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도 끝나고 슬슬 나무하러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어디에 땔감이 있을까? 이리저리 알아보고 산도 다녀보지만 눈에 띄는 간벌된 나무는 없다.
깊은 산 속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엇그제 추운 날 한 차 나무를 하고 힘든 몸을 좀 가누었다가 오늘 기계톱으로 토막을 냈다.
기계톱 사용이 서툴러 톱날을 땅이나 돌에 긁히는게 많다보니 톱질이 잘 되지 않는다.
줄을 사다놓고 톱날을 갈아야지 하다가 오늘 황토민박 아저씨께 딱 걸렸다.
자전거 타고 기와빌라를 지나다가 영 아닌가 싶어 아저씨가 한소리하셨다.
"야슬이 있어? 야슬이 가져와 봐~
"이게 모야! 답답해 죽겠네~ 사람도 힘들고 기계도 힘든거야~"
줄을 가져다 드렸는데 손잡이도 없는 것을 보시더니
"붉나무 알어?"
"몰라? 이리 와 봐!"
아저씨는 앞산으로 가서 가는 붉나무를 자르더니
이내 줄을 붉나무에 꽂아 기계 톱날을 갈고 계셨다.
붉나무는 가운데 심지가 무르다. 그래서 꽂아쓰기 좋다.
한참을 하시더니
"다음 번에 찾아와서 해달라고 하지마?"
아저씨께 한 수 배우고 고마워 싱글벙글 했더니 정든다고 버럭 화를 내신다.
톱날을 다 갈고 큰 통나무를 시범삼아 자르는 데 너무 잘 잘린다.
아저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무정리를 마쳤다.
아저씨 자전거 타고 가시면서 하는 말,
"기계톱 버릴 때 되면 나에게 가져와!" 하며 가셨다.
오늘 붉나무에 꽂아 쓰는 것과 줄로 톱날을 갈아쓰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도끼자루를 물푸레로 하는 것도 예전에 알았지만 나무를 잘 알고 쓰임새도 잘 배우면 좋겠다.
늘 인상쓰면서 화내는 듯 말씀하시는 아저씨,
예전에 운전기사 하다가 사고로 머리를 다치셨다고 들었다.
힘도 좋으시고 무뚝뚝하지만 웬지 아저씨가 정이 드는 것 같다.
잣나무보다 소나무, 소나무보다 참나무가 더 단단하다.
잣나무와 소나무는 송진이 있기도 하지만 땔감으로는 헤프다.
아주 굵지는 않아도 참나무는 단단하고 불도 오래 간다고 하니 그래서 참나무인가 보다.
내일부터 참나무를 해 와야겠다. 오늘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이만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