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청의 귀환 ②] 이은주
#1 외딴섬 바닷가 (밤)
정박해 있는 배 한척.
멀리서 신명나게 풍악소리 들려온다.
#2 외딴섬 어느 공터(밤)
환하게 횃불 밝히고 사람들 울긋불긋 저마다의 탈을 쓰고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청, 홍, 그들과 떨어져 한쪽에서 얘기 중이다.
청 아버진 눈을 뜨셨을까. 아주머니완 잘 사실까.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내일 배가 떠난다니, 그 배로 돌아갈래.
홍 (침통) 그럼, 다시 오는 거야?
청 (선뜻 대답 못한다)
홍 (늘 입버릇이다)혼인 해!..... 가지 마!
청 (한심한 듯)지겹지도 않니? 눈만 뜨면 혼인 타령이야.
홍 어차피 넌 혼인한 걸루 되있잖아. 넌 유부녀야.
청 (그렇지)
홍 그러니 내가 신랑 해준다구.
청 부모님 허락도 없이 무슨 혼인을..
홍 (버럭) 부모님 없다구 그랬지! 그러니 그냥 해!
청 그럼 저 배에 싣고 온 그 많은 양식은 누가 보내는 건데?
홍 (머뭇거린다)
청 공부 안하고 맨날 농땡이나 부리니까... 과거공부 하라고 이리
보낸 거잖아. 제발 부모님 생각해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해!
홍( 표정 굳는데)
아낙 (탈 쓴 채 다가와)놀지 않구, 여기서 뭐해? 내일
떠난다며? 어여 나와 놀아. (청이를 잡아끈다)
청 (웃으며 네에...)
(돌아보며 낮게)어쨌든 난 싫으니, 그런 줄 알어! (따라 나선다)
아낙을 따라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청.
탈을 쓰고 어울려 덩실덩실 한다. 그 모습에 분이 나는 홍.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성큼성큼 간다.
멈추고 그런 홍을 바라보는 청, 마음이 안 좋다.
#3 홍의 집 마당 (밤)
달빛 아래 홍과 삿갓 서 있다.
삿갓 안 됩니다!
절대 이 섬을 떠나선 안 된단 걸. 잊었습니까?
홍 (고뇌에 찬다)
삿갓 (말리는)주인님!
홍 (괴롭다)
#4 공터(밤)
탈을 쓴 사람들 여전히 덩실덩실 한다. 그들과 떨어져 한쪽에 오도마니 앉은 청.
탈을 쓴 채 고개 푹 떨구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
청, 고개를 들면, 탈 쓴 홍이다. 손을 내미는 홍. 청, 그저 본다. 홍, 청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5 바닷가(밤)
탈 쓴채 달려오는 청이와 홍. 청. 손을 뿌리치고 멈춰 선다.
청 (탈 벗고 노려본다)뭐하는 거야?
홍 (탈 벗고 어딘가를 보면)
배 보인다.
청, 어리둥절하여 보면
청 off 아이고, 내 팔자야.
#6 포구(낮)
배에서 내려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청.
그 옆에 홍 있다.
청 (속상하여)고향 갈 때 입으려고 옷도 지어놓고 아버지 선물도 준비해놨는데.
야밤도주 하느라, 하나도 못 갖고 왔으니... 이게 다..(홍을 째린다)
홍 (능청맞게)배고프다. 어디가서 밥이나 먹자. (청이 손
잡아끌거 어디론가 가면)
청 어어... (하며 질질 끌려간다)
그들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삿갓 보인다.
#7 근처 국밥집(낮)
음식 주문하는 청이와 홍.
청 청국장이요!
홍 홍어찜이요!
주인 홍어는 없는대요.
홍 그럼 홍합탕이요!
주인 홍합도 없는데요.
홍 (인상 쓰며)그럼. 청국장!
주인 예
홍 젠장, 왜 내건 없는 거야.
청 (넌더리난다)작작 좀 하시지? 또 고 요상한 인연법 설파하려구?
(후레쉬 컷)
홍 네 이름이 뭐냐?
청 청...이야!
홍 어? 내 이름은 홍인데! 그럼 우리..청실홍실이구나.
심심한데, 엮어 볼까?
(현재)
청 섬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니까. 심심해서 엮자는 거 아녔어?
난 그런 혼인 싫어.
홍 (버럭)누가 심심해서 엮재
홍이 언성에 밥 먹던 사람들 깜짝 놀라 본다. 그중에 칠득, 팔득 앉아 있는 청을 보고
깜짝 놀란다. 청이가 살아 있다니!
#8 심청각(낮)
심청이 떠난 포구 보인다. 그 포구를 내려다보는 주상의 근엄한 자태.
주상 심소저가 저기서 배를 타고 떠났단 말이지.
황현감 (허리 숙이고)예. 전하!
주상 (감회에 젖는다)
황현감 소신은 그날의 감동을 후대에 기리 전하고자. 여기 이렇게
심청각을 짓게 되었습니다.
주상 (고개를 끄덕인다)참 심소저의 아비는 어떻게 지내는가?
황현감 (긴장한다)예. 그 아비 심봉사 아니 심학규는 고졸 차원에서 잘 보호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상 과인이 이곳에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심소저를 기리고 그 아비를
위로하는 의미로 맹인잔치를 베풀고자 한다. 신은 그리 알고 준비하도록 하라!
황현감 (이크 눈 감는다)
#9 관아 일각(낮)
황현감, 백이방, 난색하며 걸어온다.
황현감 심청각 공사에 온천행궁 짓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어지는데
이제는 맹인잔치라..(후우 한숨이다)
백이방 그러게요, 그 돈을 또 어찌 마련하나?
황현감 백성들한테 더 이상 주어짜낼 게 없으니. 이젠 자네 사재라도 털어야지.
백이방 사재라뇨 무슨?
황현감 자네가 꿀꺽한 공양미 삼백석!
백이방 (기막힌 듯 보며) 그렇다면 사또께서도 내놓으시죠?
그중 백이십석은 사또께서 꿀꺽 했으니...
황현감 (안빛 변해서)뭐야?
백이방 (협박)노파심으로 드리는 말씀인데. 소인에겐 장부가 있다는
걸 명심 하십시오.
황현감 (부르르)뭐...야?
백이방 그나저나 전하께서 찾으니..심봉사부터 찾아야겠습니다.
