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계’라는 말
학교에서 너나없이 쓰는 말 가운데 ‘결석계’, ‘휴직계’, ‘조퇴계’ 같은 말이 있다. 결석, 조퇴, 휴직 같은 말은 흔하게 쓰는 말이니 알겠는데, 뒷가지로 붙은 ‘-계’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때 계屆는 ‘이른다, 다다른다’는 뜻이 있다. 이 말들 가운데 휴직계, 조퇴계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마침 교육부에서 낸 ≪학교생활기록부기재요령≫ 이 있어서 펼쳐보니 ‘별지 제3호(출결상황 관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다. 질병으로 인한 결석
⑴ 결석한 날부터 5일 이내에 의사의 진단서 또는 의견서(의사 소견서, 진료 확인서 등으로 병명, 진료기간 등이 기록된 증빙서류)를 첨부한 결석계를 제출하여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⑵ 다만, 상습적이지 않은 2일 이내의 결석은 질병으로 인한 결석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학부모 의견서, 처방전, 담임교사 확인서 등)가 첨부된 결석계를 5일 이내에 제출하여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교육부에서 내는 자료가 이 모양이다. 한글로 썼을 뿐이지 온통 한자말 투성이에 다른 나라 말법 범벅이다. ‘질병으로 인한 결석’은 ‘질병 결석’이나 ‘질병으로 한 결석’으로 쓰든가 '병으로 결석할 때', '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때'처럼 쓰면 훨씬 쉽다. '상습적이지 않은'이란 말도 '상습이 아닌', '버릇이 아닌'으로 다듬고, ‘기록된’, ‘첨부된’ 같은 입음꼴로 쓴 말도 ‘기록한’, ‘첨부한’ 같은 말로 써야 한다. ‘적은’, ‘딸린’ 같은 우리 말로 썼더라면 더욱 좋았겠지.
다. 병 결석
⑴ 결석한 날부터 5일 이내에 결석신고서와 의사의 진단서 또는 의견서(의사 소견서, 진료 확인서 따위로 병 이름, 진료기간을 적은 서류)를 학교장한테 내서 승인을 받은 때
⑵ 다만, 버릇이 아닌 2일 이내 결석은 병 때문에 결석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학부모 의견서, 처방전, 담임교사 확인서 따위)를 결석신고서와 함께 5일 이내에 내서 학교장 승인을 받은 때
영국 수상을 지낸 마거릿 대처는 “사람 사이는 소통에 달려있다. 어려운 글은 소통에 걸림돌이다. 정부처럼 큰 기관이 일반인과 소통을 할 때 오해가 있으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고 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 2010년 6월에 낸 자료를 보면,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치러야할 시간 비용이 한 해에 170억 원이나 된다고 했다.
‘결석계’, ‘조퇴계’ 같은 말은 학교 안에서 흔하게 쓰고 선생한테야 그다지 어려운 말이 아니다. 뭐 쓸 일도 없지만. 허나, 학생이나 학부모 가운데 누구라도 결석계가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그깟 말도 모른다고 나무라겠는가. 그때마다 결석계缺席屆 는 어떤 일로 학교 공부를 빠질 때 결석한 까닭을 적어서 내는 서류라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더욱이 이 말은 일본말 찌꺼기다. 일본 사람들이 쓰던 말을 버리지 않고 어른들이 쓰고 아이들은 또 그 말을 따라간다. 이래서 어려운 말 천지가 된다. 그러니 여기에 나온 '결석계'는 같은 한자말이라도 ‘결석신고서’로 다듬어 쓰면 한결 뜻이 또렷해진다. 이런 말 한 마디 다듬는 일, 이게 진정 학생을 위하는 일이고 학부모를 배려하는 교육행정이다.
말이 났으니 군말 한 마디 보태겠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빠질 결缺을 줄여서 하품 흠欠으로 적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일본 사람들은 ‘결缺’자와 ‘흠欠’자 소리가 같기 때문에 ‘缺’자를 ‘欠’자로 쓴다. 하지만 우리 한자로는 두 글자는 소리와 뜻도 아주 다른 한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