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
주일 학교 아이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교리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영원히 묵주 기도를 하는 곳이에요. 영원히 십자가의 길을 하는 곳이고, 영원히 미사를 드리는 곳이에요. 영원히 하느님 말씀을 듣는 곳이고, 영원히 교리를 배우는 곳이에요.” 그러자 한 아이가 “아이고.”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기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였더니, 아이들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김재덕 신부,복음 묵상(2024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오래전 첫영성체 교리 기간, 아이들에게 성경 권수를 기억하게 한답시고, 하늘나라 전화번호 73국 4627번을 가르쳐주었다. "전화했는데 아무리 해도 하느님이 받아요~" ‘이크....’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초3 여생도의 말씀에 얼마나 놀랬던지.
주일학교 중2 유진이가 “첫영성체 반 교리를 해보고 싶다”라고 엄마 편에 연통을 넣었다. “어, 정말…? 가능하지요~” 유진이는 이미 검증된 조교였다. 중고등 여름 캠프 조별 발표자로 어찌나 귀에 눈에 쏙 들어오게 야무지게 발표하던지. 기꺼이 접수했다. 주제를 선택하라고 했더니 "하느님 나라"로 정하고. 그런데 몇 달 남겨 놓고 자리 이동이 되어 후임자에게 신신당부했다. ‘꼭 좀 약속을 지키게 해달라고. 그리고 엄청나게 잘한다.’라고.
유진이의 하느님 나라 교리 수업은 대박이었다. 산만하기 그지없는 초3-6년 이십여 명 생도들은 일단 성당 아는 언니야가 들어오니 뜻밖의 분위기에 완전 압도, 초집중, 그리고 몰입. 그리고 유진이가 준비한 교안도 압권이었다. 아이들에게 먼저 희망하는 천국)하느님 나라를 그려보던지 써보라 보라 한 뒤, 하느님 나라를 위해 생도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각자 먼저 실천할 것을 과제로 내준 자신의 설명을 조금 보태. 그 날 유진이의 교리수업에 함께하지 못했음이 참 아쉽다.
하느님 나라는 ‘아직’ ‘저기’에 있지만 ‘이미’ ‘여기’에도 있다. 이것을 복음서 루카는 ‘우리 한 가운데 있다’(루카 4,21)라고 하였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는 내가 아닌 남이 희생하고 수고한 것에 무임승차 하는 것이 아닌 홀로 그리고 더불어 하느님 나라 회복과 정착에 기여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언젠가는 꼭 이루어야 하는 구원의 역사 그리스도인의 최대 사명이다.
입력:최마리 에스텔 수녀 2024년 1월 21일 AM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