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 서원 어린이집
구립 서원 어린이집
Seowon Daycare Center
김영옥 l 로담건축(주)
Kim Young Oak l Rodemn A . I
위치: 서울시 관악구 신림본동 409-197/198
지역지구: 일반주거지역
용도: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대지면적: 528.0㎡(159.72평)
건축면적: 296.61㎡(89.72평)
연면적: 709.71㎡(214.69평)
조경면적: 32.41㎡(6.14%)
건폐율: 56.18%
용적률: 110.86%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세라믹계 컬러 모르타르
모자이크타일 철평석
내부마감: THK7 우드 플로링 THK3 비닐계 흡음탄성바닥재
, THK10 콩자갈 수지포장, THK9 석고보드 2P 위 V.P,
THK9 석고보드 2P 위 방염벽지
설계기간: 1차 2003. 10 ~ 2004. 1/ 2차 2004. 4 ~ 2004. 5
공사기간: 2004. 5 ~ 2005. 8
꼬마 클라이언트와 건축가의 만남
서울시 관악구청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분이 찾아와 놀이터에 있는 가건물에서 60여 명의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어린이집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한 건물 신축설계를 부탁했다. 보통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건축 일은 공개 입찰을 거쳐 최저 비용으로 낙찰 받은 업체가 진행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관에서는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마음이 담긴 집을 부탁했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활동으로, 아이들은 가족을 통한 학습보다는 전문유아교육기관을 통한 학습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제 다양한 교육시설은 아이들에게 제2의 집이라 할 수 있다. 설계는 클라이언트와 관계 맺음과 장소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 이 집의 주인인 그들은 내게 아무것도 요구할 줄 몰랐다. 내 부족한 상상력은 그들의 놀라운 상상력과 가능성을 짐작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들 기억 속의 집은 어떤 것인지, 그들이 꿈꾸는 어린이 집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그림 속에 드러난 아이들에게 집은 창이고, 햇빛이고, 엄마였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흙이고, 나무이고, 지렁이였다. 설계에 중요한 단서가 될 귀한 그림이었다. 당초 120평 규모의 부지를 예상했으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먼저 80여 평에 70여 명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훗날 추가로 부지가 매입되면서 옆에 식당동을 만들고 이를 본 건물과 브리지로 연결했다.
건축계획
어린이집에 수용되어야 할 시설은 12개월 미만 영아 10명을 위한 영아실 1개, 2세 영아 15명을 위한 영아실 1개, 3세와 4-5세 유아 각각 15명을 위한 유아실 3개, 다목적실로 쓰이는 유희실 1개, 약 20평 규모의 식당과 주방, 원장실과 자료실, 교사실 등 선생님을 위한 공간, 상담실과 로비 등 공용공간이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어 아이들은 이곳에서 최소 4시간에서 최고 15시간까지 머물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안전: 어린이집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아이들은 물리적 공간 환경이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느낄 때 교육과 놀이에 반응을 보인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공간은 적당히 환경의 변화를 주되, 그 변화의 범위가 예측 가능하고 리듬감 있는 패턴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극에 대한 반응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안전을 고려하다 보면 자유로운 성장 발달을 억제할 수도 있으므로 도전적인 환경과 안전한 환경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모든 마감재는 연약하고 민감한 아이들의 피부와 호흡기에 무해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문은 잠기지 않아야 하고 문이 갑자기 닫힐 때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바닥은 미끄럽지 않아야 하고, 넘어졌을 때 충격이 적어야 한다.
재료: 재료는 아이들이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과 실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실내 마감재의 질감과 색, 그리고 형태는 아이가 만질 수 있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오감 중에서 촉각을 통해 감지된다. 피부는 신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특히 3세 이하의 아동에게 촉각을 통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벽의 마감처리 방법, 즉 부드러움, 거침, 딱딱함, 따뜻함 등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바닥은 형태에 영향을 미치며 아이들은 바닥 표면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물기가 있는 곳과 건조한 곳, 활동적이고 시끄러운 곳과 조용한 곳, 높은 곳과 낮은 곳 등 영역에 따라 학습 활동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바닥 구성과 처리를 다양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 영/유아들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운동이나 계단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은 대부분 바닥에서 활동하고, 자극에 민감하며, 아프더라도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병이 발전된 다음에야 어른에 의해 발견되기 때문에, 위생적이고 청소하기 쉽고 소음이 적으며 따뜻함이 느껴지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다.
조명: 조명은 빛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 사물과 공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형태를 지각할 수 있게 한다. 조명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영양 공급 다음으로 중요한 환경이다. 감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10세 이전에는 시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낮과 밤에 따라 자연스러운 밝기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좋으므로 자연채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주간에는 가능한 한 자연광만으로도 충분하도록 설계하고, 낮잠 시간을 배려하여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자연 채광을 보완하기 위해 전반 조명, 국부 조명 등 다양한 유형의 인공조명을 사용하되, 야간에는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좋지 않으므로 눈이 부시지 않는 적절한 조도를 조절했다. 조명램프는 태양광과 유사한 파장의 조명이 가장 좋다.
