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지코지의 올인 촬영지인 교회의 늦은 오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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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월)
성산-세화 해안도로(별방진)▶행원-김녕 해안도로▶김녕-동복 해안도로(다려도)▶돌하르방공원▶만장굴▶김녕 미로공원▶일출랜드▶섭지코지(올인하우스)▶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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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올 것이 왔습니다. 평소에 잘 믿지 않는 기상대 예보를 너무 과신했던지 아침나절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제주의 오름들을 올라보고, 우도로 들어가기로 한 날이었지만, 다시 하늘이 맑아지기를 기원하며 맨 마지막날 일정인 제주 동북부 해안도로 드라이브와 주변 여행지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숱한 해안도로를 지나 왔습니다. 하귀-애월, 한림-귀덕, 한경-용수, 수월-일과 해안도로를 지나 모슬포항-산방산입구와 신산-성산 해안도로까지...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닌 해안도로는 질릴 법도 한 제주도의 풍광을 마음껏 보여주었고, 가슴이 탁 틔이는 묘미를 던져 주었습니다. 성선에서 시작되는 제주 동북부쪽은 거의 대부분 해안도로를 안고 있습니다. 성산을 시작해 하도와 종달을 지나 세화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시작으로 행원-김녕, 함덕-조천에 이르는 구간은 제주도 동북 해안 풍경을 마음껏 유린할 수 있는 해안도로입니다.
★ 우도로 가는 도항선을 탈 수 있는 종달리 도항선착장
성산포 갑문다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성산-세화 해안도로가 시작됩니다. 바다에 가까이 붙어 해변을 따라가는 해안도로는 제주도 동쪽의 비경을 한없이 보여줍니다. 종달리에 이르면 우도로 가는 도항선을 이용할 수 있는 선착장을 만납니다. 우도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 종달 도항선착장을 이용하거나 성산항을 이용하면 됩니다. 종달리에 있는 도항선착장에서는 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습니다. 금방 떠나온 성산포의 일출봉도 바다위에 던져진 왕관처럼 번뜩입니다. 해변에는 모래포집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나무를 이용해 울타리처럼 만든 모래포집기는 파도로 인해 모래가 쓸려내려가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미봉과 성산일출봉
종달리 조개잡이 체험장을 지나면 육지는 다시 바다를 향해 불뚝 내밀기 시작합니다. 거친 현무암이 널려있는 바닷가에는 이렛당이라 부르는 신당이 있습니다. 독수리를 닮기도 하고, 외계인처럼 특이하게 생긴 바위 아래에 신기하게도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렛당의 신목으로 가지가지마다 흰색 지전과 여러 색의 천이 걸려 있습니다. 무속신앙중 하나로 당의 제일이 매달 끝자리 7일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며,당신은 피부병,안질의 치유와 육아를 맡은 신이라고 합니다. 이렛당은 제주도 서부를 제외한 전지역에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종달의 이렛당도 제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이렛당중 하나인가 봅니다.
인근에는 갯바위 위에 배가 한 척 올라 있습니다. 종달리 앞바다와 주변경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늦은게 흠이지만 바다와 함께 달리는 해안도로와 저멀리 기다랗게 보이는 우두와 구름 사이의 빛에 일렁이는 성산일출봉도 보입니다. 가까이에는 지미봉이라 불리는 오름이 하나 있습니다. 지미오름이라 불리기도 지미의 이름처럼 제주도의 동쪽 땅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봉우리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 별방진성에 올라...
하도를 지나면 바다가 슬슬 지겨워진 듯 내륙쪽을 바라봅니다. 까만 현무암 군락이 무질서하게 연이어져 있습니다. 밭을 일구면서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은 풍경이 제주도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밤새 내린 비에 대지는 촉촉히 젖어 있고, 담장 안쪽의 밭에는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이 일렁입니다. 담장이 성처럼 보이더니 곧 성이 하나 나타납니다.
