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러면 연극의 3요소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연극이 성립할까에 대해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배우와 관객은 있는데 희곡이 없다면 연극 공연이 성립할 수 있을까? 단연코 희곡이 없으면 연극이 성립될 수가 없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희곡을 창작해 가면서 연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 5분 정도의 즉흥극은 배우들이 상상력으로 희곡을 창작해 가면서 공연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러닝 타임(공연시간)이 90분 정도의 연극을 하는 경우에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많은 대사를 만들어 가면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단연코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희곡이 없이는 공연이 불가능하다.
3요소 중의 하나인 희곡은 극작가(희곡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에 의한 창작물이다. 그리고 희곡은 반드시 공연과 연결되어야 한다. 즉,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씌어지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연되지 못하는 희곡은 존재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공연은 희곡의 운명이다. 물론 작가가 아예 처음부터 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문학으로서의 희곡, 즉 읽기 위한 희곡을 창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희박한 경우이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대표적인 것인데, 우리는 그처럼 읽기 위한 희곡을‘레제드라마’라고 부른다.
2. 배우
다음 3요소의 두 번째인 배우는 어떤가?
배우는 연극의 핵심이다. 연극의 역사는 곧 배우와 관객 간의 상호작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연극을 나타내는‘theatre'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테아트르‘이다. 그리고 이 말의 뜻은 지켜보다라는 뜻이다. 그러면 무엇을 지켜본다는 말인가? 무대 위의 배우를 객석의 관객이 지켜본다는 의미이다.
3요소 중에 희곡과 관객은 있는데 배우가 없다면 연극은 이루어질 수가 있을까? 단연 불가능하다. 희곡에 나타나 있는 대사와 몸짓을 누가 표현해야 하는데, 배우가 없다면 그것을 표현하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왜 배우가 연극의 핵심인가?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우리는 연극을 보고 나서 그 연극이 정말 마음에 들 때 어떻게 하는가? 너도 나도 막이 내린 무대 뒤로 올라가 출연배우들에게 싸인을 요청할 것이다. 연출가나 극작가에게 싸인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객석의 관객들은 연극을 보는 동안 무엇과 상호 교감하는가? 단연코 무대 위의 배우이다.
폴란드의 세계적인 실험극 연출가인 그로토우스키는 배우와 관객의 진정한 상호 교감만 이루어진다면 연극은 어디에서고 가능하다고 했다. 즉,
배우와 관객의 진정한 정서적 교감만 성립된다면 차고에서건 쓰레기 하치장 옆이건 어디서든 연극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연극은 극장(무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우와 관객의 진정한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3. 관객
관객 역시 연극의 구성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희곡이 있고 배우가 있는데 관객이 없다면 공연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불가능하다. 혹자는 거 참 이상한 노릇이라고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작가가 쓴 희곡을 배우들이 대사와 몸짓으로 무대 위에서 표현하면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왜 관객이 없으면 그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하고 말이다.
공연은 영어로‘performance'라고 표기하고 한자로는 公演이라고 표기한다. 공연의 뜻은 여러 사람(公) 앞에서 펼쳐 보인다(演)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여기서의 여러 사람이란 바로 관객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연은 영어로 representation 이라 표기하고 한자로는 上演이라 표기한다. present는 표현한다는 뜻이고 접두어 re는 다시라는 뜻이다. 즉,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무대 위에서(上) 다시 표현한다(演)는 뜻이다.
performancedhk representation의 차이는 관객의 있고 없음이다. 관객이 있는 앞에서 보여주는 것은 performance이고 관객이 없는 앞에서 표현하는 것은represent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공연 시간이 거의 가까워졌는데 관객은 한 사람도 없다. 왜일까? 그 무렵 태풍이 몰아쳐서 온 도시가 물바다에 잠겼기 때문이다. 그런 악천후에 어느 관객이 연극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오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관객이 없어도 자기네들끼리 관객이 있다고 가정하고 공연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의미에서의 공연이 아니고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한 번 더 연습하는 것이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폭우 속을 뚫고 관객 한 명이 극장에 도착하여 연극을 본다면 그것은 엄연하게 공연인 것이다.
이처럼 연극의 3요소 중에 관객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정작 관객들은 자신들이 연극의 한 요소처럼 중요한 존재인지를 잘 모른다. 관객이 이처럼 연극의 중요한 한 요소인 만큼 관객들은 스스로 관객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관객이 없는 연극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시간에는 연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사실주의 연극이고 다른 하나는 비사실주의 연극이다. 이 둘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로 하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