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르클레지오 작품세계
인위적 서구 문명 벗어던지고 자연 회귀
르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68)
- 2008. 10. 10. 중앙일보
르클레지오는 1940년 세계적인 휴양도시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태어났다.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 태생인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
스인 어머니를 뒀다. 만삭의 어머니가 남편을 떠나 니스에 머무
는 사이에 그를 낳았기에 이중국적자(프랑스·모리셔스 공화국)
다. 영어와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기에 처음엔 영어로
글을 쓰려 했다. 그러나 영국이 모리셔스 섬을 식민지화하려는
데 반감을 느껴 불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63년 첫 소설『조서』로 르노도(Renaudot)상을 받으며 화
려하게 데뷔했다. 물질문명에 희생되는 왜소한 인간군상을 다룬 이 소설은 프랑스 드골 정부에 대항한 알
제리의 독립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 66년 프랑스군에 입대한 그는 2년간 방콕에서 교관으로 체류했다. 이때
접한 불교문화와 선(禪)의 세계는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7년엔 멕시코에서, 68~73년엔 파나마에서 체류하며 남미 인디언의 삶에 매료돼 인디언 신화를 번역해 책
으로 냈다. 65년『열병』을 거쳐 서구 대도시의 혼돈·두려움·고뇌를 그린 『홍수』(66)를 발표함으로써 자신
만의 독특한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사랑의 대지』(67),『도피의 서』(69),『전쟁』(70),『거인들』(73)을 잇달아 발표함
으로써 명성을 확고히 한다. 『저편으로의 여행』(75)에서 보이는 절제된 문체와 보다 폭넓은 주제 의식은
단편집『몽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78)에서 산업화 이전 사회의 순진함,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로 이
어진다.
1980년『사막』을 비롯한 그의 전 작품으로 ‘프랑스의 한림원’이라 불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스웨덴 한림원도 9일 수상 이유를 설명하며 “『사막』은 이민자들의 눈에
비친 북아프리카 사막의 잃어버린 문화가 잘 그려진 작품”이라 평가했다.
르클레지오의 작품을 가장 많이 국내에 번역·소개한 소설가 최수철 교수(한신대 문예창작과)는 “그의 작품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홍수』등의 초기작에서 서구 문명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성 말
살 소외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보여준 형이상학적이고 분석적인 문체가 점차 서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다.
작가의 관심 자체도 변해갔다. “서구 문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 대신 서구 사회가 현대적인 삶에
서 잃어버린 감수성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다른 문명권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혁명』(2003)은 “현대의 인종문제, 문명권의 갈등 문제 등을 노 작가의 깊은 시각으로 종합
하고 아우른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림원도『혁명』에 대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들, 즉 기
억과 망명, 어린시절에 대한 재성찰, 문화 갈등을 집약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르클레지오는 발표 당일인 9일 아침 프랑스 뉴스 전문 라디오 프로 ‘프랑스 엥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내가 클로드 시몽(1985년 수상자)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
는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불어권 문학 전문 번역가 이세욱씨는 “휴머니티와 세계성을 견지하며 일관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르클레지오의 노벨상 수상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여러 문화권이 교차된 출생과 결혼(사하라 사막 유목민
의 혈통을 이은 모로코 부인), 남미와 아시아 등 세계 문명을 아우르는 방랑적 삶을 작품으로 담아낸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작가”라고 평가했다.
□ 이은주·이지영·이경희 기자
■ 2001년에 화순 운주사를 방문한 르 클레지오 - 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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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나비님감사 드립니당^^&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