 식욕」이란 시에서 " 메밀묵이 먹고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서로불러 길을 가며 쉬며 그 마지막 주막에서 /걸걸한 막걸리 잔을 나눌 때 절로 젓가락이 가는 / 쓸쓸한 음식"이라고 읊었다.
메밀은 원나라에서 고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으로 보냈다고 한다. 흉년이 들어 풀뿌리조차 귀 할 때 원조하는 양으로 메밀을 보냈다. 메밀을 부러뜨리면 하얀 즙이 나오는데 이 것을 독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메밀을 오래먹으렴 체력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원나라 우세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메밀은 소화가 잘 안되는데 우리 조상들은 무와 함께 먹어 오히려 건강식품이 되었다. 어느 시대에나 힘이 없는 민족은 자존심을 지킬 수 가 없다. 힘이 없는 민족과 국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호적인 제스추어를 보내는 나라가 있다면 그 저의를 곰곰히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