황현감 (분해 보는데)
칠득, 팔득 off 나리.... 나리...
칠득, 팔득. 달려온다.
백이방 (돌아보며)무슨 일이냐?
칠득 (백이방 귀에 대고 속닥인다)
백이방 (하얗게 질려 황현감을 본다)
황현감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버럭)뭐야 또?
#10 저자 거리 일각(낮)
심봉사, 거렁뱅이처럼 앉아 해금 켜고 있다. 누군가 앞에 놓은 바가지에
옆전 한 닢 던지고 간다. 심봉사, 얼른 바가지로 손이 가는데
누군가의 손이 먼저 엽전을 채간다.
심봉사 (버럭)누구야?
뺑덕 (쌈지에 엽전 넣고)나요! (앉는다)
심봉사 어디 갔다 이제와? 배고파 죽겠어. 밥 줘.
뺑덕 (바가지 들고)하루종일 요거 해놓고, 밥 달란 소리가 나와?
시봉사 그래두 밥은 먹어야지. 손이 떨려 켜지지가 않아.
뺑덕 (작정한 듯)내 그냥 애 뺄 수도 있으나, 그간의 정을 생각해
까놓고 말하지. 나 떠나요.
심봉사 뭐?
뺑덕 내가 무슨 관세음보살도 아니고 나 같은 미색이 당신 같은 사람과
궁상떨며 살 이유가 없다 이 말이지
심봉사 (눈이 돈다)그런 게 어딨어? 청이가 주고 간 그 많은 돈
홀라당 까먹고 싫다는 사람 억지로 고향 뜨게 만들어 놓구.
이제와 날 버리구 간다구? 그럼 난? 난?
뺑덕 (벌떡 일어나 버럭)그 깐 돈, 이쁜 년이랑 산 댓가라 생각해요!
남자가 쪼잔하기는...
심봉사 (매달려 애원하다)이봐, 임자, 그러지 말구 나랑 사이좋게
살어. 밥 달라구 안할게.
뺑덕 (큰맘 먹고 엽전 한냥 꺼내며 중얼)정말 난 착해서 탈이야.
(심봉사 손에 쥐어 주며)어쨌든 이거 갖고 잘 살아요. 나 갑니다!(달아난다)
심봉사 (벌떡 일어나 쫓아가며)이봐, 임자... 임자...
가다 한번 돌아보곤 다시 내빼는 뺑덕. 쫓다 철퍼덕 넘어지는 심봉사
심봉사 (엽전 본다. 앞이 캄캄하다)에잇. 몹쓸 사람...
#11 어느 민가 앞(낮)
중국복식차림으로 서있는 홍.
중국 복식 입은 청이 양귀비 같은 자태로 안에서 나온다.
청 (뱅그르 돌며)어때? 부잣집 마나님 같어?
홍 (황홀핮만, 아닌 척)요즘 북경에서 유행하는 최신옷으로 샀는데..어째 영.
청 (입 나온다)
홍 가자! (앞장선다)
청 (따라가며)아버지가 날 알아보실까? 눈은 뜨셨을까? (설렌다)
#12 저자거리 일각(낮)
거적떼기 둘러쓰고, 거지꼴로 앉아 있는 심봉사. 이제 막 동냥밥 한술 뜨려는데
거지 하나 와서 바가지 냉큼 뺏아 달아난다. 졸지에 밥그릇 뺏긴 심봉사. 원통하여
벌떡 일어난다.
심봉사 누구야? 누가 내 밥을 뺏아 가? (털썩 앉아)젠장, 뺏을 게 없어. 내 밥을 뺏냐?
먹구 콱 뒈져라!
서러운지 바랑에서 청이 그림 꺼내보는 심봉사.
심봉사 (그림 보며)잘 살고 있냐? (그리운 듯 만지는)
심봉사, 가슴에 그림을 품고 그대로 쓰러지듯 눕는데...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 백이방이다.
백이방 이게 누구십니까? 심청의 부친 심봉사 아닙니까?
심봉사 (누굴까?)
#13 어느 길(낮)
점점이 걸어가는 청이와 홍의 부감 위로
홍 off 솔직히 아버지가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나 같으면 그런
아버지,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해.
청, 화가 나 멈춘다.
청 뭐라구?
홍 (주춤)내가 틀린 말했어?
청 (얼음처럼 차갑다) 가~ 따라오지 마!
청, 단단히 화가 난 듯 터벅터벅 걸어간다.
홍 (속상)왜 또? 왜 또 그래?
청....
홍 (억울)누구 땜에 여까지 왔는데?
나더러 어디 가라구?
청 (차갑게) 부모님 은공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근본도 모르는 놈!
홍 (못 박힌 듯 서있다)
청 혼인? 내가 너랑 혼인을 하면 열손에 장을 지진다! (팽하니 간다)
홍 (참기 힘들다)그래! 잘났다! 가라! 나두, 싫다는 사람, 안잡어! 가! (홱 돌아서 간다)
청, 내가 너무 심했나? 약해져 돌아보면, 씩씩거리며
가는 홍의 뒤솜습 보인다. 그렇게 가니 마음이 안좋지만, 홍을 위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는 청이다.
청 미안해! 잘가!
청, 힘없이 돌아선다. 누군가의 눈초리가 청이를 감시한다. 복면 쓴 자객들
청이를 뒤쫓는다.
/홍, 씩씩거리며 걸어온다. 이럴려구 온 게 아닌데... 후회스럽다.
홍, 도저히 안되겠는지 에이씨~ 눈 딱 감고 되돌아 달려간다.
/ 복면 쓴 자객들 불쑥 청이 앞에 나타난다. 겁에 질려 그들을 바라보는 청.
“누...누구세요?”어찌할 바 모르고 뒤로 물러서는데....
/달려오던 홍, 위협 받는 청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춘다.
홍 (눈알 뒤집어져)뭐야? 저건...
홍, 흥분하여 무턱대고 돌진하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삿갓이 돌진하는
홍을 말린다. 뿌리치고 나가려는 홍을 강력히 제지하고 잽싸게 홍을
앞질러 자객들 앞에 나서는 삿갓. 자객들과 한판 싸움을 벌인다. 홍, 안타깝게 바라만보고 청, 위태롭게 바라본다. 삿갓에 밀려 결국 도망가는 자객들.
