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15 - 벤처의 꿈
S#1. 게시판 부근
백곰이 천천이 경계의 눈을 굴리며 걸어온다. 그러다 게시판을 날카롭게 쳐다본다.
포스터 한 장이 상단 한쪽 부분이 떨어져서 접혀있다.
백곰 다가가서 정성스럽게 떨어져 나간 부분을 펴더니, 주머니에서 스카치 테이프를 꺼내 붙인다.
한걸음 물러나서 흐믓하게 바라보는데.
그 때 백곰과 포스터 사이에 들어서며 포스터를 바라보는 재명. 포스터의 내용은 [사업계획서 경진대회]
백곰, 열심히 포스터를 읽어보는 재명을 쳐다본다.
재명, 주머니를 뒤지다가 뒤의 백곰을 발견하고는
재명 : 혹시 메모할 종이 갖구 계세요?
백곰 : (조용히 다른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더니 한 장 찢어준다)
재명 : (종이를 받아들고는 다시 주머니를 뒤지다가) 저기.. 볼펜 있으세요.
백곰 : (다시 볼펜을 꺼내 준다)
재명 : (부지런히 포스터의 내용을 메모하는데)
백곰 : 여기 학생 맞습니까?
재명 : (돌아보고) 저요? 예 그런데요.
백곰 : 학생이 종이도 연필도 없이 다닙니까?
재명 : .... 도서관에 가방을 두고 와서요.
백곰 : 오오 도서관... 좋습니다.
재명 : (볼펜을 돌려주며) 잘 썼습니다. (가려는데)
백곰 : 창업에 관심이 있습니까?
재명 : 저요?
백곰 : 어허.. 언제나 ..저요? 하고 되묻습니까? 학생은 그동안 조연만 해왔군요. 인간이란 항상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야 됩니다.
재명 : 아.. 예. (생각해보는)
백곰 : 벤처 사업이 뭔지는 압니까?
재명 :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라서 멀거니 보는)
백곰 : 내가 홍릉 경영대학원에서 1483일을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벤처라든가 사업에 대해선 좀 압니다.
벤처사업이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택하는 길이 아닙니다. 매우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고난의 길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재명 : (버엉..)
백곰 : 학생은 개성적인 사람입니까? 고난을 극복하는 걸 즐길 수 있습니까?
무엇보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재명 : 아이..디어요?
S#2. 도서관 앞
옥주와 마이클이 웃고 떠들며 나오다가 저 앞에 앉아있는 재명을 본다.
재명은 아까 적은 메모를 보며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옥주 : (팔랑거리며 다가서서) 뭐해? 뭐 봐?
재명 : (얼른 메모를 감춘다)
마이클 : 나도 가르쳐줘. 뭐야. 뭐야.
재명 : 암것두 아냐.
옥주 : (흘겨보며) 미워할 거야.
재명 : (한숨을 쉬는)
옥주 : 왜애?
마이클 : 재명이 한숨 셨다. 슬픈 이야기야?
재명 : (정색을 하더니) 니들 말이지. 내가 벤처를 해보겠다구 하면 웃을거야?
옥주 : 벤처?
마이클 : 영어루 벤처가 한국말도 벤처야?
재명 : 그래. 벤처기업.
옥주 : (으잉? 하는 얼굴로 보는)
마이클 : 재명이 사장님 하고 싶어?
재명 : (메모지를 꺼내 옥주를 보여준다)
옥주 : (읽어보더니) 사업계획서 경진대회?
S#3. 동아리방
민재는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고.
채영과 정태는 테이블 근처에서 놀고 있고. 그 주위에 마이클 재명 옥주.
정태 : 어 나도 그 포스터 봤다.
채영 : 경진대회면 일등했을 때 뭐 나오는거야?
옥주 : 입상하면 연구 지원금이 나온대.
마이클 : 아주 쪼오끔 줘요. 쪼오끔.
정태 : (재명이 보며) 거기 니가 나가보겠다구?
채영 : 재명이 니가?
재명 : (좀 불퉁해진다) 그냥 한번 해볼까 하구..
정태 : 마. 그런건 한번 해볼까해서 하는 게 아냐.
채영 : (민재를 보며) 민재야. 들었어? 재명이가 벤처 대회에 나가구 싶대.
민재 : (할수없다는 듯 돌아앉으며) 지금 내 머리 속에는 로봇 축구 대회라는 거 밖에 없어. 재명이 너 기어수치는 맞춰왔어?
재명 : 어..형 그게 그러니까 몇번 해봤는데 잘 안되드라구..그래서..
민재 : 그래서 못해왔단 얘기지?
재명 : 그게...어.
민재 : 못한다는 건 없어. 알어?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야. 할려구 들면 왜 못해. 무슨 방법을 써서라두 하는거지.
기어 수치도 못 맞추겠단 놈이 무슨 벤처냐.
정태 : (재명에게) 벤처라는 건 일단 기술이 있어야 되구..
재명 : 생각해둔 건 있어.
채영 : 생각만 가지군 안된대니까. 벤처는 사업이야. 사업을 할려면 경영 능력이 있어야지.
민재 : 글세 그 생각해둔 기술이 뭔데. 사업을 할만한 기술이야?
옥주 : 듣다보니까 이상하네. 그럼 재명이는 공부도 못하구 인간두 안되있다 이거야?
채영 : 어.. 그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미안해서..)
옥주 : 민재오빠가 벤처한다 그랬음. 다 잘해봐라 그럴거잖어.
정태 : 그야..민재는 워낙 질긴 놈이니까..
채영 : 민재는 연구한대잖어. 얘야 공부밖에 할 줄 아는 게 더 있니.
옥주 : 그봐. 재명이는 질기지두 못하구.. 공부두 못한단 얘기잖어.
채영 : (난처한데)
민재 : 자아자. 누가 벤처 얘길 먼저 꺼낸거야. 쓸데없이 애 머리에 바람만 들잖아. 옥주 넌 유니폼이 자꾸 벗겨지는 거 손 봤어?
그리고 마이클...
마이클 : (재빨리) 나 잘하구 있어. 하라는 건 다 했어.
민재 : 뭘 하라 그랬는데?
마이클 : 아... 그게 뭐였지? (귀여운 얼굴로 보는)
S#4. 공장동
재명과 옥주가 앉아서 로봇 몸체에 사포질을 하고 있다.
옥주 갑자기 부품을 탁 놓더니..
옥주 :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네. 그렇게 가만 있지 말구 말 좀 해봐. 넌 기분 안나뻐?
재명 : (시무룩하게 사포질하며) 형들 말이 맞지 뭐. 나야 공부도 못하구 뭐 하나 끈질기게 할 줄도 모르잖아.
옥주 : (화가 나서 재명을 보다가 재명의 손에서 부품을 뺏어놓더니) 너 그거 해. 해서 보여주는거야. 너 무시한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 너 사장님 해. 내가 도와줄게.
재명 : (멀뚱히 보는)
옥주 : 그거 벤처 시작해서 까짓거 졸업하기 전에 사장님두 하고 회사두 차리고 수출두 하고 재벌이 되란 말이야.
재명 : ... 내가?
옥주 : .... 그래. 너! 최재명이 하는거야.
재명 : (생각해보는)
옥주 : 근데.. (조심스레) 너 아이디어는 정말 있는거야?
재명, 옥주를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서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멈춰서 옥주를 보고.
재명 : 옥주야.
옥주 : (덩달아 긴장해서) 응 듣구 있어.
재명 : 남들이 웃을까봐 이제껏 말은 안했는데.. 내 꿈은 벤처야.
옥주 : 난 안 웃어.
재명 : 물론 난 공부는 못하지만 나 수영 잘하잖아.
옥주 : 너 수영 잘해.
재명 : 그건 내가 수영을 재밌어하기 때문이야. 난 재미있는 건 정말 목숨 걸구 잘 할 자신 있어.
옥주 : 너 새벽마다 수영 연습나가는 거 처럼 하면 뭐든지 할수 있을거야.
재명 : 나 생각해놓은 사업 구상 있어. 기술이 좀 딸리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다 되어있는 게 있다구. 너 벤처가 뭔지 알어?
