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7:11-26
찬송가 528장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계속해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장차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될 출애굽 2세대에게 전하신 말씀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서 모세와 이스라엘 장로들은 요단강을 건너가서 돌비를 세우고 돌 제단을 쌓아야 한다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했습니다. 이는 아버지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신 27:1-10).
오늘 본문은 그 후에 지켜 행해야 할 명령이 이어집니다.
그리심 산과 에발 산에서(11-13)
(11) 모세가 그 날 백성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여기서 ‘그날’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어진 명령이 전해진 정확한 시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10) 그런즉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여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 명령과 규례를 행할지니라
앞선 10절의 ‘오늘’과 11절의 ‘그날’은 돌비를 세우고 돌단을 쌓으라는 모세의 명령과 이어진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라는 명령이 같은 날에 이루어진 일이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공동 번역 성경(성서)은 이 뜻을 더욱 명확히 반영하였습니다.
(공동 번역 11) 같은 날 모세는 백성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이로써 그 시점이 어느 때를 의미하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그날에 이어진 명령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2-13) 너희가 요단을 건넌 후에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요셉과 베냐민은 백성을 축복하기 위하여 그리심 산에 서고 르우벤과 갓과 아셀과 스불론과 단과 납달리는 저주하기 위하여 에발 산에 서고
모세는 시므온, 레위, 유다, 잇사갈, 요셉, 베냐민 지파의 대표는 축복을 선포하기 위해 그리심 산에 설 것을 명했습니다. 반면 르우벤, 갓, 아셀, 스불론, 단, 납달리 지파의 대표는 저주를 선포하기 위해 에발 산에 설 것을 명했습니다.
축복을 위해 그리심 산에 설 것을 명령한 여섯 지파는 야곱의 아내인 레아와 라헬을 통해 얻은 후손들이었습니다. 반면 저주를 위해 에발 산에 설 것을 명령한 여섯 지파는 레아와 라헬의 시종, 실바와 빌하를 통해 얻은 후손들과 레아를 통해 얻은 후손이지만 아버지의 첩인 빌하와 동침하여 장자의 자격을 잃은 르우벤(창 35:22)과 막내 스불론이었습니다.
여기서 축복의 산에 선 이들만을 축복의 대상으로 보거나, 저주의 산에 선 이들로 저주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들로 그 산에 서게 하신 목적은 요단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에게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후손으로 어느 산에 설지를 구분한 것은 본처의 후손을 첩의 후손보다 앞세우는 고대의 풍습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축복을 위해 그리심 산을 저주를 위해 에발 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여러 가설(홈페이지 새벽 묵상 원고 22년 12월 23일: 신 11:18-32-11:29-32 또는 23년 1월 31일: 신 27:1-10-27:4-7 참고)을 제시하는데, 사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성경을 통해 우리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신 11:29-3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너를 인도하여 들이실 때에 너는 그리심 산에서 축복을 선포하고 에발 산에서 저주를 선포하라 이 두 산은 요단 강 저쪽 곧 해지는 쪽으로 가는 길 뒤 길갈 맞은편 모레 상수리나무 곁의 아라바에 거주하는 가나안 족속의 땅에 있지 아니하냐
하나님께서는 이전에도 모세를 통해 두 산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면서 그리심 산에서는 축복을 에발 산에서는 저주를 선포할 것을 전하셨습니다. 오늘 본문 역시 이와 그 맥을 같이 하는 동시에 더욱 구체적으로 거기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합니다.
모든 백성이 아멘 할 것(14-26)
(14) 레위 사람은 큰 소리로 이스라엘 모든 사람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여기 레위 사람은 앞서 그리심 산에 오른 레위(12)와 문자적으로 같기에 다소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심 산에 선 레위는 레위 지파의 지도자(대표)를 의미하며 본 절에 기록된 레위 사람은 언약궤를 맨 레위 지파 제사장을 의미합니다.
제사장 된 레위 사람은 큰 소리로 이스라엘 모든 사람에게 이어질 열두 가지 유형의 죄악과 이에 대한 저주를 선포했습니다. 이에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결같이 ‘아멘’으로 대답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선언된 죄악(인)과 저주는 우상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15) 장색의 손으로 조각하였거나 부어 만든 우상은 여호와께 가증하니 그것을 만들어 은밀히 세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응답하여 말하되 아멘 할지니라
한글 개역 개정 성경은 원어 성경의 의미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에 담긴 운율까지를 담아내는 데는 조금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원어 성경에는 ‘저주하다’를 뜻하는 원어 ארר아라르가 수동분사형(ארוּר , 아루르)으로 각 문장의 제일 앞에 기록이 되었습니다. 즉 15절에서부터 마지막 26절에 이르기까지, 열두 가지 유형의 죄악과 그 저주에 대한 문장은 모두 한결같이 ‘저주하다’를 뜻하는 원어 ארר아라르로 시작됩니다.