삿갓, 도망가는 자객들 추격하러 간다. 비로소 안심하는 청, 멀둥히 서있는 홍을 본다.
청 (내심 반갑지만, 쌀쌀맞게)왜 왔어?
홍 (뻔뻔하게) 내 이럴 줄 알았다. 나 아님 어쩔 뻔 했냐? 잘난 척을 있는
대로 떨더니..까불기는..
청 구경만 한 주제에.. 뭘 했다구.. (어이없는 듯 보고 간다)
홍 (따라가며) 이왕 섬을 나왔으니, 고향까진 바래다주겠다.
청 (무시하고 그저 앞만 보고 간다)
홍 (곁에 바짝 붙으며 큰소리)여자 혼자 다니기엔 세상은 너무 험해!
#14 관아 어느 방(밤)
심봉사, 그토록 원하던 백숙을 허겁지겁 먹고 있다. 황현감, 쯔쯔 본다
심봉사 하늘이 무심치는 않은가 봅니다. 백숙 한 마리만 먹고 뒤졌음
빌었는데, 딱 소원을 들어주시네!
황현감 죽긴 왜 죽나? 앞으로 이깐 백숙 실컷 먹게 해줄테니 그런 소리 말게.
심봉사 (엥~) 정말입니까?
황현감 그동안 어딜 가 있었나?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데..
심봉사 절 왜요?
황현감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걱정 말게.
심봉사 (놀라 본다)
황현감 자네 딸 청이가 떠나는 날 내게 이리 당부를 했지. 불쌍한 부친을
잘 부탁한다고 말일세.
심봉사 우리 청이가요? (그럼 그렇지, 눈가 그렁그렁)
황현감 당분간 관아에서 지내시게. 내가 청이처럼 잘 보살펴 줄테니..
심봉사 (황송하여)아니..뭐... (좋아 특유의 뻔뻔함)그럼 여기 등
좀 긁어주시든가? (등대고 가려운 척)
황현감 (이 사람이.. 확 인상 구긴다)
#15 관아 내 사당(밤)
쩍 문이 열리면 백이방 들어선다.
백이방, 재단 위에 걸린 청이 영정 바라본다.
영정 속 청이가 마치 백이방을 노려보는 듯하다.
백이방 (오싹하다)왜 저리 눈매가 사납누! 내일 당장 저 영정부터 갈아야지!
황현감 off 예서 뭐해?
백이방 (헉-지레 놀란다)
황현감 뭘 그리 놀래? 그래 어찌됐어? 청이 그년...
백이방 (괴롭다)실은 돌발변수가...
황현감 (확 찡그리고)돌발변수라니?
백이방 (한숨 푹 쉬는데)
그때 야옹~ 고양이 소리. 동시에 이크 놀라는 황, 백.
가슴을 쓸어내리고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영정을 보면
그림 속 청이 눈에서 피 눈물이 뚝 떨어진다. 황, 백, 심장이 멎은 듯 빳빳하게 서 있다.
청 off 아버지!
#16 청이네 집 마당(밤)
달려 들어오는 청, 와락 방문 열고 들어간다.
#17 방 안(밤)
아비도 세간도 없는 싸늘한 방안에 청, 망연자실 서있다.
홍 (들어오며)이게 뭐야?
청 (털썩 앉는다)
홍 (방안 보며)여긴 안사시나 본데.. 이사 가셨나?
청 (걱정되어)아버지....
#18 관아 어느 방(밤)
심봉사, 구들장에 몸을 지지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다.
심봉사 따끈한 방에 이리 눕는 게, 얼마만이더라.. 그간 다리 밑에서
쪼그리고 자느라 곱사처럼 굽었는데...얼른 쫙 펴야지..
(사지를 방바닥에 붙이고 좋아하며)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청아! 거정마라.. 애비는 잘 있다!
문 밖에서 그런 심봉사를 바라보고 서있는 황, 백.
#19 방 밖(밤)
방문 닫고, 한쪽으로 물러서는 황, 백.
황 청이가 곧 지 애빌 만나려 들테니.. 이를 어쩐다?
백 애비도, 죽여야지요!
황 (놀라)딸은 이왕지사 그렇다쳐도 애비까지야...
백 호환이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무언지 아십니까?
황 뭔데?
백 후한입니다! 후한이 있기 전 싹을 잘라야지요.
황 맹인잔친 어쩌고? 전하께서 심봉사를 인견하신다 했는데..
백 그러니 잔치를 끝내고 바로 없애자는 거죠.
황 (겁에 질려, 입으로만 웃는)이제 보니, 자네 참.. 무섭구만..
백 (이판사판이다)어쩌겠습니까? 살려면, 이럴 수밖에요.
황 (두렵고 겁난다)난 몰라.. 자네가 알아서 해. 다 자네가
꾸진 일이잖어! 다아...
백 (한심히 본다)
#20 꽃분네 마당(밤)
방안에 앉아 있는 꽃분모와 꽃분(쪽진 머리), 쩍 입이 벌어져
마당에 서있는 청이를 귀신 보듯 본다.
#21 꽃분네 방(밤)
꽃분모, 꽃분, 청 앉아
청 (망연자실)아버지가 눈을 못뜨셨다구요.
꽃분모 애초에 그리 팔려가는 게 아녔지. 그리 허무하게 삼백석을 털렸으니,
얼마나 원통한 일이냐?
청 그럼 아버진 지금 어디 계신 거예요?
꽃분모 들리는 소문으론 뺑덕이 도망간 후로 (조심스럽게) 거렁뱅이로 살아간다는
얘기도 있구...
청 (억장이 무너져)아버지가요? (왈칵 울음 쏟아진다)
꽃분모 그러게 뭐하러 뺑덕 같은 년한테.. 니 아버질 맡겨?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지...
청 (목이 메여 우는데)꽃분 (불쑥)그런데 말야.. 도적떼 소행이 아니란 얘기도 있어.
꽃분모 (보면)
꽃분 청이가 인당수 가기 얼마 전 백이방집 곡식 창고가 털렸었잖아.
꽃분모 그래서?
꽃분 그런데, 청이가 떠나고서 그 창고에 다시 곡식이 꽉 찼대. 그래서
그게 다 백이방의 소행 아니냐구....
꽃분모 (꽃분 무릎 탁 치며)이년아. 입조심해!