스스로 선택한 고난의 길을 극복하면서 성취감을 갖는거야. 난 고난을 극복하는 건 잘 한단 말야.
옥주 : (보다가 배시시 웃는다) 재명아 그거 알어?
재명 : 뭐.
옥주 : 너 정말 멋있어. 진짜야.
S#5. 캠퍼스
재명의 오토바이에 함께 타고 달려가는 옥주.
S#6. 신기술 창업지원단 사무실 앞
간판이 보여지고.. 그 위로 들리는 재명의 소리.
재명 : (E) 신청하러 왔는데요.
S#7. 사무실 내부
사무원이 몇가지 양식을 집어준다.
사무원 : 이거 작성해오세요.
재명, 받아서 들여다본다. 옥주도 옆에서 들여다본다.
아주 복잡해보이고 문항도 많은 신청 양식이 클로즈업 되어 보이고. 들춰보면 많기도 하다.
재명과 옥주 난감한 얼굴로 마주본다.
S#8. 도서관 세미나실 (밤)
지원이 신청서를 뒤져본다. 그 앞에 앉은 재명과 옥주. (지원은 공부하던 중.. 앞에는 공부하던 책들이 쌓여있고)
지원 : 뭘 모르겠다는거야?
재명 : 솔직히 말하면 뭘 물어봐야 될지도 모르겠어.
옥주 : 언니는 벤처창업론이라는 과목도 듣구 있잖아. 그러니까 그냥 기초부터 설명해줘.
지원 : 기초가 이거야. 사업계획서 쓰는 거. 잘 쓰여진 사업계획서는 창업의 첫 번째라구.
옥주 : 아이참. 사업계획서야 쓸 수 있지. 우리두 바보가 아닌데. 근데 문제는 어떻게 쓰면 대회에 입상할 수 있을까
그 자문을 좀 해달라는거지이.
지원 : 정확하게 얘길 해. 대회에 입상하는 게 목표야. 아니면 진짜루 창업을 하고 싶은거야?
옥주 : (뭔가 얘길 하려는데)
재명 : (막으며) 정확하게 얘기할게. 누나...
지원 : (잘라서) 잘 아는 누나한테 말하는거야. 아님 선배한테 말하는 거야?
재명 : ..지원선배.
지원 : 계속해봐.
재명 : 내가 생각해둔 사업 계획이 있어. 난 가능하면 이걸루 창업까지 연결해보고 싶어. 일단 내 계획을 들어줘.
지원 : 그리구?
재명 : 괜찮다구 생각하면 선배가 이 사업에 동참해줬으면 해.
옥주 : (의외라서 돌아보는)
재명 : 난 사업경영 부분에 약해. 선배는 그 쪽에 아주 강하잖아. 그러니까 사업부분은 선배가 맡아줘.
지원 : 지분은? 나한테 몇 퍼센트를 줄거냐구.
재명 : (말이 막혔다가) 선배가 하구 싶은대루 하지 뭐.
지원 : 틀렸어. 공동창업을 할 때 깨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야. 처음부터 계산이 정확해야 돼.
방금 니가 말하는 그런 식으로 대충 넘어갈거면 벤처구 뭐구 시작 안하는 게 좋아.
재명 : ... (자세를 똑바로 하여 앉더니) 명심하겠습니다. 옳은 충고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지원 : (잠시 보다가) 니가 공동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선 팀을 제대로 구성해야 할거야. 그러기 위해선 설득력도 필요하고.
자 우선 날 설득해봐.
재명 : (긴장하여 생각하는)
옥주 : (같이 긴장해서 양쪽을 번갈아보는)
재명 : 이 계획은 물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지원 : (더 들을 생각도 않고) 벤처는 최소한 10년을 바라보고 하는거야. 첨부터 그런 식이라면 난 안하겠어.
(자기 보던 책을 다시 펼치는데)
재명 : 사실대로 말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선배는 얻는 게 있습니다.
지원 : (다시 보는)
재명 : 선배는 졸업하면 취직을 하거나 벤처를 할 생각을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번에 함께 하는 것은 선배에게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 될겁니다.
지원 : 내가 경험을 쌓는다면 너처럼 기술이 딸리는 아이하군 하지 않겠어.
옥주 : 어떤 건지 아직 얘기두 안 들어봤잖아.
재명 : (옥주를 막으며) 기술 부분은 오늘 중으로 완전히 보강해 놓을 자신이 있어.
지원 : (보는)
재명 : (정말 자신있게 웃는)
옥주 : (울상이 되서) 재명아. 지금은 밤이야. 오늘 다 끝나가고 있다구.
S#9. 석학의 집.
영업이 끝난 시간.
손님은 아무도 없는데 신나는 음악이 울려나오고 있다.
마이클이 한가운데 서서 춤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앞에서 미순이 열심히 배우는 중이고, 진영이 옆에서 즐거워 보고 있고...
마이클 : 아이참.. 누니임. 그렇게 막 흔들면 춤 아니에요.
미순 : (열심히 흔들어대며) 막 흔드는 게 춤이지. 그럼 살살 흔드는 게 춤이냐.
마이클 : 리듬! 유 노우 리듬? 음악에는 리듬이 있어요. 리듬에 맞춰서 ..(안타까와서) 나 봐요. 이렇게 원투원투..
(음악에 맞는) 음치치 음차..
미순 : (격렬하게 흔들며) 음치치 음차.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백곰. 안의 상황을 잠시 본다. 아무도 그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백곰은 퇴근 후라서 평상복 차림.
백곰 : 에헴..
진영 : (먼저 발견하고) 어서 오세요.
미순 : (흔들며 보다가 놀라 멈춘다) 뉘슈.
백곰 : 먼저 이 소음 좀 줄여주시겠습니까?
미순 : 소음이라니. 이 음악을 두고 하시는 말씀?
백곰 : 그 음악이라고 주장하는 소음을 좀 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진영 : (눈치보며 음악을 끄고)
미순 :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 시간은 끝났는데요.
백곰 :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저는 퇴근 후 순찰 중인 캠퍼스폴리스 올습니다.
미순 : 캠폴?
마이클 : 오우 하우두유두 나 폴리스 좋아해요. 나 마이클이에요.
백곰 : (이건 또 무슨 인간인가 해서 보는)
미순 : 오오라. 그러니까 댁이 아놀드하구 교환했다는 분이구랴. 아놀드는 홍릉으로 가고 거기서 한 사람이 온다드만..
백곰 : 실례지만 이곳에서는 이렇게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고성방가를 누출하면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게
다반사입니까?
미순 : 누출.. 다반사.. (잠시 말뜻을 헤아려보는)
진영 : 맨날 그런 건 아니구요. 오늘은 언니가 춤을 배우신다구..
백곰 : 방금 그게 춤이었습니까?
미순 : 이거 보십시다. 우리 석학의 집은 이래뵈도 완벽한 방음장치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쳐서..
백곰 : (수첩을 꺼내며)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미순 : 얼레. 남의 처녀 이름은 알아서 뭣하시게.
백곰 : 아주머니가 아니라 처녀셨습니까?
미순 : (열이 받기 시작한다) 방금 그 말은 시비거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겄지요오?
백곰 뭐라 대꾸하려는데.. 옥주와 재명이 뛰어들어온다.
옥주 : 마이클,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미순에게) 언니 안녕하세요.
재명 : (미순에게) 안녕하세요. 누님. 마이클 좀 데려 갈게요.
마이클 : 나? 왜?
옥주와 재명은 영문모르는 마이클을 억지로 끌고 나가고 남아서 보던 미순, 자랑스럽게 백곰을 보며..
미순 : 방금 쟈들이 언니, 누나 이렇게 부르는 거 들었지요오?
S#10. 동아리방 (밤)
민재와 정태 지원 채영이 앉아서 졸린 얼굴로 스터디를 하는 중이다.
채영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채영 : 지금 몇시야? 남은 건 내일 하면 안될까.. 한 잠 자구 나서 하면 머리가 팍팍 돌아갈텐데.
