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이야기
이범, 홍은경 지음/ 다산에듀
<수호천사 이야기>는 두 명의 작가가 쓴 동화입니다. 교육 평론가 이범 씨와 동화작가 홍은경 씨의 공동저서입니다. 사춘기 아이의 공부와 인생을 이끌어가는 지침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공부에 대한 과도기로 그만큼 중압감이 커져가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첫 번째 시기가 바로 이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현지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했던 현지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극심히 경쟁체제로 돌입하며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전 지역의 등수를 매긴다는 중학생의 성적표를 실감하며 현지의 엄마는 현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혹독하게 몰아칩니다. 그럴수록 현지는 고분고분하기보다는 오히려 반감만 쌓여갑니다. 현지와의 충돌을 감지한 아빠는 급기야 엄마에게 안식년을 선포하고 외가로 잠시 가 있기를 권유합니다. 엄마의 부재는 오히려 현지를 행복한 안도감에 빠지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지는 적절한 조언이 담긴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공부를 방해하고 걸림돌이 되었던 현지의 고민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일곱 통의 편지였습니다. 그 일곱 통의 편지는 사춘기 현지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입니다. 현지의 마음을 다스려준 그 아름다운 수호천사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현지는 그 편지에 쑥 빠집니다.
엄마가 안 계신 집에 할머니가 와 계셨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날마다 엄마가 집으로 출근해서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해주고 가셨다는 겁니다. 현지는 조금씩 상황을 알게 되고 심장이 안 좋아 병원에서 수술하게 된 할머니를 병문안하며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할머니는 심장 수술을 하는데 심장조절기가 페이스 메이커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온전히 내면의 힘만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공부에 중요한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역할이 바로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이 책은 한국의 교육현실을 은근히 들추어 냅니다. 학부모와 자녀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음을 사실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주체였던 엄마와 편지를 통해 교감하고 진정한 소통과 미래의 교육을 적절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글 속에서 경쟁적으로 자라나는 한국의 아이들, 그리고 저 또한 그 경쟁 속에서 살았던 지난 날이 떠오릅니다. 분명 남을 이겨야만 이 험한 정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의 세계입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도 적절한 지침서가 될 것 같고, 특히 엄마가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험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내용입니다. 그저 고단한 인생길을 함께 달려줄 그 누군가를 찾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건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친구도 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의 엄마로 의미있는 페이스 메이커로 남고 싶은데, 그래서 아이들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욕심일까요?
책 읽으면서 내내 고민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가을 되세요~~
함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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