꽃분 (찡그리며)왜 때려? 이미 동네에 소문 쫙 퍼졌구만
청 (꽃분 얘기 흘리고 아비 생각에 그저 우는데)
꽃분모 울지마, 이리 살아왔으니. 천우신조 아니야.
아버지야 찾으면 되지, 저잣거리 가면 니 아버지 소식 들을 수 있을 거야.
청 (표정)
#22 청이네 집 앞(밤)
서성이며 청을 기다리는 홍.
홍 (못마땅해)도대체, 어딜 간 거야?
#23 마을 길(밤)
힘없이 걸어오는 청. 멈추고 하늘 본다.
청 아버지, 이 추운 날, 어디계세요? (미어지는데)
우르르 청이 앞에 몰려드는 자객들. 또 다시 만난 자객에
놀라는 청, 주춤거리다 일단 냅다 달린다. 죽을 힘 다해 달리다
결국엔 넘어져 쓰러지는 청. 주위를 에위싸며 다가오는 자객들.
칼을 들어 청을 내리치려는 순간. 공중을 휘돌며 날아온 삿갓이 청이 앞에 착지한다.
유연하고 멋지게 칼을 휘둘며 달려드는 자객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는 삿갓.
또 다시 나타나 자신을 구하는 삿갓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청. 싸움에 진 자객들,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친다. 삿갓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청.
고개 들자, 어느새 삿갓은 사라지고 없다. 청, 누굴까? 궁금하다.
#24 청이네 마당(밤)
황급히 들어오는 삿갓. 재빨리 방으로 들어간다.
#25 청이네 방(밤)
삿갓을 벗는 남자. 홍이다. 잽싸게 옷 벗어 삿갓과 함께 숨기는데
청이 기척 나자 얼결에 벌러덩 누워 자빠진다.
방문 열고 들어오는 청. 드릉 코 골며 자는 홍을 한심한 듯 본다.
어쩜 저리 다를까?
홍 (눈 뜨며)왔냐?
청 (털썩 앉는다)
홍 (답답하여 벌떡 일어나) 가면 어딜 간다, 말 하고 다녀얄 것 아냐?
또 봉변당했잖아.... (하다) 당하면 어쩌려구?
청 그러게. 오다가 또 봉변 당했지 머야.
홍 아무래도 이상해. 처음엔 단순 도적인 줄 알았는데...그게
아닌 것 같아. 분명 뭐가 있어.
청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홍 (혼잣말로)왜 내가 아니고 청일까?
청 (????)뭐?
홍 아냐, 아무것도. 농담 아니라, 잘 생각해 봐. 혹시 무슨
원한 산 거 없나.
청 (생각하더니)실은 예전에 우리 아버지 놀리는 애들이 있어 내가
혼내준적이 있거든. 특히 만득이란 앤.. 아버지가 꼭 혼내주라고 해서
아무도 몰래 패준적이 있어. 혹시 그걸 가지구...
홍 (한심하게 보는)
청 (자신이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아니겠지?
(새악난 듯)아,... 그리고 또..
홍 (기대하고) 뭔데?
청 예전에 아버지 몸보신 시켜드리려구, 잉얼 잡은 적이 이썩든. 그때 죽어가는
잉어에게 너의 살신성인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그간 깜빡 잊고 살았지 뭐야. 설마..?
홍 (어이없어 비아냥)그래 너 참 바르게 살았다. 착한 척은...
청 (알 수 없는)정말 이상해.. 왜 자꾸 날 죽이려 드는 거지?
#26 내아(낮)
황현감과 백이방, 심각한 얼굴로 앉아
황현감 (한심)대체 어떤 놈들을 보냈기에, 어린 계집 하날 처리 못해?
백이방 (미스테리다)위기의 순간마다 이상하게도 왠 놈이 나타나 청이 그 아일
구해준다 합니다.
황현감 (비아냥대는)하늘이 그 아일 돕기라도 하나?
백이방 (듣고보니)그런가 봅니다. 벌써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겼으니...
황현감 나..원 참... 내일 모레가 맹인잔친데.. 거기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백이방 보며)이크... 속터져서 원...
백이방 사람을 풀어 그 애가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만반의 준비태세를 하겠습니다.
황현감 제대로 잘 좀 해봐 좀! 그깟 계집 하나.. 그게 뭐 어려워?
백이방 (그럼 네가 해봐! 본다)
#27 저자 거리(낮)
사람들에게 심봉사의 행방을 물으며 걸어오는 청(남장)이와 홍.
사람들 모두 모른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청, 낙담하고 어딘가 보는데.. 사람들 모여 웅성대고 있다.
(jump)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청이와 홍.
방문이 있다.
(방문/맹인들 보라. 임금님 모시고 심봉사를 위한 맹인잔치를
정해년 이우러 초하루 관아에서 여니 맹인들은 필히 참석하라.
참석한 맹인에겐 심청이 바가지를 기념품으로 증정한다.
자리표 받은 자만 입장할 수 있으니, 일찍 오라.
황주 관아<직인>)
중년 남자 얼마 전까지 장터에서 거렁뱅이로 굴러다니더니.
심봉사, 출세했네. 임금님도 알현하고...
청 (아비 얘기에 놀라 눈가 그렁해진다)
노인 (불만에 차)양로잔칠 할 것이지, 왠 맹인잔치?
중년남자 얼마 전에 도성 갔다 들은 얘긴데요
(작게)세자저하께서 오래 못사실 듯 싶답니다.
홍 (눈빛 달라진다)
중년남자 눈병이 아주 심하시대요. 전하께서 맹인들을 아끼시는 건
세자저하 때문이라죠.
노인 세자저하 말곤 후사가 없으신데, 그럼 보위는 누가 있누? (쯔쯔)
중년남자 그러게요, 또 모르죠? 어디 숨겨놓은 왕자님이라도 계실지. (껄껄)
노인 (꾸짓 듯)허 이 사람이 어디 감히 전하께..
홍 (표정 어두워진다)
청 (뿔쑥 끼어든다)그럼 맹인잔치에 심봉사 어르신도 오시는 겁니까?
중년남자 당연하지, 주인공인데...
청 (그렇구나, 옆을 보면 홍 안보인다. 어딜 갔지?)
#28 저자 거리 일가(낮)
홍, 굳은 얼굴로 서있다.
달려오는 청.
청 찾았잖아. 말도 없이 사라지구 그래.