정태 : 할 일 없는 너하구 내가 참아야지 별수 있냐. 민재는 로봇 축구 준비해야지. 지원이는 돈 벌어야지. 다들 시간이 없다구.
민재 : 채영이 넌 놀면서 밤 샐땐 자는 사람까지 깨워가면서 놀잖아.
채영 : 당연하지. 어떻게 놀때하구 공부할때하구 같을 수가 있냐. (잘됐다싶어 말쌈을 시작하려고 자세가지 바로잡는데)
그건 말이야. 민재 니가..
문이 벌컥 열리며 재명과 옥주 마이클이 들어온다. 마이클은 재명에게 끌려들어오는 자세.
재명 : 지원선배. 기술자 확보했어요. 이 친구면 확실해요. (마이클을 앞으로 내세운다)
옥주 : (뒤따라 들어오다가 안의 모습을 보고 꾸벅 인사를 하며) 공부하시는데 대단히 죄송합니다.
지원 : 마이클이 한다구?
마이클 : 나 해요. 나 그거 잘하면 진영씨하구 데이트 열번 해. 재명이가 그렇게 해준대.
민재 :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거야.
옥주 : (자랑스레) 재명이 벤처하는데 지원이 언니가 사업담당 해준댔어. 기술만 확실하면.
정태 : (지원을 본다) 니가 뭘 한다구?
지원 : (못 들은 척 재명에게) 아직 멀었어. 니 아이디어는 계획서만 갖구는 통과되기 어려워. 시제품이 있어야돼.
재명 : 프로그램은 대충 되있어. 완성만 시키면 돼.
지원 : 자금 있어? 일단 보이스카드가 필요한데. 돈이 있어야 사지.
채영 : (이쪽 저쪽 보고 있다가) 뭘 만들건데.
민재 : 아아아 모두 잠깐만.. 니들 로봇은 어뜩할거야.
재명 : 형 날 믿어. 믿어두 돼. 나 지금 뭐든지 할 수 있을거 같어. 그럼 모두 계속 공부하세요.
옥주와 마이클을 몰고 우당탕 나가버린다.
민재 가늘게 눈을 뜨고 지원을 본다.
민재 : 설명 좀 해줄래?
지원 : ... 들은대로야. (책 뒤적이며) 어디까지 했었지?
S#11. 이교수 강의실
이교수 들어온다.
아슬아슬하게 달려들어오는 마이클. 헐떡이며 옥주, 재명 옆에 앉는다.
이교수 출석 부르는 사이.
재명 : (소리죽여) 알아봤어?
마이클 : (손가락 4개 펴보인다)
재명 : 40만원?
마이클 : (고개 젓고) 400만원.
재명 : (놀라 큰소리로) 400?
이교수, 못마땅한 표정으로 재명쪽 쳐다본다.
재명, 이교수와 시선이 부딪히고 얼른 고개 숙인다.
재명 : (답답하다) 뭐가 그렇게 비싸? (머리를 긁어대다가 마이클에게) 너 돈 가진거 없냐?
마이클 : 나 돈 없어. 돈이 나 싫어해.
재명 : (옥주쪽 보면)
옥주 : (고개젓는다)
재명 : 그럼 할 수 없지. 엔젤을 찾는거야.
마이클 : 뭘 찾어?
재명 : (또 큰소리로) 엔젤!
자막 [ 엔젤 : 후원자]
이교수와 학생들, 재명쪽 본다.
마이클, 옥주도 재명을 쳐다보고 있어서 재명 혼자 소리지른것처럼 보인다.
이교수 : 최재명.
재명 : (일어서며) 네.
이교수 : 계속 소리지를거면 조용히 나가고 조용히 있을 수 있으면 앉아있어.
재명, 잠시 망설이더니 가방을 들고 나가며 이교수에게 인사를 꾸벅한다.
이번엔 이교수가 놀란 표정으로 나가는 재명을 쳐다본다.
S#12. 공중전화 박스
재명이 전화를 하고 있다.
재명 : 예 아버지. 시험은 잘 쳤어요. 그럼요.. 저..요즘 공장은 잘되요? 아.. 예 다들 힘드시구나. 아녜요. 용돈 아직 남았어요.
엄만 건강하시지요? ...예.. 그럼 또 전화드릴게요. (전화 끊는다. 휴우..한숨이 나오고)
S#13. 박교수 연구실
남희와 박교수가 듣고 있고.
옥주와 재명이 번갈아 설명을 하고 옆에 마이클은 중간중간 장단을 맞추고..
옥주 : 이름하여 CTI를 이용한 대규모 패널 마케팅 리서치 시스템입니다.
마이클 : Computer Telephony Integation
박교수 : 오오 이름이 좀 기네. 그런데?
옥주 : 기존에 리서치 방식은 너무너무 원시적이었잖아요. 사람을 고용해서 설문지 들고 아파트같은데 찾아다니거나,
아니면 리서치 요원들이 하루종일 앉아서 전화를 해서 물어보거나 그랬잖아요.
마이클 : 그거 너무 안좋았어요.
박교수 : (남희에게) 그랬나?
남희 : 전화설문방식을 ARS라구 하잖아요.
박교수 : 맞어맞어. 그런데?
재명 : 그건 돈도 많이 들고, 통계처리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랬습니다. (들고있던 자료를 한뭉치 박교수에게 내주며)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들이 개발하려는 것은 컴퓨터를 통한 패널 방식입니다.
마이클 : 이거 아주 좋아요. 그레이트.
옥주 : 일단 조사대상을 회원제로 모집하는거에요. 그 담에 앙케이트를 할 때마다 돈을 줍니다. 그러니까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잘 해줄거에요.
박교수 : 돈을 줘?
재명 : 조사대상도 분명히 할 수 있구요. 남녀. 나이. 직업 이런 건 이미 회원 정보로 입력되있으니까요.
옥주 : 전화설문은 두 개나 세 개밖에 못 물어보지만 이건 더 많이 물어 볼 수 있어요. 회원들한테 물어보는 거니까.
박교수 : 호오.. 대충 알겠어. 멋져. 해봐. 건투를 빌어.
마이클 : 거봐. 내가 싸부님은 도와줄거라구 그랬잖아. 나 천재.
재명 : 저..근데 그게 문제가 좀 있습니다.
박교수 : 뭐? 기술적인 문제라는 건 인간이 해결하게 되어있어.
재명 : (말을 못하고...)
마이클 : (눈치를 보고)
옥주 : 교수님. 투자하실 생각 없으세요?
박교수 : 투자? 돈?
옥주 :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 400만원이 필요하거든요.
박교수 : 400만원? 알았어. (남희에게) 우리 연구비 남는 거 없나?
남희 : (냉정하게) 안되요. 교수님. 그건 단돈 백원두 연구처에 보고하고 허락받아서 사용해야 되는거구요.
연구 프로젝트 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박교수 : 어...그럼 내 월급날이 언제지?
남희 : 한달만 기다리시면 되는데요.
박교수 : 한달? 어라 그럼 이번에 받은 월급은 어디루 간거지?
S#14.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차를 준비하고 있고, 박교수는 서성거리며..
이교수 : 난 애들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벤처 시작하는 거 반대에요.
박교수 : 애들이니까 하는거지 나이들면 못하는 게 벤처 아닌가요?
이교수 : 벤처라는 건 아이디어나 기술 하나만 믿구 시작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애들 가르치고 싶진 않아요.
박교수 : 원래 벤처라는 건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거에요. 돈이구 뭐구 다 준비해서 시작하는 건
기업이라구 하지 않나요?
이교수 : 우리나라 벤처 성공률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5퍼센트두 안되요. 근데 그렇게 허상만 키워주면 어뜩해요?
박교수 : 허상을 좋게 말하면 꿈이 아닌가요? 꿈... 드림.. 엠비셔스..
이교수 : 우리 카이스트만 해두 벤처의 꿈을 가진 애들이 50퍼센트에요. 그 애들이 와서 손 벌리면 다 돈 빌려줄거에요?
그게 박교수가 애들 가르치는 방식이에요?
박교수 : 알았다.
이교수 : 뭘 알아요.
