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접경지역 홍수조절지 겨울 손님 두루미
경인일보, 나봉길 연천포천권지사장, 2023. 03. 29.
지난해 늦가을을 즈음하여 경기도 연천에도 '학'(鶴), 순우리말로 '두루미'(Crane)라 불리는 겨울손님이 어김없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 두루미의 주요 도래지인 군남댐 상류의 임진강과 홍수조절지 일대에는 대규모 무리를 이룬 두루미가 겨울나기를 하며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15종의 두루미가 있으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두루미는 7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북부 접경지역인 연천과 철원 지역에는 '두루미'(Red-crowned crane)와 '재두루미'가 주를 이루며 찾아온다. 이들 두루미는 국가에서 지정하는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며, 전 세계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하는 나그네 새이다.
두루미는 영문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빨간색 정수리가 눈에 띄어 단정학(丹頂鶴)이라 불리며, 몸 전체가 하얗고 날개 깃의 끝이 검정색이다. 두루미는 거북이, 대나무, 영지 등과 더불어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자연상태에서는 20~30세, 중국 문헌에서는 50~60세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루미는 체온 유지를 위하여 하루에 6천개 정도의 곡식 낱알을 섭취하며, 한번 날 때마다 낱알 300개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매우 민감한 두루미는 천적 등에 쫓겨 한 번 날아오를 때마다 많은 열량을 소모하므로 인적이 드물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 서식한다.
1. 동북아에만 서식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잠자리 댐 상류 여울 수몰 안되게 수위 유지.
K-water는 홍수기 기후변화로 가중된 국지적 게릴라성 호우와 갑작스런 황강댐 등 북측 댐의 방류에 적시 대응하고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수와 치수, 물관리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갈수기에 대비하여 더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두루미 잠자리인 댐 상류의 주요 여울들이 수몰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며 운영하고 있다.
댐의 상·하류 지역 간에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요구를 균형 있게 수렴하여 운영의 묘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문화재청은 작년 5월 군남댐 상류 일부 구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명칭: 연천 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하였고, 이를 통해 접경지역 군남 홍수조절지의 생태적 보전가치를 인정받았다.
2006년 환경부의 겨울 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군남댐 조성 이전 임진강 상류 일대에는 두루미 141마리, 재두루미 86마리가 도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겨울 손님 두루미는 변함없이 매년 찾아오고 있을까? K-water가 두루미의 잠자리와 먹이터, 쉼터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군남 홍수조절지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총 개체수를 집계해보면 2021년 초에는 700여 마리, 2022년 초에는 1천여 마리, 올 겨울에는 1천800여 마리 정도다.
K-water는 두루미 모니터링뿐 아니라 다양한 보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개활지(開豁地)를 먹이터나 쉼터로 선호하는 두루미의 생태특성을 고려하여 넓은 시야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주요 서식지에 예초작업과 먹이주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 민들과 삶 함께 한 '깃대종' 중요 생물자원. 모니터링·먹이주기·서식지 보전 등 관리 노력.
4월1일은 제3회 '멸종위기종의 날'이다. 이날은 정부에서 멸종위기종의 보전가치를 널리 알리고 국민적인 인식을 제고하고자 2021년에 처음 지정되었다. 멸종위기종 두루미는 연천군의 군조(郡鳥)로서 지역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함께하였으며 지역사회의 깃대종(flag species)으로서 중요한 생물자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K-water는 향후에도 두루미 생태 모니터링, 먹이주기, 서식지 보전·관리 등 다양한 방식의 보전 활동 진행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 몽골, 러시아 각지로 먼 길을 날아갈 두루미는 떠날 채비를 하는 듯 이리저리 분주하게 먹이를 주워 먹으며 추위가 한창일 때와는 달리 봄기운을 느끼면서 무리지어 하늘 높이 비상하였다. 한바탕의 더위가 지나가고 가을의 끝자락 즈음에 두루미는 머언 북녘으로부터 군남 홍수조절지를 어김없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나봉길 K-water 연천포천권지사장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