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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년 빛나는 삶과 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솔새
청계천을 따라 흐르기 전, 광화문 일대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세 곳의 맛집을 보너스로 드린다. |
깡장집
무작정 청계천광장부터 가기 전에, 미리 속을 든든하게 하고 싶다면 세종문화회관 뒤로 가 보자. 이쪽 블럭을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선 마땅한 음식점이 띄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이나 관공서가 입주한 대형 고층빌딩이 대부분이라, 식당도 지하 아케이드에 다 들어가 있다.
건물 지하 음식점이라면 왠지 꺼려진다만 이런 환경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문난 맛집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이곳 '깡장집'을 선택했다.
깡장?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찌게와 쌈장의 중간 쯤에 위치하는 된장요리다.
해물과 돼지살코기, 청양고추 등을 썰어넣고 지져 내온 된장을 콩나물, 각종 신선한 야채 넣은 밥에 비벼 먹는다.
여느 보리밥집에서 내오는 것과 비슷하지만, 맛은 많이 다르다.
깡장에 들어가는 내용물이다 / 끓여나오면 요런 모양
거의 간을 하지 않고 데친 콩나물과 야채에 밥을 넣고, 깡장을 넣어 비벼먹는다
찌게도 아니고 지진 된장이니 상당히 짜겠다 싶었는데 오징어와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과 적당히 어우러질 정도로 짠 맛을 덜어냈다.
깡장은 잘 담가 숙성한 된장의 깊은 맛을 간직하면서도 특유의 걸걸한 느낌보다는 산뜻한 새싹비빔밥을 먹는 기분이다. 종종 씹히는 청양고추는 상당히 맵다. 반찬으로 따라나오는 시금치나 열무김치를 넣어도 맛있겠지만 그보다는 기본으로 나오는 야채와 깡장만으로 고유의 맛을 즐겨 보시도록.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이 집 보쌈을 권하고 싶다. 된장을 넣어 삶은 돼지고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찰찰거리면서 씹힌다. 살짝 데쳐 나온 배추 속잎은 씹으면 아삭거리면서 야채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싱싱하다. 김치 속은 꽤 매운 편.
시청과 용산 전자랜드에도 직영점이 있다. 대부분 문을 닫는 주위 업소와 달리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고 하니 주말이면 북새통이 되는 청계천 주변에서 좀 떨어져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겠다. 평일 점심시간에 오면 줄서기를 피할 수 없다.
88년 문을 연 이후 여러차례 확장과 개보수를 거듭, 깔끔한 인테리어가 첫 데이트하는 상대와 가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한 줄 요약 :: 집 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만들고 싶은 분께 권한다. |
때깔단 한 마디 :: 청양고추 탓인지 자극적이다. |
깡장집 :: 02-720-6152 :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 나오면 바로 보이는 로얄빌딩 지하 1층 아케이드 내 위치. |
카페 이마IMA
갤러리 안에 자리잡은 카페들이 으레 그렇듯 여기도 절대 저렴한 곳은 아니다.
이번 취재컨셉에 그닥 부합되지 않는 곳임에도 굳이 취재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주말이면 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점, 인기의 중심에 '와플'이라는 뜻밖의 메뉴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와플이라니.
한때 반짝하다가 시들해진 나머지 요즘엔 번화가를 돌아다녀도 구경하기도 어려운 그 와플 말인가? 크림을 발라 먹으면 그저 적당히 맛있다 싶지만 굳이 찾아먹지는 않게 되는 그 와플? 그 와플이 무려 1만1천원? 그런 와플을 줄을 서 가며까지 먹으러 온다고?
본 기자 또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그래서 직접 맛보기로 했다.
여느 갤러리 카페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면서 개방된 공간에 자리잡은 까페 이마IMA. 문제의 와플은 생크림과 과일을 얹어주는 것과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것 두 가지다. 메뉴판에는 이렇게 써 있다.
굳이 '하겐다즈'라는 이름을 명시한 건 아마도 가격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려는 것이겠다.
그래, 하겐다즈. 맨날 비싸다고 욕하지만 먹어보면 맛있는 걸 어떡해, 하는 그 하겐다즈.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했음이 분명한 녹차 아이스크림마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을 보여주는 그 하겐다즈.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 잘라먹어야 할 정도로 와플은 크다.
사진으로는 짐작이 잘 안 가시겠지만 보통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동그란 플라스틱 부채 만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 나오는 메이플 시럽을 붓거나 접시 가장자리에 덜어 찍어먹는다.