별방진성은 군사적인 요충지인 진에 설치된 성곽입니다. 별방진은 조선 중종 때 제주 목사를 지낸 장림이 우도에 왜선의 정박지가 있어서 김녕 방호소를 이곳으로 옮기고 별방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성곽의 둘레는 약 1km남짓되고 4m의 높이로 쌓았으며, 동서남쪽에 문을 설치하고, 치성과 옹성도 만들어 왜구의 침입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축성 당시 흉년이 크게 들었는데 성을 쌓으면서 먹을 것이 없어 인분을 먹어가며 쌓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 행원리에 있는 풍력단지...
성산에서 시작된 해안도로는 세화해수욕장에서 잠시 마무리 짓습니다. 세화리에는 제주도 여행때 꼭 한번 들러봐야할 해녀박물관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매월 첫 째주 월요일 휴관이라는 그물에 걸려 박물관을 둘러볼 수 없었습니다. 해녀박물관 야외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인 1929년 해녀들의 권익과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 해녀어업조합을 설립하지만, 조합장이 일본인이어서 결국 조합은 식민지 수탈기구로 전락됐고, 야학 등을 통해 항일의식을 고취하고 있던 해녀들은 끝없는 수탈을 보다못해 1931년 세화리에서 대규모 항일투쟁을 일으킵니다. 그 항일투쟁을 기념하여 해녀박물관내에는 제주해녀 항일운동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탑을 세우게 됩니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습니다. 돌,바람,여자의 삼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람을 빼놓고는 제주를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제주에는 바람이 그렇게 많았을터인데, 정녕 바람을 이용한지는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04년에 조성된 행원 풍력발전단지는 제주 서남부의 용수리에 있는 풍력단지와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상 20층 높이인 45m의 풍력발전기는 마치 바람과 맞장을 뜨기위해 당당히 서 있는 모습같기도 하고, 왜적의 침입에 맞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해안에 서 있는 장군의 모습같기도 합니다. 행원리 풍력단지에서는 연간 제주의 7-8천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생산한다고 합니다.
★ 북촌 돌하르방 공원의 하트를 안고있는 하르방...
행원리 풍력발전이 바람이었다면, 삼다 중 또하나의 구성원은 바로 '돌'입니다. 화산운동으로 생긴 제주도와 한라산 그들이 품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돌입니다. 제주에는 돌을 주제로 한 제주돌마을공원,제주돌문화공원,제주돌문화공원,목석원 등이 있습니다. 그중 돌하르방을 주제로한 북촌 돌하르방 공원을 찾았습니다. 도내에 흩어져있는 돌하르방 48기는 1971년 지방민속자료 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돌하르방공원은 지방민속자료 2호인 48기의 돌하르방을 원형의 모습으로 재현해낸 공간입니다. 원래 돌하르방은 제주목,정의,대정현의 성문 입구에 세워졌던 것들인데 현재는 제주시내에 21기, 성읍과 대정에 각 12,13기가 있고, 특이하게 서울국립민속박물관에 2기가 있습니다.
★ 아직 미완성으로 남은 15m의 돌하르방...
돌하르방공원은 입구를 시작으로 제주목,대정,정의현의 48기 돌하르방을 재현한 공간을 시작으로 주술종교,방사,수호신,위치표식 및 금표 등 돌하르방의 기능에 대한 공간과 돌하르방에 대한 재해석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돌하르방의 재해석 공간은 손을 뻗어 반기는 신장 15m의 하르방을 비롯해 포옹을 하거나, 꽃을 거네거나 새와 함께하는 하르방 등 돌하르방의 친밀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하르방이라는 제한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돌과 하르방이 결합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 만장굴 입구... 미공개지역...
세계유산에는 문화유산,자연유산,복합유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석굴암과 불국사,해인사의 장경판전,종묘,창덕궁,수원 화성,경주역사유적지구,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등 7개의 문화유산과 지난해 한라산,성산일출봉,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이름으로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 중 거문오름계 용암동굴은 제주의 360여개의 기생화산 중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지형의 경사를 따라 북동쪽으로 흘러 해안선까지 도달하면서 여러개의 동굴을 만들어 내는데 뛰어난 경관과 함께 용암동굴이면서 탄산염 퇴적물이 동굴로 유입된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인 점이 감안되어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 분야 세계전문가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치있는 동굴로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는 용천동굴,당처물동굴,뱅뒤굴,만장굴,김녕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세계자연유산중 하나인 거문오름계 용암동굴인 만장굴...