박교수 : 이교수님두 돈이 없는거죠? 에이 그럼 없다 그럼 될걸 가지구 뭘 그렇게 어렵게 말씀하세요.
(벌써 문으로 가며) 하아. 이젠 누구한테 가보나..
이교수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가는 박교수를 본다. 두 손에는 찻잔 두 개를 든 채.
S#15. 처장실
박교수와 처장이 마주 앉아서...
처장 : 벤처... 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지원해주는게 학교방침입니다. 학생이 해도 좋고 교수님들께서 하셔도 좋고
학교로선 뭐 말릴 이유가 없지요.
박교수 : 그렇죠? 그러실줄 알았어요. 역시 처장님과는 언제나 말이 통한다니까요.
처장 : 대학원생들뿐만 아니라 학부생들도 사업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 많아요.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중에도
이미 사업을 하고있는 사장님이 있지요.
박교수 : 이번에 대회도 하지요? 사업계획서 경진대회.
처장 : 그런걸로 알고있습니다.
박교수 : 그럼 지원을 좀 해주세요. 그 대회에 나갈려고 하는데 개발금이 필요하다는 학생이 있어서요.
처장 : 개발금요? 그건 좀 곤란하고... 학교안에 신기술 창업지원단이라고 있어요. 거기다 일단 사업계획서를 내면
어디서 지원을 받을수있는지 알아줄겁니다.
박교수 : 아니, 그 사업계획서를 만드는데 돈이 필요하다구요. 지원을 해주신다면서요?
처장 : 그러니까, 그 지원금을 주려고 대회를 하는거지요.
박교수 : 그런데 그 대회에 나갈려면 돈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처장 : 하... 이거 참...
박교수 : (역시 답답하다) 하... 이거 참...
S#16. 인공위성센터
서교수가 하하 웃더니.
서교수 : 두분 교수님 말이 백번 옳아. 요즘 젊은 친구들.. 벤처가 무슨 금광쯤 되는 줄 알고 있다구.
박교수 : 그애들이 갖구 온 아이템 아주 좋아. 괜찮다구. 내가 다 훑어 봤어.
서교수 : 아이템 좋고 기술 좋아서 성공할 수 있으면 어느 벤처가 망하겠어. 다 처음에는 기발한 기술을 갖구 시작하는거지.
박교수 : 그런데 왜 망하는거지?
서교수 : (어이없어 웃고) 몰라서 묻는거야? 벤처는 사업이야. 제품 생산하고 시장 조사하구 판매하고 수익을 남겨야 된다구.
이교수 말대루 그애들 도와주고 싶으면 돈 몇푼 빌려주는 거 보다는 경영부터 가르치는 게 나을걸.
박교수 : 바로 그거야. 경영을 가르치는 거.
서교수 : 돈 빌려준다며.
박교수 : 돈 빌렸다가 못 갚구. 실패하고. 고꾸라지구.. 밤에 혼자 술 먹구 울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시작하구...
그러면서 배우는 거 아닌가. 나 같으면 그렇게 배우고 싶은데. 그래야 제대로 배우지.
서교수 : (보다가 허허 웃고 만다)
S#17. 산책로 부근 (낮)
정태가 가방을 베고 무협지 한권을 얼굴에 덮고 잠들어 있다.
아주 달게 자는데 누군가 지나가다가 발을 툭 건드린다. 재명이다.
재명 : (놀라서) 어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가려다가 다시 돌아보면...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 책을 걷어내는 정태다.
재명 : 형.
정태 : 야아 어떻게 인간이 방해를 안하는 곳이 이렇게 없냐. (부시시 일어나 앉는)
재명 : 방에서 안 자구 왜.
정태 : 명색이 봄인데 방구석에 처박혀 있자니 신세 처량해서 나왔다. (기지개를 켜는)
재명 : (옆에 주저앉는다)
정태 : 너는 왜 헤메다니구 있냐.
재명 : (주저하다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부시럭거리며 꺼낸다. 뜯지도 않은 담배갑이다)
정태 : 어쭈..
재명 : (시무룩한 얼굴로 라이터도 꺼내는데 역시 비닐도 뜯지 않은 새것이다)
정태 : 너 담배 펴보긴 했냐.
재명 : 고등학교때 친구들하구 몇번..
정태 : 그러셨어.
재명 : 대학 와선 수영해야 되니까 안 핀거지. (담배갑을 뜯는다)
정태 : (아예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재명 : (담배를 꺼내다가 정태의 눈치를 보고) 선배 앞에서 담배 피면 안되겠지?
정태 : 아니 괜찮습니다. 사양말구 태세요.
재명 : (라이터 비닐도 뜯다가 다시 눈치보더니) 옥주한텐 말하지 말아줘.
정태 : 아하 그러니까 옥주를 피해서 이 구석까지 온거구만.
재명 : (한숨부터 푸욱 쉬고 담배를 입에 물고 역시 망설이는)
정태 : 너 돈 구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하드라.
재명 : (또 한숨)
정태 : 아직 포기 안한거야?
재명 : 형두 내가 포기하기 바래?
정태 : 그럴 리가 있냐.
재명 : 미안해. 포기했어. 나란 놈이 그렇지 뭐. 뭘 제대루 끝까지 하겠어.
정태 : 그래. 그럼 이건 주지 말아야겠군. (가방에서 삐죽이 나왔던 뭔가를 꺼내든다)
재명 : 뭔데.
정태 : 포기했대매. 그럼 알거 없어.
재명 : 뭔데.. (빼앗아본다.)
펴보면 신기술 창업 박람회에 대한 포스터이다. 내용 좀 잠시 보여주고.
재명 : (E) 신기술 창업 박람회?
정태 : (E) 지금 서울서 하고 있댄다.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구
정태 : 돈 대줄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지 아마.
재명 : 도온? (눈이 번쩍 뜨인다)
정태 : 포기한 사람한테는 돈 대줄 사람이 필요없잖아. 이리 줘. 도로 갖다 붙여놓게. 메모하려다가 귀찮아서 뜯어왔거든.
재명 : (포스터를 가슴에 부여안고는 벌떡 일어난다) 형 나 간다. (후다닥 뛰어가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담배와 라이터를 주며)
고마워. 잘 자.
정태 뛰어가는 재명을 보다가 웃고는 손에 들린 담배갑을 본다. 하나 빼어 문다.
S#18. 박람회장 입구
화려한? 하여간 여러 가지 간판이나 현수막 등.. 창업박람회장임을 알리는 모습들.. 들어서는 사람들..
그 중에 옥주와 재명, 마이클이 입을 헤 벌리고 촌놈처럼 두리번거리며 들어서고 있다.
S#19. 박람회장 내부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은 분위기로 내부의 이모저모 스케치...
각 부스마다 새로운 기술이나 시제품들이 전시되어있고.. 그 중에서 신기한 것들 보여주고..
그리고 자꾸만 부스마다 멈춰서는 마이클을 잡아 끌고 가는 재명과 옥주의 모습.
상담 부스 앞에 늘어선 사람들..
S#20. 엔젤부스
상담하고 있는 사람들.. 상담하는 모습들..
저 뒤에서 재명이 마른 침을 삼키며 부스를 노려보고 있다.
옆의 옥주가 재명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옥주 : 긴장할 거 없어. 넌 잘할 수 있어. 자 내말 따라해봐. 난 잘 할수 있다.
재명 : 난 잘할 수 있다.
옥주 : 왜? 나는 최재명이니까.
재명 : 왜? 나는 최재명이니까.
옥주 : 오케이 그럼 가봐. (밀어낸다)
밀리듯 부스 앞에 와 서는 재명. 부스의 상담원이 재명을 쳐다본다.
재명 : 사업계획서를 갖고 왔는데요. (부리나케 서류봉투를 꺼내며) 저희가 구상하는 건 어떤 건가하면요.
상담원 : 저쪽으로 가보세요.
S#21. 회장 안 다른 곳
또 다른 중년의 사업가 차림 남자앞에 앉은 재명,
남자, 사업계획서 보고 있다.