홍 (표정 바꿔 웃는)네가 날 찾을 때도 있냐?
청 (피이, 밝은)아버지가 맹인잔치에 오신다니, 관아에 가면 아버지 행방을 알수 있을거야.
홍 ....
청 관아에 아는 분이 계시니까 그분께 모든 걸 말해야지. 분명
날 도와 주실거야. (웃으며)그래, 진작에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홍 (심통) 누구?
#29 관아 어느 방(낮)
심봉사, 물린 표정으로 백숙 놓인 밥상 바라본다.
심봉사 어떻게 며칠을 주구장창 닭만 주냐? 어메 느글거려!
그냥 밥이랑 김치 달라니까... (들고 있던 닭다리 홱 던지면)
막 들어서던 황현감 얼굴로 날라오는 닭다리.
인상 구기는 황현감.
따라오던 백이방, 내심 꼬신지 속으로 좋으면서 입으로만
백이방 아니, 이 사람이...어디 감히 사또께...
심봉사 (영문 몰라 보면)
황현감 (꾹 참으며 백이방에게)됐네. (도포자락으로 얼굴 닦고 앉는다)
심봉사 (그제야 일어나)사또 나리 오셨습니까?
황현감 (허 큰기침 내고 자리에 앉는다) 앉게.
심봉사, 백이방 (앉는다)
황현감 그래, 애로사항은 없는가?
심봉사 너무 호강을 하니, 그게 애로사항이죠. 굳이 하나 말씀 드리자면,
이제 백숙은 그만... 삼시 세끼 닭만 먹다보니.. 새벽되면 꼬꼬대 하지 뭡니까..(허허)
황현감 (심봉사 얼굴 요리조리 살피더니 이제 됐다는 듯)
얼구렝 기름기 좀 낸다는 게.. 알았네.. (백이방에게)내일 부턴 다른 걸 주게.
백이방 예.
황현감 듣게, 내일 모레 있을 맹인잔치에 전하께서 오시네.
자네를 친히 불러 이런저런 하문을 하실거네.
시봉사 (헉 놀라)전하.. 라면 임금님 말씀입니까?
백이방 맞네. 그러니 경거망동 말고 지금부터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게.
심봉사 예....(가슴이 벌렁하여 듣는다)
(jump)
심봉사, 충격에 넋이 빠져 앉아 있다.
(insert)
화면 둘로 갈라진다. 백이방과 황현감이 얘기한다.
백이방 자네 딸은 청나라로 시집 간게 아니야. 자네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용왕님의 재물로 팔려 간거지.
황현감 전하께서 궁금하신 건 자네가 왜 눈을 못떴나 하는 걸세.
실은 세자저하께서 실명을 하셨거든. 그러니, 자네 얘기가 얼마나 궁금하시겠나?
백이방 알다시피 공양미 삼백석은 도적떼가 훔쳐 간 거야. 전하께서도
그리 아시니, 그 걸 분명히 해야 하네.
심봉사, 눈물을 쏟는다.
(flash back)
청/ 괜찮다 뿐이예요? 이젠 아버지 걱정 안하고 꽃분이처럼 시집갈 수 있는데.
솔직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 이젠 아버지 눈 뜨실 수 있어요. 얼마나 좋은 일이예요.
아버진 눈을 뜨고 새장가 가시고, 난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고. 쥐구멍에
볕든다더니, 우릴 두고 하는 말 아니겠어요?
심봉사, 가슴이 미어져 숨 쉴 수가 없다.
심봉사 주.. 죽으러 가단. (너무도 기막혀)
이 추운 날.... 차디 찬 바닷물에...
(jump)
심봉사, 미동 없이 앉아
심봉사 내 눈 뜨자고 딸년을 팔다니..
내가 마음이 멀었어!!! (피눈물 흐른다)
#30 백이방집 방(낮)
백이방, 놀란 얼굴로
백이방 누.... 누가 왔다고? (차라리 잘된 듯)제 발로 걸어오다니...
오냐! 이번엔 꼭 널 잡고야 말겠다! (벌떡 일어나 나간다)
#31 백이방집 마당(낮)
남장을 한 청, 백이방을 기다리고 섰는데
하인 하나가 쌀 한섬을 지고 들어온다. 청, 쌀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
꽃분 off 청이가 떠나고서 그 창고에 다시 곡식이 꽉 찼대.
그래서 그게 다 백이방의 소행 아니냐구...
청, 설마... 어딘가로 간다.
#32 백이방 집 창고 앞(낮)
청, 걸어오는데
칠득, 팔득 창고 문 앞을 지키고 서있다.
칠득 청이란 아이, 참 대단한 명줄이지 뭐야? 안그래?
자신의 얘기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몸을 숨기는 청.
팔득 그러게. 백이방과 황현감이 죽이려고 저리 날뛰는데...
번번히 살아나니..
청, 이게 무슨 소린가?
칠득 그런데 이젠 심봉사까지 죽이려나 봐.
청, 소스라치게 놀란다.
#33 백이방 집 마당(낮)
걸어 나오는 백이방. 청이 보이지 않자, 긴장한다.
자객들 나타난다. 백이방의 지시로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는 자객들.
#34 창고 앞(낮)
칠득 난데없이 비상을 구해오라기에 뭔 일인가 했는데.. 우연히
황현감과 백이방이 얘기 나누는 걸 들었지 뭐야.
팔득 그럼 독살을?
틸득 어. 잔치 끝나고 전하께서 EJ나시면.. 바로.. 죽인다는 걸.
청 (송장처럼 굳는다)
몰려오는 발자국 소리
자객을 이끌고 나타난 백이방 보인다. 비로소 알게 된 청,
정신을 수습하고 우선 몸을 피해 달아나는데
자객 하나가 도망가는 청이를 목격하고 “저깁니다” 한다.
백이방, 보는
#35 백이방 집 뒤뜰(낮)
청, 달려오면 막다른 길목.
청, 아뿔사! 눈 감고 멀리 뛰기 하듯 담장을 향해 달려간다.
어떤 괴력에 의해 휘릭 담장을 넘게 되는 청.
자객 이끌고 쫓아오던 백이방 우뚝 멈추고 담장 넘는 청(남장)을 본다.
백이방 (제 눈을 의심)잰 또 누구야?
홍 off 천하에 죽일 놈들!
#36 강가(낮)
홍, 열받아 씩씩댄다.
