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 된장 이야기(5)
콩의 원산지를 한반도나 또는 한반도 위의 부근인 만주 남쪽이라 합니다. 현재는 콩의 주산지가 미국이지만 우리의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콩은 한반도가 원산지였고, 콩을 이용한 음식이 대단히 발달 된 우리민족에 콩 발효식품인‘된장’과 ‘청국장’은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던 외국인이 된장에 맛을 들이면 자국으로 돌아가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음식이 ‘된장찌개’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도 외국에 나가 오랫동안 우리음식을 즐기지 못하면 아마도 된장과 김치가 가장 그리울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제 3의 맛을 아십니까?” 라는 제하의 글로서 우리 된장에 대한 예찬으로 제 1의 맛은 소금의 맛이고, 제 2의 맛을 소스의 맛이라 하며, 제 3의 맛으로 발효식품의 곰삭은 맛이 세계인들의 입을 우리 전통 발효식품으로 깊이 끌어당겨 놓고 있다하여 그 중에서도 된장에 관한 이야기를 쓴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된장의 오덕(五德)”이라는 글로 된장이 가진 오미(五味)를 다섯 가지 덕(德)으로 이야기 한 바도 있습니다만, 보통 음식이 내는 맛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내고 이를 일러 오미(五味)라고 합니다.
된장과 청국장은 위 다섯 가지 맛 이외에도 발효식품 특유의 곰삭은 맛을 내기 때문에 제 6의 맛인 삭힌 맛을 가진 음식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미(五味)에다 발효의 맛을 더하여 제 6의 맛이라 일컬어지는 곰삭은 맛까지 들어 있는 오묘한 맛에 맛들이면 어찌 그 맛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저 북중국에서 말달리던 우리의 조상 뻘쯤 되는 유목민족 몽골리안이 남하를 하고 정착하면서, 이전에는 육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했지만 정착하고 농경사회로 전환 되면서 단백질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아마도 단백질의 보고인 콩을 찾게 되었고 밭의 고기라는 콩을 재배하여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중국의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인들이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고 하였고, 우리 된장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고구려시대에 이미 된장을 담가 먹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라의 김유신장군이 진군 중에 본가 인근에서 말을 탄 채로 집 간장을 먹었다는 기록을 보면 이미 삼국시대에 신라까지 된장을 담가먹는 것이 전해진 것이고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을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된장이 8-9세기경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하네요. 일본 된장인 ‘미소’가 우리민족이 전해준 메주가 일본식 말로 변형되어 ‘미소’라 불렀다는 것은 일본 언어학자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미소는 우리 된장과 판이한 맛을 냅니다. 우리의 된장처럼 깊은 맛이 없고, 된장 특유의 깊은 곰삭은 맛이 나지 않습니다. 된장에 포함된 건강에 좋은 발효균도 일본 ‘미소’가 우리의 된장에 비해 수십 분에 일에 불과하며 인체에서 단백질 흡수량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듯이 종주국의 깊은 된장 맛은 배워가지 못한 듯 싶습니다.
그리고 또, 콩의 발효식품으로 또 한 가지 청국장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콩을 삶아 대바구니에 담아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 씌워 직접 띄운 청국장 맛은 어머니의 사랑만큼 깊습니다.
그 오묘한 청국장 맛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청국장 냄새를 뺀 청국장을 끓여 주는 식당이 대부분이지만 청국장 잘하는 식당이 있으면 백리를 마다치 않고 가서 먹고 오곤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청국장에 대한 맛을 아는 사람은 청국장에 흠뻑 빠진다고 하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청국장에 각종 약재를 넣고 발효시킨 청국장을 ‘담두시’라 하여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요즘 도시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냄새가 진동하는 청국장을 띄우기는 마땅치가 않기는 합니다.
일본에서도, ‘낫도’라는 우리로 치면 청국장이라는 것을 먹는데, 먹는 방법도 틀리고 맛의 깊이도 천양지차라고 합니다. 역시 우리가 전해 주었을 것이고 완전히 배워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같은 재료인 콩을 이용하여 발효 시켜 만들면서 이토록 다른 것은 역시 민족, 문화, 토양, 기후, 재능 등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왕지사 배우려면 종주국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한참이나 부족한 아류를 만들어 먹으면서 일본 미소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일본을 보면 무섭게도 느껴집니다.
메주와 청국장을 띄우는데 반드시 들어 가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볏짚입니다. 방안 구석에 메주를 매달아 띄울 때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메주를 띄웁니다.
또한 청국장도 띄울 때 반드시 볏짚을 삶은 콩 위에 얹어 놓거나 바닥에 깝니다. 볏짚에는 바실러스 균이 풍부하게 있어 볏짚에 있는 바실러스 균이 콩을 발효시키는 배양균이 되며 바실러스 균이 증식되고, 증식된 균이 살아가기 위해 대사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맛을 내는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게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볏짚에 있는 바실러스 균이 발효시킨 된장은 깊은 맛을 내고 우리 된장 고유한 맛을 냅니다. 일본 된장인 미소는 도저히 우리 된장과 같은 그 깊은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와 같은 농경국가였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이지만,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볏짚의 바실러스 균을 수 천 년 전에 이미 우리의 선조들은 발견하고, 그것으로 최고의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어 내었던 조상님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2008.10.15.남관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