재명 : 일단 여기 오기 위해서 급히 만드느라구 빠진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얼마든지 설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 (계획서 설명하려는 듯 페이지 넘겨주며) 드리자면 저희 시스템은 일단 리서치 의뢰가 들어오면
대상패널을 데 이터 마이닝 기술을 이용해서 추출을 하거든요. 그럼 CTI에서 회원들에게 응답을 받아서 DB에 저장하고
SPSS나 SAS같은 통계처 리시스템과 연결해서....
중년남자. 재명말은 듣는둥 마는둥 대충 훑어보다가.
상담원 : 아... 그건 됐고, 담보는 있어요?
재명 : 예?
상담원 : 담보 말야. 부동산이나... 사무실은 전세루 있나?
재명 : 저... 처음이니까 그렇게 큰 돈을 필요없는데요. 천만원만 있으면.. 아니 400만원만...
상담원 : 담보 없어요?
재명 : (좀 화가 난다) 담보가 있다면 여길 왜 왔겠어요. 은행에 가서 떳떳하게 담보 잡히고 돈 빌리면 되죠.
저는 기술을 보고 투자 할 분을 찾으러 온거라구요.
상담원 :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담보 없으면 곤란해. 그건 엔젤뿐 아니라 정부 자금도 거의 마찬가지야.
재명, 할말을 잃고 상담원을 쳐다본다.
S#22.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창업박람회?
남희 : (자기 컴 앞에서 작업을 하며) 네. 애들 셋이 우루루 몰려갔나봐요. 엔젤을 찾겠다구 갔다는데.. 엉성한 사업계획서에
시제품두 없이 무슨 엔젤을 구하겠어요.
박교수 : (갑자기 안절부절하며 뭔가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
남희 : (눈치 못 채고) 안 그래도 자본가 구하는 창업가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건데요 뭐.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해요.
기술을 개발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데 그거 개발할 돈이 없는 거잖아요. 그럼 돈을 벌어서 기술을 개발해야 되는데
돈 버는 방법이라곤 기술개발하는 거 밖에 없어요. 그럼 그 돈이 도대체 다 어디 가 있는거죠?
박교수 : 남희양.
남희 : 네. (비로소 박교수를 보면)
박교수 : (혼자 흥분해있다) 그애들 호출기 번호 알지? 호출을 해가지구 나한테 전화를 좀 하라구 해줘. 아니다 아니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볼데가 있어. 맞아맞아. 순서가 그렇게 되는거야.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근데 그 전화번호가
어디 있더라.. (잔뜩 어질러진 책상을 뒤지다가) 아니야 아니야. 내가 그 선배 전화번호를 알어.
에.. 그 선배 핸드폰이 5의 5제곱이었으니까 3125... 맞어맞어. (전화기 들다가) 근데 몇국이었드라..
남희 정신이 없어서 박교수를 보고 있다.
S#23. 박람회장
어느 구석에 지쳐서 늘어져 앉은 옥주와 재명.
옥주 : 그만 가자. 돈 가진 사람들두 다 돈 아껴서 돈 벌었을텐데 우리같이 엉성한 애들한테 돈 줄 리가 없잖아.
재명 : (우울하게 생각해보고 있는)
옥주 : (주위를 둘러보며) 근데 마이클 얘는 어디 간거야. 아까 어디서 놀구 있는 거 봤는데..
재명 : 나 세군데만 더 돌아보구 올게.
옥주 : (안쓰러워서) 그만 가자. 그냥 아르바이트 해서 돈 모으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재명 : (벌떡 일어난다) 금방 갔다올게. (막 돌아서는데)
소리 : (두개의 호출기 소리)
옥주 :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꺼낸다)
재명 : (동시에 울린 호출기를 꺼낸다)
옥주 : (번호를 확인하더니) 어.. 여긴 우리 학굔데.. 누구지?
재명 : (번호 확인하며) 민재형이 아닌 건 확실해.
S#24. 박교수연구실
박교수 전화기를 들고..
박교수 : 나야 나. 박기훈교수. 거기 보면 ARS 부스가 하나 있을거야. 거길 찾아가면 김성준이라는 사장님이 나와있을거라고.
그 분 만나서 한번 얘기해봐. 아 글세.. 무조건 만나보래니깐. 무슨 얘길 하냐고? 돈 달라구 그래야지.
느들 돈 구하러 간 거 아니야?
S#25. 동아리방 (저녁)
4학년들의 스터디가 끝나고 있다. 아이들 책이며 자료 챙기며..
민재 : 결국 이 시간까지 한놈두 안나타나는군. 이 불효막심한 놈들..
정태 : 자아 그럼 민재는 남아서 로봇하고 놀고..우린..
민재 : 가긴 어딜 가. 너 분명히 전에 말했어. 로봇 대회 도와준다고.
채영 : 맞어 맞어. 정태 너 그랬어. 그럼 수고들 해. (일어나는데)
민재 : (잡아 앉히며) 너 요즘 보니까 완전히 남같이 굴더라.
채영 : 무슨 소리야. 내 프로그램은 내 방 컴퓨터에 있으니까 방에 가서 밤을 새워가면서 ...
민재 : 밤을 새워가면서 자겠다..이 말이겠지.
지원 : (웃으며 보고 있다가 일어선다) 그럼 나 혼자 가면 되는거지.
민재 : 구지원 너두 남일이 아닐텐데..니가 사업자문이니 뭐니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날 내가 이렇게 애간장이 타겠냐.
지원 : (웃는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만수.
만수 : 오오 사랑하는 후배들아. 느들은 봄두 없고 애인도 없냐. 아니지 아직도 애인으로 발전 못하고 있는거냐.
이 화창한 날을 이 우중충한 방에 틀어박혀서 보냈단 말인가.
민재 : 용건만 말해줘. 부탁이야.
지원 : (할 수 없이 도로 앉고)
만수 : 그래 용건.. 느네 아그들 어디 있어.
민재 : 으으... 그 녀석들 얘긴 하고 싶지 않네요.
만수 : 왜애 또..
정태 : 서울 갔어. 창업박람회 하는데.
만수 : 오호 그럼 걔들 아직 벤처의 꿈을 버리지 않은거구나.
민재 : 만수형이 아는 거 보니 내일이면 전교에 소문이 좌악 퍼지겠군.
채영 : (만수에게) 이번엔 비비에스에 벤처 시리즈 올릴 생각이야?
만수 : 이건 비밀인데.. (은밀하게) 이교수님이 걔들 아직도 벤처 계속하 는지 알아오래.
채영 : 그게 무슨 비밀이야.
만수 : 낸들 아냐. 이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니까? 만수야. 아무도 모르게 그 녀석들이 아직도 거기 매달려 있는지 알아봐라.
알겠느냐.
나머지 한심해서 서로 보는..
만수 : 그러니까 니들 아무한테도 내가 이 정보를 캐고 다닌다는 사실을 말하면 안된다. 알았지. 그럼 난 이만..
후다닥 나가버린다. 남은 아이들 웃고 싶지도 않다.
S#26. 서울 작은 빌딩 앞 (밤)
자동차(대형이 아닌 중형 정도)가 서더니 운전석에서 사장(김성준)이 내리고
옆과 뒤에서 재명 옥주 마이클이 둘레둘레 따라내린다.
머뭇거리는 아이들에게 사장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여 데리고 들어간다.
S#27. 사장실
중소기업 사장실 분위기. 너무 좋지 않게. 오히려 초라할 정도.
서류들이 컴퓨터 언저리에 널려있다.
아이들 두리번거리며 사장을 따라 들어선다.
사장 : 거기들 앉어. 왜. 사무실이 너무 초라하지.
마이클 : 네 초라해요. 사장님 사무실은 더 멋있어야 되는데.. 사장님은 돈 못 벌어요?
옥주 : (마이클을 꼬집어서 말을 멈추게 하고) 검소하신 사장님이시네요. 호호.
사장 : (먼저 앉으며) 벤처라는 게 이 정도면 성공한거라구 봐야지. 우린 그래도 매년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고.
아직 부도가 안났으니까. (하하 웃는)
아이들 조심스럽게 앉는다.
사장 : 박교수가 여러분을 꼭 만나보라고 몇번씩 얘길 했는데 무슨 일인지는 말하질 않더라구. 무슨 일이지?