청(남장), 분노에 차 서있다.
청 잔치가 끝나기 전, 아버질 구해야 해.
안 그러면... 아버지가... (떠올리기도 끔직하다)
홍 (걱정) 너도 이리 쫓기는 판에..더군다나 관아에 계신 아버지를
(한숨)큰일이구나.
청 맹인잔치에 가겠어!
홍(놀라) 안돼! 위험해
청 임금님도 오신다니, 내 직접 이 억울함을 호소할래!
홍 (더더욱)지금 정신이 있어? 네가 그런다고 임금님이 오냐 내 알아서
해주마. 그럴 줄 아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정신 차려!
청 무얼 안다구 그래? 네가 임금님을 알어?
홍 (할말 잃는다)
청 (크게 섭한듯)네 일 아니라구.. 그렇게 말하지마.
홍 (답답하다)그렇다구, 나 잡아드슈. 네 발로 거길 가?
아이구 증말... 환장하겠네!
청 (뼈 있게)어차피 난 죽은 목숨. 죽어도 내가 죽으니 넌 걱정마!
홍 (꼭지 돌아)이게 증말... 너 말 다했어?
#37 몽은사(밤)
예불을 끝낸 화주승이 법당에서 나온다.
청, 의연하게 서있다. 화주승, 청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화주승 (두려워 횡설수설)아니..처자는 저승에 있어야 할 사람이..
돌아가십시오. 내 극락왕생하라고 49제도 올렸건만..
어서 가십시오.
청 (의연하게)스님!
화주승 (자세히 본다)
(jump)
어느 계단에 앉아
화주승 (참회하는)소승의 어리석음이 이리 큰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감히 부처님과 중생을 농락한 이 악업을 어찌 씻을 수 있겠습니까?
청 그 동안 스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소녀가 자처한 일. 탓한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어리석은 저를 반성할 뿐이지요.
화주승 (유구무언이다)
청 아버지를 보겠단 일념으로 바다 넘어 고향에 왔습니다.
헌데, 아무래도 소녀는 전생에 많은 죄를 지었나봅니다.
(하늘을 본다)
화주승 (참회의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38 법당(밤)
대자대비의 석가모니불 보인다. 청, 합장하고 앉아
부처님을 바라본다.
청 (경건하다)소녀... 이제 어떤 벌도 두렵지 않습니다. 허나, 저희
아버지만은... 불쌍하신.. 저희 아버지만은 꼭 살려 주십시요!
(jump)
청, 진심을 다래 삼천배를 올린다.
#39 법당 밖(밤)
홍, 삼천배 올리는 청을 바라본다. 아비 위해 기도하는 청을 보며
감동을 느끼는 홍이다. 홍,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40 몽은사 일각(밤)
소쩍새 슬피 운다. 홍, 슬프게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다.
피 묻은 여자 소복.
(flash cut)
사약 받고 피 토하는 홍의 모.
홍의 모 (억울한 듯 원통하게)전하! 전하!
한쪽에 숨어 죽어가는 어미 보며 눈물짓는 어린 홍.
(현재)
알 수 없는 슬픔과 원한이 서린 홍의 눈빛.
삿갓, 다가온다.
삿갓 내일 그곳에 가시면 안 됩니다!
홍 (괴롭다)
삿갓 제발 무모한 행동을 삼가십시오!
홍 (안다는 듯) 그만해라!
삿갓 주인님! 어서 빨리 섬으로 돌아가십시오.
안 그러면 주인님이 다칩니다. 주인님!
홍 (버럭)그만 하래두!
삿갓 (무릎 꿇고 고개 숙인다)주인님! 제발...
홍 (괴로운 듯 하늘 본다)
#41 관아 앞(아침)
맹인들 아침부터 줄지어 서있다.
곳곳에 포진하여 철통 경비하는 사량들 보인다.
#42 관아 어느 방(낮)
심봉사, 죽은 듯 앉아 있다.
백이방, 깝깝하여 두 눈 감는데
황현감, 벌컥 문 열고 들어온다.
황현감 (다짜고짜 버럭)말을 못하다니? 갑자기 왜 말을 못해?
백이방 (심봉사 보며)청이년 죽었단 말에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황현감 뭐야? 그럼 지딸이 죽으러 간걸 여태 몰랐단 말야?
백이방 그런가 봅니다.
황현감 (확 찡그리며)나 이거 참...
백이방 전하 앞에서 괜한 헛소리 할까 내심 걱정이었는데...
차라리 잘됐습니다.
심봉사, 맛이 간 듯, 살짝 웃는다.
#43 관아 연회장(낮)
띵띵~ 예행 연주하는 악단.
입장한 맹인들, 사령들 안내 받으며 자리에 앉는다.
눈을 부릅뜨고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백이방.
#44 관아 앞(낮)
줄지어 입장하는 맹인들. 그 속에 섞인 청(남장)이와 홍 보인다.
사령들, 자리표 확인하고 맹인인지 아닌지 간단한 시험을 하고 있다.
뒤늦게 황봉사를 데리고 오는 뺑덕.
뺑덕을 본 청, 얼른 얼굴을 돌린다.
뺑덕 (애원조의)이 양반은 한시도 나랑 떨어져 못있는데..
같이 들어가면 안될까요?
사령1 (단호히)안 된다!
뺑덕 (입술을 삐죽이고, 황봉사에게)들었죠? 그러니 혼자만 맛있는 거
먹지 말고 내 꺼 꼭 싸와야돼~
황봉사 (끄덕끄덕 한다)
마지못해 돌아서는 뺑덕.
가다 홱돌아 뚫어지게 청을 본다.
얼굴 돌리는 청.
뺑덕,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하는 표정인데
사령! 빨리 안 가고 머하느냐?
뺑덕 (흘기며)갑니다. 나 원 치사하고 드러워서... (쳇 하고 간다)
한숨 돌리는 청.
홍의 차례다.
사령, 자리표 확인하고 홍이 눈 테스트한다.
손으로 눈 찌르는 시늉하면, 미동 없이 가만있는 홍.
사령, 손으로 됐다고 들어가라 합격처리하면
홍 (얼떨결에)감사 합니다 (꾸벅 인사한다)
사령, 이놈이! 홍을 끌어내라 싸인 한다.
