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태신목장 낙농체험
푸른 초지에 얼룩무늬 추억 새길까..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고민들을 잔뜩 안고 사는 현대인들. 과일 한 봉지를 사도 저농약인지 무농약인지 꼼꼼하게 따져 보고 계란 한 줄을 구입해도 습관처럼 유정란 여부를 살핀다. 우유에도 언제부터인가 ‘1등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우유가 몸에 좋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그 우유에도 격이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유라는 것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내는 품질이 똑같은 공산품도 아니고, 푸른 목초지에서 오염되지 않은 풀을 뜯어 먹고 사는 건강한 젖소의 젖을 짜서 위생적인 공장의 설비를 거쳐야만 사람들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우유가 장난감 만들 듯 공장에서 펑펑 찍어 내는 줄로만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있어선 낙농 체험이 바로 생생한 자연체험이자 생태교육이다.
젖소야, 우유 좀 나눠먹자!
은단풍나무들의 사열을 받고 들어선 충남 당진의 태신목장. 목장 안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이색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과 맞닿은 보리밭 지평선과 끝없이 펼쳐진 초지에는 동화책 속 삽화 같은 하얀 울타리가 둥그렇게 쳐져 있다. 울타리 안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동물.... 젖소다. 광활한 초지를 보면 펄펄 뛰어다녀야 할 말들이 더 어울릴 것만 같은데 말이 아니고 우유를 생산해 내는 귀여운 젖소가 이곳의 주인공이다.
“음메에~ 하고 우는 것 같다”
“아냐, 음모오~ 하고 울어”
울타리 한 켠에서 풀을 뜯어주던 어린이 두 명이 소 울음소리를 두고 시비가 붙었다. 젖소들은 고사리 손으로 뜯어주는 풀들이 더 맛있어 보였던지 울타리 안에도 풀들이 많건만 목을 빼고 사람들이 집어 주는 것을 받아먹는다. 쑤욱~ 긴 혀가 뻗어 나와 손안의 풀들을 감아 입안에 집어넣는 순간 어린이들은 깜짝깜짝 놀랜다. 그러면서도 즐거운지 깔깔깔 웃어대니 말 못하는 소들이지만 속으론 덩달아 웃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목장만의 자랑할 만한 체험 프로그램이라면 ‘송아지 로데오’를 들 수 있습니다. 훈련된 송아지에 직접 올라 타보는 초지체험이지요.”
태신목장 박민호 이사는 다른 목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라며 젖소에 올라타 볼 것을 권한다. 사람과 젖소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통하여 그 교감을 느껴보고 한 단계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 목장의 체험거리가 젖소에게 건초를 주거나 올라 타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송아지 우유주기와 어미 소 착유 체험 등과 같이 젖소 목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물론이요, 과학 교과서의 교과과정을 활용한 ‘우유로 아이스크림 만들기’ 같은 흥미로운 체험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역시 우유 짜기 체험. 어미 젖소의 젖을 살며시 움켜쥐고 하나 둘 쥐어짜는 순간 하얀 우유가 쭈욱 뿜어 나와 종이컵을 채운다. 관광객, 특히 어린이들의 환호성은 대단하다. 막 짜서 나온 우유는 그대로 마셔도 안전하다고 하니 너나할 것 없이 입으로 가져간다. 사람이 마시는 우유가 원래 송아지 먹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도 잠시 잊은 듯하다. 귀엽다 못해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얼룩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것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욕심껏 먹이고 싶지만 너무 많이 먹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탈이 난다. “송아지야, 우리 사이좋게 나눠 마시자” 어린이 체험객의 순수한 동심이 송아지만큼이나 예쁘다.
초지 한 켠에는 몽고에서 들여 온 게르(몽고식 텐트)가 눈에 띈다. 가운데 화덕이 있어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되어있는 유목민들의 전통 가옥인데 아직은 경관조성의 역할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앞으로 숙박 자원화 할 계획이라는 것이 목장 책임자의 귀띔이다. 푸른 초지에서 경험하는 이국적인 숙소 체험. 당진의 쏟아질듯 한 밤하늘 은하수를 덮고 잠자리에 들면 초지 위로 눈부신 해가 올라오는 몽고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실현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카우 퍼레이드’라고 명명된 목장 입구의 젖소 인형들도 어린이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랑이 무늬를 한 소, 당진군의 지도가 그려진 소, 국가대표 축구 선수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소, 금 소와 은 소, 소의 몸에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어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줄 뿐 아니라 소에 대한 공포감과 거부감도 덜어준다. 단체 체험객의 이동을 돕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체험용 트랙터도 이 곳 목장에선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이다.