재명, 옥주 서로 마주본다. 망설이는데..
마이클 : 돈 좀 달라고 왔어요. 돈. 머니.
옥주 : (기겁을 해서) 마이클.
마이클 : 왜. 내 말 맞잖아. 우리 엔젤 찾아 왔잖아.
재명 : (얼른) 실은 저희들이 준비한 사업계획서가 있습니다. (서류봉투에서 30여장의 프린트물 파일을 꺼내 주며)
한번 검토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장 : (서류를 들어 들춰보기 시작하는..)
아이들 조바심 나서 보다가..
옥주 : 저어.. 간략하게 설명 드릴 수도 있는데요.
사장 : (미소지어 보더니) 박교수가 내 말을 안했나.. 나도 카이스트 출신이야. 전산학과 나왔고.
아마 이거 읽어보면 이해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이들 버엉해서 보다가 갑자기 옥주가 벌떡 일어서더니 꾸벅 절을 한다.
옥주 : 안녕하셨어요 대선배님. 저는 산업디자인과 98학번 오옥주라고 합니다.
S#28. 정태/민재의 방 (밤)
민재는 테이블 가득이 회로도를 펼쳐놓고 보는 중이고...
정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체크해보는 중.
정태 : 야아 내가 일년 빠진 사이에 로봇들이 업그레드가 많이 됐구나. 니들 고생 많이 했는데..
민재 : (회로도를 괜히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다가) 재명이 말이야. 걔들이 만든 사업계획서 읽어봤어?
정태 : 어 좀 봤는데.. 계획서랄 것두 없어. 빈칸이 너무 많드라구. 생산과 시설 계획.. 현재 조사중...자금 지원 계획..현재 협의 중..
재무계획..현재 연구중.. 하하하.
민재 : (웃지 않고 있다가) 나한텐 꿈이 없는걸까?
정태 : (돌아보다가 아예 돌아앉아서) 왜. 너도 벤처 바람이 들기 시작하냐.
민재 : 모르겠어. 난 십년 뒤에 일 같은 건 생각 안하고 사는 모양이야. 그저 다음 로봇 대회 생각하고. 다음 학기말 고사.
대학원 시험..그러니까 내 미래란 건 일년 정도로 끝나. 그 다음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구.
정태 : 어이 이민재. 넌 우리학교에서 계획성있고 책임감있는걸로 수석 정도 되는 놈이잖아.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천하는 인간.
민재 : 계획하구 꿈은 다른 거 아니냐.
정태 : 그런가.. (생각해보는)
민재 : (새삼 보면서) 넌 십년 뒤에 꿈이 뭐야?
정태 : (보다가 웃더니) 세상에는 세가지 인간형이 있는데 말이야. 하나는 미래를 생각하고 사는 인간.
또 하나는 오늘에 충실한 인간. 그리고 나머지는...
민재 : 과거에 매달려 사는 인간이겠군. 그래서 넌 어느쪽이야?
정태 : 세가지 다 귀찮은 인간이다. 됐냐.
S#29. 사장실 (밖은 밤)
사장, 계획서의 마지막 장을 넘긴다.
옥주와 재명 침을 꼴깍 삼키는 기분으로 본다.
사장.. 아이들을 보더니 빙긋 웃는다.
사장 : 좋은데.
재명 옥주 : (마주보며 좋아서..)
사장 : 아직 공란이 너무 많긴 하지만.. 여기 프로그램은 아주 그럴 듯 해. 특히 우리 회사는 ARS를 하는 회사니까 아주 탐나.
자막 : (ARS: ................)
옥주 : 그럼 투자해 주실거에요?
재명 : 일단 시제품을 만들어야 되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손두 못대고 있습니다. 솔직히 오늘 찾아간 창업박람회는
너무 실망이었어요. 담보가 없으면 원래 돈을 투자 안해줍니까?
사장 : (빙긋이 웃으며) 그나마 그런 박람회라는 것도 너무 부족하지.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하고 그 기술을 쓸 사람하고
연결을 해주는게 그 박람회의 목적이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것도 물론이지만. 사람들이 보고 전화하면 되요.
자아 이제 우리 얘기로 돌아가서..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재명 옥주 : (동시에) 말씀하세요.
사장 : 벤처기업이라는 게 어떤 거라고 알고 있지?
재명 : (수업시간의 버릇으로 번쩍 손을 들더니) 벤처는 개성적인 인간이 고난의 길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길로서 에...
(말이 꼬였다)
사장 : 멋지게 말하면 그렇고.. 현실적으로 말해볼까. 들어오면서 저 밖에 우리 사무실 봤지? 거기 작년까지만해도 소파 대신에
야전침대가 있었어. 언젠가 겨우 집에 들어갔더니 내 아들놈이 날보고 울더라고. 모르는 아저씨가 왔다고.
재명 : 죽도록 고생할 각오는 되있습니다.
사장 : 내 아내는 젖먹이를 데리고 이년동안 콘테이너에서 살아야 했어. 월세방 구할 돈도 없어서. ...난 감옥에도 다녀왔고.
마이클 : (놀라서 ) 감옥? a jail?
사장 : 빚을 못 갚았거든. 어쩌다 보니까 사기죄로 들어가게 됐어. 그래도 난 감옥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생각해냈지. 하하.
조용하고 연구하기 좋드라고. 컴퓨터는 없었지만.
모두 조용해진다.
사장 : 오늘 내가 박람회장에 왜 갔는 줄 아나. 나두 엔젤을 찾으러 갔었어. 돈을 구하러 말이야.
재명 : (옥주를 돌아본다)
옥주 : (재명을 돌아본다)
사장 : 미안하구만. 투자를 해줄 수가 없어서.
재명 : 저희가 죄송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사장 : 대신 하드웨어에 대한 기술자문은 해줄 수가 있어.
옥주 : (실망해서) 네에..
사장 : 거기에 덤으로 보이스카드는 어때?
아이들 번쩍 고개를 들고 본다.
옥주 : 보이스카드요?
마이클 : 그거 400만원짜리에요.
사장 : 우리 회사에 남는 게 있으니까 빌려줄 수도 있단 얘기지.
옥주 : (다시 목소리에 풀이 죽어서) 빌려...주시는거에요?
사장 : 대여기간은 무기한으로 하면 어떨까. 그럼 맘에 들어?
사장은 마음좋게 웃고 있다.
S#30. 밤 캠퍼스
지칠대로 지친 재명, 옥주 마이클이 터덜터덜 걸어들어오고 있다.
재명은 보이스카드가 든 상자를 소중하게 가슴에 안고 있다.
마이클 : (재명을 보며) 조심해서 들어. 그거 400만원.
옥주 : 그래두 오늘 우린 성공한거야 그치?
재명 : (우울해서) 모르겠어. 성공한건지 아닌지.
마이클 : 무슨 소리야. 우리 오늘 400만원 벌었어.
재명 :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옥주를 본다) 옥주야.
옥주 : 응?
재명 : 나 있지. 지금 좀 겁나.
옥주 : 뭐가?
마이클 : 뭐가?
재명 : (망설이다가...) 난... 내 아내를 콘테이너에 살게 하고 싶진 않어.
옥주 : (무슨 소린지 안다.. 언뜻 대답을 못하는데)
마이클 : 재명이 와이프? 오오 옥주.
재명 : 너두 콘테이너에 살긴 싫지?
마이클 : (혼자 신나서) 지금 이거 프로포즈야. 나 들었어. 재명이 이런 건 무릎 꿇고 해야돼.
옥주 : (상관없이 진지하게) 나도 콘테이너에 살긴 싫어.
재명 : 그럴 줄 알았어.
마이클 : (그제야 둘의 심각한 상황을 눈치채고 조용해진다) 오우 이거 슬픈 프로포즈야.
옥주 : 재명아.
재명 : 어.
옥주 : 너무 걱정 마. 난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까 급하면 들어와서 살라고 해줄거야. 콘테이너에서 안 살아도 돼.
재명 : (별로 위안이 안된다. 한숨을 쉬더니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옥주도 따라 걷고... 마이클은 졸랑졸랑 따라가며...