영어 성경은 이를 잘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습니다.
(NASB 15) 'Cursed is the man who makes an idol or a molten image, an abomination to the LORD, the work of the hands of the craftsman, and sets it up in secret ' And all the people shall answer and say, 'Amen.'
(NIV 15) "Cursed is the man who carves an image or casts an idol--a thing detestable to the LORD, the work of the craftsman's hands--and sets it up in secret." Then all the people shall say, "Amen!"
15절에서부터 마지막 26절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양식으로 기록되었었습니다. 열두 가지 유형의 죄악(인)과 이를 저주하는 열두 개의 절에서 보이는 같은 형태는 리듬감을 넘어 그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합니다.
우상의 제작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누차 가증한 것으로 금지된 죄악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전과 같이 이것이 큰 죄악이며 저주가 뒤따른다는 교훈을 전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선포된 말씀에 모든 백성이 ‘아멘’으로 대답하게 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체결된 언약의 유효성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는 마치 세례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공적으로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시인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는 세례식에 빠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례 자의 질문에 세례 예정자들이 ‘아멘’으로 대답하는 일입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자녀 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말씀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아멘’으로 대답하게 하여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가 체결되었음을 공적으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우상을 만들어 세우는 자(15)에 이어 기록된 나머지 죄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6)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 (17) 이웃의 지계표(경계석)를 옮기는 자,
(18) 시각장애인으로 길을 잃게 하는 자, (19) 객이나 고아,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
(20) 계모와 동침하는 자. (21) 짐승과 교합하는 자,
(22) 자신의 자매와 동침하는 자, (23) 장모와 동침하는 자,
(24) 이웃을 암살하는 자, (25)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
(26) 율법의 모든 말씀을 실행치 않는 자.
(16-26) 그의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17 그의 이웃의 경계표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18 맹인에게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19 객이나 고아나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0 그의 아버지의 아내와 동침하는 자는 그의 아버지의 하체를 드러냈으니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1 짐승과 교합하는 모든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2 그의 자매 곧 그의 아버지의 딸이나 어머니의 딸과 동침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3 장모와 동침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4 그의 이웃을 암살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5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26 이 율법의 말씀을 실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이러한 죄악을 범한 이에게 곧장 이어지는 것은 저주였고, 백성들은 ‘아멘’으로 대답해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죄악(인)은 본문에 처음 등장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하나님께서 여러 차례 금하신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시선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신명기에는 아버지 하나님의 명령(말씀)과 규례를 잘 지키라는 교훈이 여러 차례 기록되었습니다. 때때로 거듭된 반복은 지루하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녀 된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 반복이 지루하게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시작에서 축복과 저주를 물리적 공간을 통해 구분하셨지만, 실상은 저주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저는 오늘 이 말씀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알겠지? 어서 ‘네’라고 대답해 보렴”
“거짓말하면 크게 혼낼 거야. 알겠니? 어서 ‘네’라고 대답하렴”
부모님은 어린 저에게 엄히 말씀하실 때는 꼭 대답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순간 부모의 자리에선 저 역시도 어린 자녀에게 이같이 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훌쩍이는 아이에게 악착같이 대답을 받아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저주가 뒤따르는 죄악들에 대해 말씀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으로 각각의 죄악들에 있어 ‘아멘’으로 대답하게 하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결코 그들을 저주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로 저주의 자리에 서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돌 재단을 그리심 산이 아닌 에발 산에 쌓게 하신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대답을 재촉하는 부모님께 ‘네’라고 대답한 이후로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다 모르는 제 모습을 알고 계시는 부모님은 언제나 따끔하게 혼내신 후 아파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멘’이라고 대답한 이스라엘은 그 후로는 저주받을 죄악을 범하지 않았을까요?
끝내 독생자를 보내셨음이 그 답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리며 세속이 아닌 하나님 품으로 담대히 나아갈 때, 우리의 오늘은 영원한 승리를 선언하신 주님과 함께 약속의 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저주가 뒤따르는 죄악들을 확인시켜 주시는 모습을 살피며, 오늘 저희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뿐 아니라 저희 역시도 잘 알고 있는 죄악이지만 거듭 쉽게 범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니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이런 부족한 저희를 저주의 자리에 버려두지 않으시는 주님의 큰 사랑을 깊이 되새깁니다.
오늘 하루,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을 깊이 되새기며 세속이 아닌 아버지의 품을 향해 가는 한 날이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그리심 산 선 지파들과 에발 산에 선 지파들을 구분해 보시겠습니까?
2. 레위 사람이 이스라엘 모든 사람에게 이른 한 열두 가지 죄악을 정리해 보시겠습니까?
3. 모든 백성에게 ‘아멘’으로 대답하게 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4. 요단을 건너 선포되는 내용에 ‘아멘’으로 대답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작성: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