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픔, 아파서 눈부시고 눈시리게 아름다운 생(生)과 사랑
제22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의 응모 편수는 일반부 80분 202편(작년 139분 417편), 고등부 49명, 109편(작년 43명 129편), 중등부 54명, 88편(작년 43명 86편) 총399편(작년 632편)입니다.
코로나19사태로 심사위원 일동은 사상 초유 전면 비대면으로 심사를 하였습니다. 다소 어색하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온라인 매체의 특성상 작품이 계속 올라가 있고 또 심사위원 개인별로 오랫동안, 반복해서 수시로 볼 수 있었다는 강점이자 장점이 있었으며 더욱 깊이 있고 치열한 심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밝힙니다. SNS를 통해 예심과 최종심에 임하면서 심사위원들은 바이러스 시대, 미래의 창작활동과 작품 심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응모 작품은 양적으로 일반부는 작년과 비교해 대폭 줄었고 중고등부는 소폭으로 늘거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수준은 작년에 비해 높았습니다.
<일반부>
길덕호 님의 <광덕사 호두나무>를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우리네 “상처 난 가슴의 멍”, “뜨거운 불 위의 생(生)”을 참선(參禪)과 관조(觀照)와 달관(達觀)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주제(제목)와 내용과의 결합, 돋보이는 관찰력과 오랜 습작 경험에서 넉넉히 일구어낸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2, 3연의 긴 호흡이 다소 읽고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몰입하기에 충분한 수작(秀作)이자 역작(力作)이었습니다.
홍현자 님의 <섬진강>을 최우수상으로 올립니다. ‘섬진강’과 화자(話者)의 일상과 고뇌를 넘어 우리의 삶까지 반추하게 해 크고 넓은 공감을 줍니다. “가슴에 손을 대면 / 섬진강 동백의 새빨간 피가 묻어 나왔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지의 구사와 착상, 발상이 참신하고 울림이 있습니다. 단, 3연과 4연에서 “욕망”이라는 단어의 반복과 평범함, 단방향성 지시적 의미는 고려해 보아야 할 듯하며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수상으로 올린 강은아 님의 <염전>은 세밀한 일상에서 오는 감정 표현의 탁월함과 진실함이 묻어 나와 인상 깊었습니다. 운율의 구사, “물 한 모금 없는 염전 밭인 세상”에서 삶의 공감과 치유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이 매우 밝습니다.
<광덕사 호두나무>, <섬진강> <염전> 모두 상처받고 하루하루가 고달프며 지치고 욕망과 야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려상으로 선정된 박영아 님의 <들국화의 추억>은 “늦가을 상처”의 산뜻함과 애틋함이, 장은별 님의 <홍합은 등을 굽힌 채 태어난다>는 “물살이 부는 계절”에 태어난 아버지와 홍합의 감각적 환치(換置), 병치(倂置) 능력이, 윤빛나 님의 <가을>은 “손님처럼 쌍봉낙타 짊어진 가을”의 형상화와 시상(詩想)을 끌고 가는 능력이, 정혜연 님의 <회귀(回歸)>는 ‘불나방’의 생애를 감성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자연의 에너지를 들추어냈다는 점에서, 박소영 님의 <치매>는 길고도 힘든 병인 ‘치매’가 걸리기까지를 순간적으로 포착, 착상(着想), 시적 형상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평범한 소재이지만 신선했습니다.
<고등부>
효자고등학교 1학년 권원정의 <우리 엄마>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일반부 1위와 함께 운문부 대상 후보로까지 오른 수작(秀作)입니다. 단순히 작품을 통해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닌, 작품보다 더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는 ‘삶’과 “우리 엄마”를 담아내었습니다. “오 년째 바꾸지 않은 브래지어처럼 / 매일 조금씩 굴러가”는 엄마의 하루, “아직 숨이 붙어 껄떡거리는 물고기 아가미가 / 당신의 땀으로 겨우 하루를 연명하는 나 같아서 / 나는 물고기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 긴 교복 소매를 매만졌다”처럼 추상적 이미지의 구체화, 대상과 화자의 환치(換置), 병치(竝置) 능력이 단연 돋보이는 우수한 작품입니다. 이는 어머니에 대한 진실한 사랑에서 발현되어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배곧고등학교 2학년 김연희의 <더듬이가 자란다는 것>을 우수상으로 올립니다. 노숙자를 ‘민달팽이’로 비유한 어린 시인의 눈이 범상치 않습니다. 대상을 붙들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지고 급기야 “빗방울이 멈추지 않는 것을 쓰리게 했다.”에서는 비극과 연민의 절정에 이르고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주었습니다.
