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로 받은 서운암 된장
김 영 철
철마다 '신인'이라는 알만 까는 출판사는
어미 노릇 고사하고 이름 한 번 안 부른다
지난한 글쟁이 우려 입을 닦는 문예지들
밤을 팔아 지면(誌面) 사고 품삯으로 받는 책 한 권
가야 하나 서야 하나 촛불처럼 몸살 앓다
따라온 영축산 물소리에 아린 속을 갈앉힌다
십육만 도자 대장경 외다 잠든 옹기에서
선농일치(禪農一致) 꿈을 꾸며 불 속에 핀 연(蓮)이여
향 깊은 그대를 좇아 들꽃 다시 일으킨다
*시조 전문지 『화중련』(火中蓮)에서 고료로 보내온 서운암 된장.
시작 노트: 올해도 여러 갈래로 20여 편의 작품이 꽃신을 신고 나들이 나갔다.
그중에서 원고료를 받은 곳이 2편에 5만 원씩 보내온 두 군데와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서운암 된장이다. 출판사가 어려운 것은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고료 대신 책 한 권
부쳐드리겠습니다' 하면 외려 고맙기까지 하다. 그러나 너무 어이없이 웃기는 짜장 같은
출판사도 참 많다. 발간비 입금 확인 후에 글을 싣겠다거나 연회비는 받아 챙기고 1년에
한 번뿐인 연간지는 내지도 않고 사과 한마디 없는 곳, 고료 이야기는 눈 씻고 봐도
없는데 후원 통장번호는 굵은 돋움체로 부담 백배 안겨 주는 곳 등등, 새나 닭이나
시인인지라(나도 포함해서) 공급은 넘쳐나고 판매는 되지 않는 문학이라는 시장의 불균형
때문이리라. 장마당에 질 좋은 상품을 모아놓고 줄지어 기다리는 감성인들에게 번호표를
나누어주는 어림없는 상상이 슬프기만 하다.
『화중련』을 위해 불 밝히신 성파 큰스님과 동진 스님, 편집과 발간을 위해 애쓰신 관계자
여러분께 가슴으로 합장, 또 합장!!
** 댓글은 정중히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