포졸이 끌려 내쳐지는 홍. 청, 저도 모르게 홍을 걱정하며 바라보다가
사령에게 들켜 “이 놈도 끌어내!” 함께 내쳐진다.
홍 (미안하여 보는)... 미안해!
청 (푹 한숨인데)
저만치 탈을 쓴 공연패들 오고 있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청.
#45 관아 연회장(낮)
백이방, 황현감에게 보고 중이다.
백이방 1부틑 줄타기, 검무, 장고춤이며 2부는 오늘의
백미 봉산탈춤입니다.
황현감 전하께서 좋아하실까? (맹인들 보면)
맹인들 바짝 쫄은 자세로 앉아들 있다.
#46 연회장 뒤쪽(낮)
탈을 쓴 공연패들 우르르 들어온다.
#47 연회장 (낮)
마당에는 화려한 춤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맹인들, 보이지 않으니
그저 뮤료하게 앉아 있다. 중앙에 주상과 지척에 황현감, 심봉사 앉아있다.
실성하여 실실 웃던 심봉사, 돌연 배가 아픈지 표정 일그러진다.
#48 관아 주변(낮)
삼엄한 경비. 순찰 중인 사령들.
사령 1, 발버둥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달려가면
탈패 두사람이 탈과 옷을 뺏긴 채 줄에 묶여있다.
#49 연회장 뒤쪽(낮)
탈 쓴 공연패들 대기 중이다. 그들 속에 섞여 들어온 청(than)와 홍(취바리)
청, 연회장을 기웃거리며 심봉사를 찾기 시작한다.
#50 연회장(낮)
공연을 총괄 감독중인 백이방.
사령1, 황급히 와 백이방의 귀에 속삭인다.
표정 굳어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백이방.
#51 연회장 뒤쪽(낮)
백이방, 한손에 단도 들고, 포졸들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온다.
탈패들 보이자, 한 놈 한 놈 닥치는 대로 거칠게 탈을 벗기는 백이방.
이놈도 아니고, 이놈도 아니고, 백이방, 가슴이 타는 듯 조여 온다.
백이방, 이친 듯이 탈을 벗기는데, 어느 한 놈 안 벗으려 안간힘 쓴다.
하, 요놈이구나!
백이방, 눈빛을 이글거리며 단도로 그놈의 배를 푹 찌른다.
악! 외마디 비명소리. 아! 소리 내며 그저 겁에 질려 바라보는 공연패들.
백이방,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탈을 벗기면, 청이 아니다.
백이방, 돌이 일보 직전이다. 소란에 돌아보는 청이와 홍, 우쭐 멈춰서면
백이방, 급기야 그쪽을 본다. 너구나!
#52 연회장 (낮)
심봉사, 배를 움켜잡다 더는 못참겠던지 벌떡 일어난다.
#53 연회장 뒤쪽(낮)
굳은 채 서있는 청이와 홍. 백이방, 걸어가며
백이방 그 탈을 벗거라!
청 (부들부들 떤다)
백이방 (회유하듯)그 탈을 벗으래두..
청 (도망갈 곳을 찾아 두리번하면 사면초가다)
백이방 (광기에 젖어)넌 이미 죽은 몸이야. 널 위한 홍살문도 짓고
누각도 지어줬건만, 이리 살아오면 내가 좀 곤란하지..
청 (굳은 채 서있으면)
백이방 (포졸에게 잡으라 눈짓한다)
포졸들, 청이를 잡으려고 우르르 가는데...
공연 끝낸 무희들이 마치 때를 맞춰 우르르 몰려나온다.
벼랑 끝에 몰린 청이와 홍,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불속으로 뛰어들 듯 연회장 안으로 뛰쳐나가는데...
#54 연회장 (낮)
무희들 빠져 나간 빈자리에 바로 불쑥 들어온 청이와 홍.
다음 공연인가? 의심없이 바라보는 주상.
청, 두리번거리며 아버지 찾는데, 심봉사 보이지 않는다.
#55 뒷간 안(낮)
심봉사, 산모가 산통을 겪는 듯한 얼굴로 앉아 있다.
칠득 off 왜 이렇게 안나와. 아직 멀었수?
#56 연회장(낮)
아비는 보이지가 않고 백이방이 지키고 섰는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고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청이다. 홍, 보다 못해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홍 유세차.. 정해년 이월 초하루..
여기 모이신 맹인들과 (주상을 힐금 본다. 참으며)나랏님을 모시고,
탈춤판을 펼치고자 하니, 우리 한번 신명나게 놀아보세~
사이 두고 ‘덩따쿵’ 풍물 연주된다. 홍, 즉흥 춤을 추며, 청에게 하라고
신호한다. 장단에 맞춰 즉흥으로 춤을 추는 청이와 홍... 영 어색하다.
주상을 비롯한 황현감 이하 이상하여 바라본다.
보고 있던 백이방, 끌어내려 들어오면 청, 백이방을 보고 안되겠는지,
돌연 춤을 멈추고 주상 앞에 납작 무릎 꿇고 엎드린다.
청 전하! 소리 한 대목 올리겠나이다!
백이방 (넙죽 엎드리고)전하, 용서하십시요! 얼른 물리겠습니다.
(포졸에게 끌어내라 눈짓하면)
포졸들 들어온다.
청 (간절하게)전하! 한번만! 한번만 하게 해주십시요!
포졸, 청을 끌고 나가려 하면
주상 (마침내 침묵을 깨고) 멈추거라!
포졸, 멈춘다.
주상 맹인을 위한 잔치를 벌여놓고, 보지도 못하는 춤판만 벌여
그러찮아도 몹시 언짢았느니, 소리라면 모두가 즐길 수가 있겠구나.
한번 해 보거라!
청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당 한 가운데 서는 청, 비장하게 탈을 벗는다.
황현감, 놀라본다. 백이방, 아뿔사 눈 감는다. 고수가 북 장단을 치자.
청 심청이 뱃머리에 서서 물결을 굽어본다.
(flash back)
-1부/ 포구에서 인당수 씬까지
(심청가 중 인당수 대목 흐른다)
소리 태산 같은 파도가 뱃전을 두드리고, 풍랑은 우르르르 들이쳐 물거품이
북적인다. 심청이 겁이 나서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벌떡 자빠진다.
