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다문화 센터’가 문을 열었다. 첫 행사로 다문화 가정 주부 40명을 대상으로 화분에 미니정원 만들기 행사를 가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주부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해 몽골·베트남·필리핀·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주부 40명은 모두 젊은 나이들이라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다 보니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엄마들이 교육을 받을 때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장소와 인원도 필요했다. 이 또한 우리가 풀어가야 할 당면 과제일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국제봉사단체에서 다문화 가정 한글 교육 도우미를 신청해 놓았는데, 군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방법으로 도울지 등 그분들을 우선 만나봐야 길이 보일 것 같아 며칠 뒤 담당 공무원과 함께 두 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다. 단순한 한글 교육만이 아니라 문화·관습·예법 등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우리 회원들과 나의 생각이다.
읍내에는 동남아시아 마트와 중국 식료품가게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골 오일장에 가면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가 함께 생선 고르는 법부터 물건 살 때 흥정하는 법 등을 배워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번은 떡집 앞에서 비록 서툴지만 시어머니께 “엄마, 떡 많이 먹어세요” 하며 외국인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입에 떡을 넣어주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말이 조금 서툴면 어떤가. 농촌의 어렵고 힘든 자리를 이들이 메워주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농촌은 다문화 사회를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좀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농촌의 다문화 가정은 좀더 정직한 결혼이었으면 좋겠고, 남편과 가족들도 그들 나라에 대해 공부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다문화 가정 주부들의 흔들리지 않는 삶이 흔들리지 않는 자녀들을 키워낼 것이고, 그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렇듯 이들은 우리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우리가 좀더 따뜻한 이웃이었으면 좋겠다.
〈2007년 생활수기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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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관심 속에 편히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야 할 많은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야기...따뜻합니다. 정겹습니다. 그들을 위한 우리들의 생각과 관심이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더욱 가족같은 사랑을 베풀어야 할 떄가 아닌가 합니다.
함안을 검색했는데 정경부인님의 모습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담아 왔습니다...멋진 삶을 만들어가시는 모습에 박수~~짝짝짝...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