마이클 : 우리 벤처하면 재명이도 jail 가야돼? 한국에선 다 그래? 미국에선 벤처하면 스타 돼. 신문에 매일 그 사람 사진 나와.
스필버그하구 빌게이츠하고 나란히 사진이 있어.
그들이 걸어가는 캠퍼스 대로.. 어둡고 인적이 없는 길고 멀리 뻗은 길.
S#31. 캠퍼스 낮
S#32. 이교수 강의실
이교수 출석의 마지막 부분을 부르고 있다. 학생 대답하고.
이교수 : 한재석 ... 홍대섭.
이교수 학생들을 주욱 둘러본다. 학생들 노트를 펴고 책을 펴고 준비자세인데..
그 중에는 재명과 옥주, 마이클이 보인다.
이교수 : 책은 집어넣어도 돼. 오늘은 수업진도를 안나갈거야.
아이들 : (무슨 일인가 보는)
이교수 : 대신 오늘은 벤처기업에 대한 얘기를 할 생각이야. 우선 그 첫 번째 사례.
아이들 : (수런대고)
이교수 : 혹시 니들 중에 누나나 이모가 임신을 한 분이 있니?
학생 중에 몇 명이 손을 든다.
이교수 : 그 분들이 병원에 가서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 이런 얘기 들어봤어?
학생1 : 예 근데 의사가 아들인지 딸인지 절대로 안 가르쳐주더랩니다.
학생들 : (웃고...)
이교수 : 그래. 바로 그게 초음파 진단기라는 것인데.. 아마 니들 누님들이 찍은 건 2차원의 초음파 진단기였을 거야.
뒤에 불 좀 꺼줄래.
아이들 수런대고. // 교실의 불이 꺼지고//
이교수가 조작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두장의 사진. 하나는 2차원 사진이고 하나는 3차원의 사진이다.
이교수 : (2차원 가르키며) 이게 기존의 초음파 진단기로 찍은 태아의 사진이야. 그리고 이게 3차원 초음파 진단기로 찍은거야.
완전히 다르지? 이 3차원 진단기는 우리 전기전자공학과에서 지난 8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던 거야.
불이 다시 들어온다.
이교수 : 니들 선배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됐고, 그리고 3년동안 계속됐지.
그래서 85년 국제의료기기 전시회에 시제품을 내놓았어. 어떤 평을 받았는지 아니?
아이들 : (조용...)
이교수 : 이게 뭐야. 영상이 보일락말락하는데 신기루 보여주는 장치인가? 속이 텅 비어있으니 수수깡이라구 할까?
그래서 얻은 별명이 수수깡 장치였어. ....완전히 실패였어. 그동안 지원해주던 투자회사는 손을 떼버리고
연구원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지 뭐. 그런데 그 중에 이민화씨라는 분이 있었어. 그이는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지.
그래서 그이를 중심으로 일곱명의 젊은이들이 다시 뭉쳤어. 제일 처음에 한 일은 여관방 하나를 잡은 거였어.
거기서 함께 먹고 밤을 새면서 시제품을 만들어낸거야. 그래서 그 해 국제 의 료기기 전시회에 다시 출품했지. 결과는?
또 실패였어. 여관방에서 잘 돌아가던 기계가 오동작을 일으킨거야. 왜. 전시장에 있는 수많은 다른 기기들 때문이었지.
그럼 어떻게 했나.. 다시 개선을 시작했어. 물론 기술적인 문제 말고도 문제는 백가지도 더 있었지.
...그리고 다음해인 86년. 이 기계는 외국으로 수출이 되기 시작 한거야.
아이들 : 와아...
이교수 : 그리고 97년 그들은 720억원 어치의 수출을 해냈고. 현재 세계 초음파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95퍼센트가
바로 이 회사의 기계를 이용한 논문들이야.
아이들 : 우와아..
이교수 : 아마 느이들 중에는 그 이름을 들은 학생도 많을거야. 메디슨 주식회사지.
자.. 이제 질문.. 이 회사가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아이들 : (조용..)
이교수 : 최재명.
재명 : (놀라서 고개를 든다)
이교수 : 대답해봐.
재명 : (잠시 머뭇거리다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교수 : (빙긋 웃더니) 정답이다. 자 그럼 이제 메디슨 회사의 경영 방침을 한번 알아볼까. 뒤에 불 꺼줄래.
불이 꺼지고 어두워진 실내에서.. 재명이 눈을 반짝이며 이교수를 바라보고 있다.
S#33. 세미나실
지원이 메모를 해가면서 얘기하고 앞에는 옥주와 재명 역시 메모를 해가면서..
지원 : 아이템명.
재명 : CTI를 이용한 대규모 패널 마케팅 리서치 시스템.
지원 : 제안자 학교.
재명 : 한국과학기술원.
지원 : 학과.
재명 : 전기전자공학과.
지원 : 이름.
재명 : (머뭇거리고 보는)
지원 : 대표이름!
재명 : 최재명!
여기서 강산에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면서...
S#34. 도서관 컴퓨터 쪽
옥주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부지런히 검색을 하고 있고 그 위로.
지원 : (E) 리서치 시장에 대해서 조사해봐. 현재 시장규모. 목표시장. 소비자, 산업 변화의 추세..
옥주 부지런히 디스켓을 꺼내고 다시 꼽고..
S#35. 캠퍼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재명.. 그 위로.
지원 : 벌써 비슷한 기술을 특허낸 데가 없나 확실하게 알아봐. 대행을 시킬려면 30만원이야.
직접 발로 뛰어서 하나하나 찾아보라구.
S#36. 동아리방
마이클이 재명이 가져왔던 보이스카드 상자를 앞에 놓고 매뉴얼을 열심히 읽어보고 있다.
머리를 긁어가면.. 오오 예.. 알았다는 얼굴을 하며..
S#37. 도서관 서가 쪽
지원이 한아름의 책을 재명에게 안겨준다. 재명 휘청하듯 받아든다.
책을 들고 들아서서 테이블에 놓는 재명. 테이블에 놓여진 책들의 제목.. 재무재표라든가... 회계에 대한 것들이다..
S#38. 동아리방
껍질이 벗겨진 컴퓨터 한 대에 연결된 전화기 한 대.
마이클, 앞에 앉아서 매뉴얼 놓고 뭔가 입력을 시켜본다. 재명, 옆에 서서 보고 있고.
마이클, 재명을 돌아보며 안된다는 듯 양 손을 들어보인다.
재명, 컴퓨터 뒤쪽에 끼워진 보드를 빼내 훅훅 먼지를 불어댄다.
S#39. 채영/지원의 방 밤
지원이 옆에 자료를 잔뜩 쌓아놓고 컴퓨터에 사업계획서를 타자하고 있다.
그 옆에서 채영이 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서 지원의 입에 넣어준다.
지원 웃으며 받아먹으며 손은 쉬지 않고. 채영 우유도 한모금 먹여준다.
S#40. 동아리방
민재가 들어서다 보면, 마이클과 재명이 컴퓨터에 붙어앉아있다. 컴퓨터는 여전히 뚜껑이 열린 채.
민재 한심해서 보다가 재명을 밀쳐놓더니 의자에 앉는다.
재명 얼른 민재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마이클은 매뉴얼을 민재에게 건네주고.
S#41. 도서관 컴퓨터
옥주 머리가 엉망이 되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그 앞에 우루루 놓여지는 대여섯 장의 디스켓. 정태다.
좋아서 디스켓을 잡는 옥주. 웃어주고는 가버리는 정태.
S#42. 심사장
앞문이 열리고 재명이 들어선다. 무지하게 긴장된 얼굴. 손에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있다.
재명 머뭇거리며 중앙으로 나서다가 멈춰서 보는 곳.
심사위원들이 10명 정도 책상에 빙 둘러 앉아있다. 그 중앙에는 노트북과 연결된 프로젝터가 놓여있고.
재명, 점점 얼어가다가 보면.. 뒷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지원이 들어서더니 뒤쪽에 살짝 앉는다.
재명, 용기가 난다.
재명 꾸벅 절을 하더니 비장한 얼굴로 심사위원들을 본다.