낙농진흥회의 낙농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이곳은 23만여 평 규모의 국내 최대 젖소 목장 중 한 곳이다. 충남 예산과 당진에 걸쳐진 현재의 부지에 자리 잡은 것만 해도 30년이 되었으니 국내 낙농업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긴 곳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600여 마리의 젖소를 키우며 우유 생산과 비육우 판매로 연간 54억의 매출을 올렸던 이곳이 우유생산을 포기하고 체험관광으로 전업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불투명한 국내 낙농산업의 현실 때문이다. 우유 생산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사십여 마리의 젖소만 남기고 모두 매각한 것이 바로 작년의 일이다. 소량 생산되는 우유는 관광객들의 체험 프로그램 재료와 송아지 먹이로 쓰인다. 고라니, 너구리, 고슴도치 그리고 꿩이 날아다니는 등 생태계가 살아있는 대규모 초지가 큰 도움이 되었고 관광에 대한 경영주의 집념이 힘이 되었다. 몽고식 텐트나 카우 퍼레이드도 경영주가 직접 외국의 사례를 보고 도입한 경우다. 그 외에 승마장 도입도 검토 중인데 이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외승코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체험, 농촌체험, 어촌체험.... 녹색관광의 관문, 당진
당진은 충청남도의 관문이자 서해안의 관문이다. 서해대교만 건너면 바로 충청도 당진 땅이니 서울에서 당진읍내까지의 거리가 102km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많지 않았던 곳이 당진인데 최근에는 경쟁력 있는 접근성과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녹색관광의 열풍이 뜨겁게 몰아치고 있다.
태신 목장 외에도 도농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는 농촌테마마을이 여럿 있을 뿐 아니라 이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가들도 많다. 송산면의 ‘차브민’은 그 대표적인 곳이다. 기차와 허브, 민박을 합하여 놓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차를 개조한 숙박시설에서 하루 묵을 수도 있고 허브 비누 만들기, 허브 양초 만들기 같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수확해 보는 염전체험도 단체 관광객들에게 반응이 좋은 이곳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삽교천의 함상공원도 이색 테마공원이라할 수 있다. 관광용으로 개조된 구축함과 상륙함을 부둣가에 정박시켜 언제나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군, 해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관과 레이더실, 함장실, 수병 내무반 등을 둘러보면서 잠시 해군이 되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갑판 위의 함포는 어린이들의 단골 포토존이기도 하다.
그밖에 바다 향내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고항과 해 뜨고 지는 마을로 이름난 왜목마을도 당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 태신 목장 찾아가는 길 (041) 356-3154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 나들목으로 나와서 바로 서산, 당진 방향으로 좌회전. 좌회전 하자 마자 면천, 순성 방향의 32번 국도로 우회전하여 올라간 뒤, 다시 순성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교리 낚시터를 지나 619번 지방도로를 타고 면천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 다음 봉소2리 삼거리(왼편에 GS주유소)에서 오른쪽 서산, 면천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구실고개에 이르러 예산, 합덕 방향으로 좌회전(70번 도로)하여 문봉리에 이르면 오른쪽에 태신목장 입구가 나온다. 당진 나들목에서 약 16km 거리. 예산과 당진에 걸쳐 있으며 유도 안내판이 없으므로 주의해서 찾아가야 한다.
* 당진 농촌체험 문의: 당진에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가들끼리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당진 농촌체험 나드리협의회 문의는 차브민(352-7261)으로 하면 된다.
* 벌떼숯불갈비(합덕읍, 363-0195), 한일회관 (장고항, 353-3200), 대호회관(대호방조제, 353-4144). 대덕산마루 (당진읍, 355-4224) 대호 암반해수탕에서는 단체 숙박 및 행사도 가능하다. 351-9300
== 우체국 사보(디지털포스트) 2006.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