비오는 날인데다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지난 탓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고 들었던 소문의 와플은 금방 눅눅해졌다. 사실 녹아 흐른 아이스크림에 젖어버린 상태에서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맛있었다. 보들보들한 빵의 질감에서 뿜어나오는 그윽한 버터향에 아이스크림이라. 나이프도 귀찮아져 포크로 연신 잘라내 입에 넣기가 바빠진다.
둘이서 먹기에도 충분한 양에, 그놈의 '하겐다즈'를 감안한다면 1만 1천원이라는 가격, 수긍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추가로 주문한 샌드위치.
구운 식빵안에 양상치와 토마토, 베이컨을 넣어 부친 계란이 끼워 나온다. 신선한 재료를 썼으니 맛은 좋았지만 7천원이라는 가격은 아무래도 과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 집의 커피. '센트럴 퍼크'의 '친구들'이 늘상 들고 앉아 홀짝거리던 그 거대한 컵에 따라 나온다.
커피 맛도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거친 '샷'에 물을 섞어 나오는 아메리카노로 상당히 훌륭한 편. 한 번 리필할 때마다 아예 1천 원을 받는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한 줄 요약 : |
때깔단 한 마디 :: 우리가 어떻게 그걸 다 먹었죠? |
카페 IMA :: 02-2020-2088 :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동아일보 일민미술관 1층 |
삼성집
그러고 보면 서울 시내 도심 거리에는 구석구석 맛집이 참 많다. 시내 거리라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이 삼성집이 위치한 '피맛길'이라 불리는 골목은 처음 들어가 봤다.
삼성집이 자신있게 내놓는 메뉴는 고등어자반/삼치/굴비의 생선구이 3총사와 낙지 비빔밥.
본 기자도 그렇지만 일찌감치 가족과 떨어져 독신생활을 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생선구이에 대한 열망이 있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시장에서 생선을 사다가 굽기 시작하면 온 집안이 연기로 꽉 차 버려서 먹기 전에 질식해 죽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음식이든 재료가 싱싱해야하는데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란... 말을 말자.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라면 웬만한 식당의 생선구이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뭔가 작정하고 먹는 사람은 어떡하든 맛있는 것을 찾아내려 하기 마련이니까.
삼성집의 생선들은 우선 싱싱하다. 석쇠위에서 막 구워질 운명에 처한 고등어의 탱탱하고 윤기나는 표면을 보라. 비교적 천천히 시간을 들여 구워 나온다.
역시 생선살이 꼬들꼬들하니 흡족하다. 굴비살은 너무 잘 부서져 숫가락으로 퍼먹어야 좋을 듯하고, 자반 고등어는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기엔 좀 짠 편이지만 어른들이 좋아하시겠다. 나처럼 젊은 사람에겐 역시 삼치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 고이게 하는 빨간 양념을 입은 낙지도 씹을 때마다 육즙이 배어나올 만큼 싱싱한 것을 쓴다. 의외로 많이 맵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톡톡 쏠 정도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한 줄 요약 :: 인근에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만 언제라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하고 싶다면. |
때깔단 한 마디 :: 생선이 커서 기분 좋다. 비리지 않고 살도 많다. 나도 젊어서 그런지 삼치가 제일 좋다. |
삼성집 :: 02-730-8802 |
청계천은 길다.
태평로에서 신답철교까지 6Km에 달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만으로 여유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역사적 유물이 제거되는 등의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관광자원이기 전에 시민들의 쉼터라는 기능 하나만으로 가치가 충분하겠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 비싸기만 하고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곳이 많다. 내가 치르는 것이 음식값인지 자릿세인지 헛갈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잡는 거야 뭐 기어코 뜯어말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하루 나들이 나온 서민들 주머니를 배려해주는 맛집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곳을 " 착한 맛집"이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전망좋고 고급스럽고, 그러므로 비싼 곳들은 모조리 제외시켰다. 이번 취재의 타깃이 될 '착한 맛집'의 기준은 1인 5천원 정도의 가벼운 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는 밥집과 조금만 더 보태면 넉넉한 술자리가 될 만한 곳이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착한 맛집의 기준
1. 1인 당 5천원을 넘지 않을 것.
2. 술 안주꺼리도 술값을 제외하고 1인당 5천원 안팎을 유지할 것.