장려상을 받게 된 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임주란의 <두부 같은 사람>은 잠언(箴言, aphorism)적 메시지의 따스함과 평범한 소재에서 오는 친숙함과 또다른 참신함이, 역시 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김지은의 <노래방>은 엄마의 고단한 일상과 “우주”만큼 넓고 포근한 노래방과의 조우(遭遇)와 연결이 깨끗하고 애잔하였고, 의정부여자고등학교 1학년 서희원의 <초상화>는 “파도의 물결 같은 얼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 김정현의 <우리만의 숲으로 가자>에서는 현실의 고단함과 슬픔을 극복하려는 희망의 메시지와 긍정적 인식이, 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조가을의 <축제>는 상가(喪家) 풍경을 ‘축제’의 모습으로 인식하고 전환하는 힘과 마지막 연 “아버지의 모습을 오려낸다면 / 분명 이곳을 축제라고 부를 수 있었다.”에서 보듯이 상대적으로 조부(祖父)의 상(喪)을 치르는 아버지의 한(恨)이 더욱 부각되는 점에서 두각을 보였고 깊고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중등부>
중등부 작품은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수준 편차가 컸습니다. 중학교 3학년 서예람의 <여름만을 위해 겨울을 사랑한다는 것>을 최우수상으로 올립니다. 사고의 깊이가 돋보이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 자연에 대한 통찰력, 사계 중 ‘여름’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을 내어 주며 사랑을 받아 주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확장시킨 점이 탁월합니다.
석천중학교 2학년 서지원의 <가을의 시>를 우수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중학생다운 시선으로 가을이 지나가는 순간을 욕심 없이 소박하고 예쁘게 표현하여 눈에 띄었고 운율이 살아 있어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장려상을 받게 된 양산여자중학교 1학년 박다원의 <매니큐어>는 참신한 의인법과 대상이 갖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속성을 시적으로 표현한 점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응모한 인천진산중학교 3학년 신소민의 <꽃과 나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넉넉하고 의연한 자세가, 지평선중학교 2학년 김명진의 <대인관계>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비교적 정확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호원중학교 3학년 이소영의 <가을 사춘기>는 개성 강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사춘기’를 음성 상징어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에서, 경민여자중학교 1학년 전희원의 <가족>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고 부모님에 대한 효도 시점의 의미를 “나중”이 아닌 “마중”으로 생각하고 표현한 점에서 모두 마음과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본심에 오르지 못한 응모작에 대한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언급하면 ‘너’란 인칭 대명사의 남용으로 시의 문을 닫아버리거나, 어법에 바르지 않은 문장 사용, 구어체와 비속어의 남용, 퇴고하지 않은 초고(礎稿)에 가까운 작품 등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응모자분들과 문학 창작에 임하는 모든 분께서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총체적으로 어려운 난국임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과 집념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의 장(場)이었습니다. 모든 응모자분들과 문학 애호가들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심사 : 신성수 허은주 김문희 이도영 임영만 나윤희 김기수 김선용
심사평 : 김선용(시인,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장)
제22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 수상자
<일반부>
대상 : 길덕호(서울 종로구) ‘광덕사 호두나무’
최우수상 : 홍현자(서울 은평구) ‘섬진강’
우수상 : 강은아(인천 부평구) ‘염전’
장려 : 박영아(전남 목포시) ‘들국화의 추억’
장려 : 장은별(우석대학교 4학년) ‘홍합은 등을 굽힌 채 태어난다’
장려 : 윤빛나(제주시 구좌읍) ‘가을’
장려 : 정혜연(청주시 흥덕구) ‘회귀(回歸)’
장려 : 박소영(경북 청도군) ‘치매’
<고등부>
최우수상 : 권원정(효자고등학교 1학년) ‘우리 엄마’
우수상 : 김연희(배곧고등학교 2학년) ‘더듬이가 자란다는 것’
장려 : 임주란(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두부 같은 사람’
장려 : 김지은(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노래방’
장려 : 서희원(의정부여자고등학교 1학년) ‘초상화’
장려 : 김정현(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 ‘우리만의 숲으로 가자’
장려 : 조가을(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축제’
<중등부>
최우수상 : 서예람(프랑스 뽈 베르(Paul Bert)중학교 3학년) ‘여름만을 위해 겨울을 사랑 한다는 것’
우수상 : 서지원(석천중학교 2학년) ‘가을의 시’
장려 : 박다원(양산여자중학교 1학년) ‘매니큐어’
장려 : 신소민(인천진산중학교 3학년) ‘꽃과 나무’
장려 : 김명진(지평선중학교 2학년) ‘대인관계’
장려 : 이소영(호원중학교 3학년) ‘가을 사춘기’
장려 : 전희원(경민여자중학교 1학년) ‘가족’
첫댓글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제22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비대면으로 심사하시고 심사평 쓰시느라 운문분과 선생님들과 운문분과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22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리고 수상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수상 소식이 수상자분들께 한 그릇 국밥같은 뜨끈한 소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선에 들지 않은 모든 응모자분들께도 국밥 한 그릇씩 말아 마음으로 올리고 응원하니 더욱 힘내시기 바랍니다.
분과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우수한 작품을 읽게 되어 넉넉하였으며 올해 작품을 몇 편 일구어 내지 못했는데 귀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응모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 속에 낭중지추 같은 날카 로운 시선! 심사평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22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수상자 상장발송 안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함께 수상자 명단과 운문부문 본상 작품이 실린 '의정부문학29집'이 출간되는대로 일반은 주소지, 학생은 학교로 발송 예정입니다. 별도의 시상식은 없습니다.
의정부문학29집에 수상자 명단과 함께 공모전 대상 작품(시)과 운문부문 최우수상을 게재했습니다. 지면 사정상 산문부문 최우수작은 싣지 못했음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