소음: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아이의 청각 기능이 떨어지고 언어 발달에도 좋지 않다. 따라서 외부에는 소음차단 시설, 내벽에는 방음 시설이 필수이다. 나무를 심거나 옥상에 조경을 한 것도 방음에 효과적이다.
컬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파스텔 톤 색이나 너무 여러 가지 원색을 사용한 벽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세 가지 이상의 자극적인 색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실내의 기본 색은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밝은 색으로 하고, 변화를 주거나 아이들이 채워갈 수 있는 자연 색상으로 부분적인 벽을 마감했다. 어린이용 가구에 컬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구나 다른 집기의 색을 고려하여 마감재에 대한 컬러 계획을 세웠다.
창: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눈높이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의 변화도 크다. 채광, 환기, 조망에 유리하도록 용도에 따라 창을 다르게 계획했다. 하부는 조망/채광 역할을 하는 창이고, 상부는 환기/채광 역할을 하는 창이다. 어린이집에서 창 계획은 건물 입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전한 장치여야 한다.
문: 문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이고 도전이다. 열림과 닫힘, 실내외 개념을 체험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벽의 한 면이나 윗부분만 열리는 문을 좋아한다. 다양한 문의 형태와 사용법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이들의 어깨보다 높게 2/3 이상 투시되는 문을 두었다. 이런 문은 방 안에서는 안정감을 느끼고 밖에서는 아이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문의 무게, 손잡이 위치, 문이 열리는 방향도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했다. 서원 유치원의 보육실 문은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미닫이문으로 설계하였다.
계단: 아이들은 계단을 좋아한다. 그곳에 모험이 있다. 그래서 더욱 안전해야 한다. 서원 어린이집의 경우 반 층을 오르고 내리는 스킵 플로어로 설계했다. 반 층을 오르면 새로운 방이 있다. 총 12단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각기 다른 재료로 마감했다. 카펫, 매끈한 나무, 거친 나무, 타일, 지압판, 비닐 륨 등 밟는 질감에 따라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화장실: 어린이 1명당 최소 0.46㎡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 창문은 통풍과 채광이 잘 되어야 한다. 배변 교육을 하기 어려운 영아반은 보육실과 바로 연결된 곳에 위치시켰다. 문에는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어른 시선 높이에서만 투시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영아반에는 욕조를 겸할 수 있는 세면대와 기저귀대를 설치하였다. 유아의 변기 높이는 28cm이고, 세면대는 아이의 키에 따라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안전을 위해 물의 온도는 48℃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자동조절장치를 설치하였다.
식당: 부지의 추가 매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은 것으로, 메인 동과 식당은 브리지와 계단으로 연계되도록 하였다. 식당은 유희실을 겸한 다목적실 역할을 하며, 문을 모두 열면 뒷마당과 연결된다. 브리지와 계단 역시 놀이터의 역할을 한다.
원장실: 원장실은 아이들의 출입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입구에 배치했다. 원장실 앞쪽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기다리거나 상담을 할 수 있는 로비가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거나 계단을 중심으로 연결된 다양한 교실의 모습을 인지할 수 있다.
놀이터: 지붕 평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곳이 다 놀이터로 보인다. 아이들은 안전한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일단 밖에 나오면 짧은 시간에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1층 모래 놀이터는 어린이 집 현관을 들어서면 다른 쪽 전면 유리문을 통해 곧바로 만나게 되는 곳이다. 2층에는 비상탈출 겸용 미끄럼틀이 있어 1층의 모래 놀이터로 곧바로 내려올 수 있다. 기성품처럼 어딜 가나 같은 그네, 같은 미끄럼틀이 아닌 좀 더 정서적인 놀이기구를 제안하려 했다. 통로가 되는 바닥에는 투수성이 좋은 고무 블록이 깔려 있고 대부분은 모래이다. 모래 놀이는 5세 이전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모래 놀이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있는데, 아이들의 키 높이를 고려해 각기 다른 세 가지 높이의 수도를 마련했다.
2층의 꽃 놀이터는 식물을 키우는 자연체험 공간이다. 바닥은 잔디 블록으로 마감했고 내부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잘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했다. 2.5층 콩콩 놀이터는 2-3세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세발자전거를 타거나 스카이 콩콩 같은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한 작은 공간이다. 이 곳은 투수성이 좋은 고무 매트로 바닥을 마감하고 별도로 외부 화장실을 마련했다. 3층 물 놀이터는 옥상 바닥을 경사지게 하여 만든 것으로, 가장 깊은 곳은 60cm가 되도록 했다. 바닥은 콩자갈로 미장 마감하고, 1.5m 높이의 난간은 안전을 배려하면서도 중간 중간 구멍을 내어 밖을 내려볼 수 있게 했다.
건축 후기
건강한 집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던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건축으로서 접근하기보단, 내부에서 외부를 생각하는 건축이 요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집이 완성된 현재 마감이나 디테일 면에서의 만족도는 절반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린이집이 신림동의 경사지에 위치하며 마을 어디서나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그리고 이 어린이집을 통해 골목길의 느낌이 더욱 기분 좋아졌다는 점, 무엇보다 아이들과 집이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