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웠던 한 존재가 계속해서 앞장서는 일들이 생긴다. 의사가 되려다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되겠노라 길을 바꾸고, 어느 날 사라진 친구 대신 학생회를 이끌고, 시위 현장에 함께하기만 했다가 덩달아 감옥에 가고, 목사는 되지 않겠다 다짐했다가 결국 목사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박종렬 선배님 곁에는 당신과 함께 새 세상 꿈꾸는 동지가 참 많았다. 숱한 모임과 공부, 활동... 어떤 끌림에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고, 민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인연도 있었다.
‘어쩌다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때마다 과감히 선택을 돌렸던 선배님의 흔적들을 보면 그 속에 이끄시는 너른 사랑이 있었음을 깊이 느낀다.
지금보다 더 노골적인 폭력과 억압에 굴하지 않았던 선배님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보다 각자도생이 낯선 시절이었으려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금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애틋해지고 소중해진다.
어쩔 땐 감옥도 한번 가보지 못한 우리의 운동을 두고 허무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은밀함과 모호함 속에서 우린 분명한 새 싸움을 하고 있다고, 먹먹한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일어선다.
더 다정하게 똘똘 뭉쳐 사랑의 투쟁을 이어가보자, 새 주역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