그중 가볼 수 있는 곳은 만장굴이 유일합니다. 만장굴의 연장은 약 8km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데, 일반인에게는 1km정도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큰 동굴입구를 들어서면 용암동굴의 특징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용암이 흐르면서 남긴 흔적인 용암선반과 선구조,용암종유를 비롯해 동굴이 형성된 뒤 천장에서 떨어진 암석인 낙반,승상용암,용암곡석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갔을 수십만년전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문득 뜨끈한 기운이 몸으로부터 느껴집니다. 마치 한마리의 용이 괴성을 지르며 빠져나가는 듯한 상상도 들었습니다. 만장굴의 끝 자락에 위치한 것은 용암석주입니다. 용암석주는 천장으로부터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약 7m에 이릅니다. 불빛을 받은 용암석주의 모습은 수십만년 전에 만들어진 그대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만장굴은 인근 김녕사굴과 함께 천연기념물 9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 김녕미로공원...
만장굴을 찾아가는 길은 빠져나갈 틈도 없이 빽빽한 협죽도의 길입니다. 협죽도길을 지나다보면 김녕미로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랠란디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 숲길을 따라 출구를 찾는 놀이문화를 만들어낸 곳입니다. 미로공원은 미국인인 더스틴 교수가 1987년부터 가꾸어 만든 곳으로 제주해안선,조랑말,배,경위선 등 제주도의 역사를 상징하는 7개의 상징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과연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매표소에서는 미로지도를 건네주며 정작 못찾고 해맬 때 보라며 넌지시 이릅니다. 설마 이 짧은 미로를 찾지 못할까 싶어 들어간 공간은 처음에는 잘 가나 싶더니 왔던 길을 또 지나고, 마주쳤던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계속 마주치게 되면 결국에는 웃으며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 민망한 것이지요...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내고 또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하고 난 뒤에야 출구를 찾고 당당히 계단을 올라 성공의 징표인 종을 울리게 됩니다. 작은 미로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출구를 못찾고 입구를 통해 나가거나 지도를 보고 또는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일러주는 곳으로 유도된 뒤에야 미로탈출의 성공을 맛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랠란디나무의 상큼한 푸른 빛과 함께 미로의 구석구석을 찾아 헤매는 이 곳은 제주도 여행에 재미를 더해주는 기특한 곳입니다.
★ 드라마 '올인'이 촬영되었던 섭지코지... 섭지코지에는 올인하우스가 있습니다.
신양해수욕장을 끼고 길게 뻗어 있는 섭지코지는 이국적인 풍광이 빼어난 곳입니다. 빼어난 풍경만큼이나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등이 촬영되는 영화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넓은 초지와 언덕, 거친 해안절벽과 등대가 어울어져 쉽게 떠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섭지코지는 협지 즉 좁은 땅과 '곶'을 의미하는 제주방언과 합쳐 생긴 이름입니다. 신양해변을 끼고 좁은 목을 지나 자루처럼 생긴 섭지코지의 모양을 딴 듯 합니다.
★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섭지코지... 멀리 서 있는 돌이 선돌입니다.
섭지코지의 끝자락에는 외돌개와 닮은 기다란 바위가 바다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선돌 또는 선녀바위라고 불리는데 선녀와 동해용왕의 아들의 슬픈 인연이 전설로 내려옵니다. 아리따운 선녀에 반해 사랑을 이루고자 100일기도를 올렸다 합니다. 하지만 100일째 되는 날 비바람이 몰아쳐 기도를 채우지 못하자 선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됐고, 결국 선채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섭지코지의 언덕에는 네모지고 돌을 쌓아놓은 협지연대가 있습니다. 연대는 제주 여행을 통해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높은 언덕에서 주로 많이 보아왔습니다. 연대를 만든 목적은 변방의 급한 소식을 알리기 위한 비상연락망의 수단으로 봉수의 일종입니다. 해안절벽이나 언덕 등 높은 곳에 쌓은 이유는 횃불과 연기로 알리는 비상통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다음 연대나 봉수로 알리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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