망연자실 앉았다가, 바람맞은 병신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다가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이리 겁을 내어 주저하고 있는 것은 부친에 대한 정이 부족한
때문이라. 이래서야 자식도리 되겠느냐?‘
#57 뒷간 안(낮)
힘을 주던 심봉사, 청이 소리에 얼굴이 굳는다.
소리 마음을 다잡고서 치마폭을 뒤집어쓴다. 두눈을 딱 감았다.
그리고는 뱃전으로 우루루루 달려나가 손 한번 헤치고 넘실거리는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면서 “아이고, 아버지! 나는 죽소.”
심봉사, 얼굴이 하애진다.
소리 뱃머리에서 거꾸러져 깊은 물로 푱~~
풍~ 소리와 함께 돌연 화면에서 아래로 아웃되는 심봉사.
떨어졌나?
심봉사 off 청아...
심봉사, 양손을 딛고 어떤 괴력에 분연히 힘차게 일어선다.
마지막 산고를 치르듯 격한 표정을 짓는 심봉사.
풍덩~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눈가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는 심봉사.
마침내 눈이 떠지고 눈동자가 돌아간다.
#58 연회장(낮)
황현감, 백이방, 똥줄이 타 장내를 둘러보면
맹인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주상 감복한 듯 눈을 감고 있다.
백이방 (나서며)전하... 역심을 품은 년입니다.
황현감 (눈 딱 감고)맞습니다. 전하를 해하려 들어온 불순한
세력이옵니다. 끌어내겠습니다. 끌어내라!
포졸들, 청이와 홍이를 끌어내는데...
심봉사 off 청아!
부르며 들어서는 심봉사, 청, 아비를 본다.
청 (아비를 보고)아버지...
주상 (보면)
청 (뿌리치며)아버지...
황현감 뭐하느냐? 빨랑 끌어내지 않구.
주상 (해괴하여 보면)
홍 (주상을 본다)
답답한 백이방, 직접 와 청이를 끌어내는데...
포졸에게 끌려가던 홍, 돌연 뿌리치고 멈춘다.
마침내 결심한 듯 주상 앞에 나가 무릎 꿇는 홍.
홍 아바마마!
주상 !!!!!
홍 (고개 들어 탈을 벗어재낀다) 소자, 홍입니다!
주상 (놀라 홍을 본다)
청 (놀라 홍을 보면)
일순 정적! 이어 정적을 깨고
심봉사 청아! (부르며 달려온다)
청 아버지... (뿌리치고 달려간다)
부둥켜 안는 부며
심봉사 청아... 청아... 살았느냐?
청 네... 아버지...
심봉사 (눈물 흘리며 감격)내 딸... 살아왔구나...
청 아버지... (흑흑)
심봉사 (포옹을 풀고 청이를 본다)어디보자.
청 (흐느끼며 보는데)
심봉사 네 에밀 똑 닮았구나!
청 (울다 고개를 갸웃한다) 아버지...
F.O
#59 청이네 마당(낮)
청이와 심봉사, 얘기 소리 들린다.
심봉사 off 청아! 시집가야지!
청 off 싫어요. 전 이렇게 아버지랑 천년만년 오래오래 살거예요.
#60 방안(낮)
심봉사, 청, 밥을 먹는데
심봉사 (능청맞게)나도 이젠 눈 떴는데, 꽃분네랑 살면 안될까?
청 (눈 치켜뜨고 쏘듯이)아버지! (하면)
남자 off 어명이요.
청, 심봉사, 놀라 밖을 보면
#61 마당(낮)
남자, 교지로 얼굴 가리고 서있다. 심봉사와 청 얼떨결에 나와 엎드린다.
남자 심학규의 여식 심청은 듣거라! 너는 오늘부로 세자빈
으로 간택되었으니, 어서 명을 받들거라!
심봉사 (놀라 고개 들고) 세자빈?
청, 어디서 많이들은 목소리다. 이상하여 고개 드는 청.
천천히 교지를 내리는 남자, 홍이다.
홍 (예전처럼) 심심한데, 청실홍실 엮어야지!
나랑... 혼인해!
행복하게 웃는 청...
엔딩 크레딧 오른다.
#에필로그
-1. 죄인모습(눈에 피묻은 붕대 감고)으로 걸어가다 부딪히는 황현감과
백이방.
황현감 아 눈 달아 뒀다 뭐해?
백이방 아... 이 소린.. 출세에 눈이 먼 황현감!
황현감 그럼 자넨 재물에 눈이 먼 백이방?
황, 백 (동시에)아 이거... 반갑구만...
실성하여 아이처럼 노는 황, 백. 만나려는데 자꾸 엇갈린다.
황 이봐,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백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2. 도망가는 황봉사의 바지 끄랑이를 붙잡으며 애원하는 뺑덕
뺑덕 심봉사한테 뺏은 그 많은 돈 홀라당 까먹고
이제 와 날 버리고 간다구? 그럼 난? 난?
황봉사 그깐 돈, 힘 좋은 놈이랑 산 댓가라 생각해. 여자가
찐드기 같기는..
뺑덕 (매달리며)이봐, 영감 그러지 말고 나랑 사이좋게 살어.
밤마다 안 보챌게.
-3. 심봉사, 꽃분네랑 재미나게 노는데. 꽃분, 보따리 싸들고 온다.
꽃분모 (화가 나 버럭)아 왜? 이번엔 또 어디야?
꽃분 (역시 화가 나) 만리장성 유람간대. 한 일 년 걸린다구.
나도 데려가지. 정말이지 서방님이랑 어머님 너무 미워
꽃분모 (속상한데)
심봉사 (혹하여)임자.. 우리도 유람 가지. 나 보고픈 게 너무 많아!
-4. 왕후가 된 청이와 왕이 된 홍.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뭔가 열심히 하는데..
바로 실뜨기다. (청실홍실로)
뒤켠에서 서있던 삿갓(내시차림), 보다 못해 나선다.
삿갓 전하! 이제 그만 경연에 나가시지요?
홍 (실뜨기에 정신 팔려)조금만... 조금만.. 더 엮고...
청 (하던 걸 멈추고)전하! 벌써 한시간째입니다.
그만 엮고... 경연에 나가시지요?
홍 조금만 더 하자니까....
청 (위협하듯 보며)전하!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부디 정신
차리십시요!
홍 (에이씨)나 후궁전 가서 놀래... (벌떡 일어나면)
청 (앙칼지게) 전하!
- 끝-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