음악이 끝나고.
S#43. 동아리방
개발을 할 때 썼던 컴퓨터와 전화기 놓여있고 그 앞에 초조하게 왔다갔다하는 마이클.
책상에 앉은 옥주, 손톱을 씹고 있다.
옥주 : 마이클, 가만히 좀 있어. 정신이 하나도 없잖아.
마이클 : 옥주, 손톱 먹지마. 더러워.
옥주 : 왜 이렇게 연락이 안오는거야?
들어오는 정태, 민재, 채영, .
채영 : 어? 너네 왜 여기있어? 같이 안갔어?
정태 : 프로그램에 문제 생긴거야?
옥주 : 아냐. 재명이가 여기 있으래.
민재 : 왜?
마이클 : 조금만 기다려봐요. 조금 있으면 쇼타임 시작해요. 쇼~타임.
S#44. 심사장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중인 재명. (너무 능숙하지는 않게...그러나 열의를 다해서)
재명 : 금액으로 따져보자면 기존의 전화 리서치 방식은 한건당 만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건당 3천원에서
5천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게다가 돈을 받는 회원들이 응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충 대답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구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시간 통계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보고 읽던 계획서가 다 끝났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심사위원들을 쳐다본다) 저어.. 설명은 이제 다 끝났는데요.
위원1 : 시제품은 못만들었나요? 안보이는데...
재명 : 일부러 안 가져왔습니다.
심사위원들, 무슨 말인가 마주보는데.
재명 : 저 여기 들어오실 때 문 앞에서 어떤 학생이 선생님들께서 갖고 계신 핸드폰 번호를 적었었지요?
위원 : 그런데?
재명 : 혹시 핸드폰을 꺼놓은 분이 계시면 지금 켜주시겠습니까?
심사위원들, 어떤 사람은 재미있다는 듯, 어떤 사람은 의심쩍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든다.
재명 초조해서 뒤를 보면 지원이 조용히 방을 나서고 있다.
S#45. 동아리방
소리 : (울리는 전화벨)
초조하게 기다리던 옥주, 펄쩍 뛰듯이 전화를 본다.
옥주 : 왔다. 왔어.
민재 : (받아서) 네에 어 지원이냐.
옥주와 마이클, 컴퓨터로 달려든다.
채영과 정태는 흥미있게 보고 있고.
S#46. 심사장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서로의 핸드폰이며 호출기를 꺼내보는 심사위원들.
재명, 긴장을 해서 본다.
심사위원 중의 한명에게 카메라 가까이 가면.. 들리는 전화음성.
옥주가 아나운서 같은 말투로 녹음 한 것.
옥주 : (F) 안녕하세요. 이 시스템은 TCI를 이용한 마케팅 리서치 아이템에 대한 심사결과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이 귀에 대고 있는 핸드폰을 가까이 잡아가며..음성은 계속되고...
옥주 : (F) 여러분은 방금 최재명군의 발표를 들으셨습니다. 다음의 문항에 따라 이 아이템에 대한 점수를 전화버튼으로
눌러주십시오. 1번, 사업화가능성 부분입니다. 10점 만점으로 계산해서 그 점수를 전화 버튼으로 눌러주세요.
(귀여운 목소리로 변하더니) 10점을 눌러주신 분은 평생 마않은 복을 받으실 겁니다. 고마워요오..
바로 카메라 앞에 있던 심사위원 , 재명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리고 번호를 누른다.
1번.. 계속되는 음성.
옥주 : (F) 2번, 기술성 부분입니다. 역시 10점 만점입니다.
심사위원들, 저마다 전화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듣고 있다.
(시간경과)
재명이 시계를 보고 있다.
재명 : 이분 이십초.. 이십이초..
소리 : (핸드폰 울린다)
재명 : (재빨리 핸드폰을 받아서 메모하며) 응, 그래. 알았어. (심사위원들 보며..) 응답한지 이분 이십사초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1번, 사업화가능성 여부에 대해 평균 7.34점을 주셨습니다. 2번, 기술성 여부에서는 6.24점을 주셨구요.
3번, 발표력 부분에서는 음.. (히이..미소가 떠오르더니) 9.23점입니다.
심사위원들, 재밌다는 듯 재명을 바라보고 있다. 웃는 분도 있고.
S#47. 밤 캠퍼스 벤치부근
지원이 나오다 보면 재명과 옥주가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선다.
지원 : 축하해.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거.
재명 : 선배 덕분이었는데요 뭐.
지원 : 축하받을려고 밤에 불러낸 거 아냐?
재명 : 그게 아니구요...(우물쭈물...)
옥주 : 재명이가 언니한테 할 말이 있대.
지원 : 뭔데.
재명 : ...그게... (옥주에게) 니가 해.
옥주 : 니가 해애.
지원 : (웃지도 않고 보더니) 내가 맞춰볼까.
재명 : (움찔해서 보는)
지원 : 창업 포기한다는 얘기지?
옥주 : (놀라서) 언니 어떻게 알았어?
지원 : 이유나 듣자. 지원금까지 나왔는데 왜 포기하겠다는거야?
재명 : 저기 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너무 많은 거 배웠는데요.
지원 : 뭔데?
재명 : 아직 너무나 배울 게 많다는 거.
지원 : (여전히 무표정하게 보는) 그래서 넌 배운게 있어서 그만둔다치고 이제까지 같이 고생한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보상할거야?
옥주 : 난 괜찮어 언니. 우리 상금도 다 나눠갖기로 했잖어.
지원 : 그럼 느넨 처음부터 지원금이 아니라 상금이 탐나서 시작한거야? 벤처 창업을 하겠다는 건 그냥 해본 말이구?
옥주 : 재명이는 이 아이템이랑 기술.. 다른 사람한테 주면 안될까하구.. 그 말이 하고 싶대.
지원 : 다른 사람?
옥주 : 저 우리한테 보이스 카드 빌려준 사장님 있지? 우리 선배님.
지원 : 그래서?
재명 : 그분이라면 제대로 이걸 사업화시켜줄수 있을거 같애. 난 좀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 정말루. 내 기술 남한테 안줘두 될만큼.
내가 사장님해도 우리 직원들 다 잘 되게 할만큼.
지원 : 그냥 주는 건 안돼. 니 기술이니까 지분을 받어.
재명 : 어. 그럴 수 있음 그럴거야. 선배몫은 어떻게 하면 되지?
지원 : 너 바보니? 이 기술은 처음부터 니꺼야. 그런 식으루 착한 척 하다간 너 평생 사장은 못해. 알어?
그런식으로 사장했다간 니 직원들 다 굶어죽는다구.
재명 : (얼떨떨)
지원 : 계약서 쓸 때 먼저 나한테 자문 구해. 알았어? 할말 다했지? 그럼 난 간다. (돌아서 간다)
재명 : 어..어.. 선배.
지원 : (멈춰 돌아보더니) 최재명.
재명 : 예?
지원 : 이번에 나도 많은 경험치 쌓았어. 고마워.
재명 : 에?
지원 그제야 빙긋이 웃어보이더니 간다. 어둠 속으로.
재명과 옥주 마주본다.
재명 : 방금 저거 무슨 말이지?
옥주 : 너 멋있다구 말한거잖아. (재명의 팔짱끼며) 자 빨리 가자. 마이클이 진영씨 기다리구 있잖아. 데이트 시켜준다구 그랬잖어.
둘이 걸어가며...
재명 : 아참.. 근데 진영씨한테 뭐라구 말하지?
옥주 : 넌 벤처 창업두 할뻔했는데 그까짓거 해결 못하겠어. 일단 가보자구. 응?
재명 : 근데 말이지.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옥주 : 뭐?
재명 : 난 있지 니가 정말루 나하구 결혼할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
옥주 : 어우야. 그건 그냥 농담이었잖아. 예를 들어서 한 농담.
재명 : 너 그렇게 내가 좋냐?
옥주 : 뭐야?
재명 이미 도망가고 있다. 옥주 따라가며 소리지르는..
옥주 : 최재명 너 거기 안 서!!
첫댓글 김성준(사장) - 김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