3. 무엇보다 친구 애인 가족과 다시 찾게 될 만큼 맛있을 것.
4. 청계천에서 길 한 번 이상 건너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 |
이런 곳을 기다렸다고? 그렇다. 오래들 기다리셨으니 얼른 따라들 오시기..전에, 이 착한 맛집의 발본색원 과정을 잠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우선 기존 매체에서 다룬 청계천 맛집의 옥석을 예리하게 감별하고(광고기사인가 아닌가), 인터넷에 떠다니는 네티즌의 추천집을 죄다 끌어모은 후, 이 지역의 터줏대감을 긴급히 수배하였고, 각지에 암약하는 노매드 세포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
그리고 지난 냉면 취재 때처럼 이번에도 노매드의 맛집 커뮤니티 '때깔단'과 함께 동행했다.
최대한 맛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민간인(?)을 마루타로 내세운 것이다. 앞으로도 모든 음식 관련 취재에는 때깔단과 운명을 같이 할 작정이니, 입맛이 동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참여하시길.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니까. (잘 먹은 귀신이 때깔 좋다는 정설에 의거, 맛집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커뮤니티가 때깔단이다. 때깔단 참여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가자.
취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은둔형 고수의 착한 맛집들, 의외로 많았다. 여기 9개의 집은 그러므로 첫'빠따'의 주인공들이다. 청계천은 앞으로 두고두고 발굴할 만한 먹거리의 보고인 만큼 이후라도 착한 집이 있다면 계속 공유하자.
대략적인 분포도 파악을 위한 초간단 약도
안동국시
양반의 고장이라는 안동.
안동에도 의외로 맛난 지방음식이 많다는데, 안동소주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안동국시'라는 이 집의 업소명이자 대표음식인 안동국시엔 뭔가 독특한 맛이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역시나 사무용 고층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안동국시의 모든 음식맛의 근원이자 기본은 사골육수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칼국수의 사촌 쯤 되는, 비슷한 요리법으로 만들어지는 안동국시의 국물맛은 상당히 달다. 당분을 넣어서가 아니라 푹 고은 사골국에 호박과 얼갈이 배추가 많이 들어간 탓이다.
칼국수에 비해 가늘고 소면보다는 굵은 면발은 반죽에 콩가루를 넣는다. 그래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만든다.
면발이 가늘어 빨리 불어버리는 단점이 있으니 음식이 나오면 사진 찍을 생각말고 빨리 먹는 게 좋겠다.
기자의 입맛을 당긴 건 안동국시보다는 또 다른 안동 고유의 음식, 안동국밥이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대부분 즐기는 소고기국밥 맛, 혹시 아시는지. 육개장이나 평양온반보다는 훨씬 덜 자극적이면서 무가 많이 들어가 역시 달달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을 볼 수 있는 소고기국밥 맛, 딱 그것이다.
국밥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한우고기는 푹 삶겼음에도 흐물거리지 않을 정도로 육질을 보존하고 있다.
이 집이 자랑하는 안주용 요리가 문어라고 하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맛 보시길.
한 줄 요약 :: 안동국시는 그 독특함을 한 번쯤 맛볼 만 하다. 다음에 또 찾는다면 안동국밥을 먹게 되겠지만. |
때깔단 한 마디 :: 국밥은 맵지도 않고 담백하고 고기나 국 건더기도 푹 무르지 않아 맛있다. 안동 국시는 콩가루를 섞어서 난다는 그 냄새나 맛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
안동국시 :: 02-732-6493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출구에서 종각방향으로 100m,광교사거리(모전교)로 꺾어지는 코너 커피빈이 있는 빌딩 지하. |
황소고집
점심 시간에 뭘 먹을까? 모든 직장인의 고민이다.
종로와 같이 음식점 타운이라 불릴만한 곳에서도 이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도 아닐 테고 늘 같은 것을 먹기 때문에도 아닐 것이다. 이 고민의 근원은 뭐랄까, 집 밥과 장사 밥의 차이 같은 것. 밥이 주는 어떤 자연스런 향수를 우리는 늘 그리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는 청계천 물이 도도히 흐르고 뒤로는 종로2가 강북 중심 건물이 늘어서 있는 첨단의 공간에, 어울림을 찾아봐야 전혀 어울릴 것이 없는 이 집 앞은 점심 시간이면 늘 긴 줄이 선다.
황소고집이라는 매우 컨트리틱한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집에 흐르는 핵심은 바로 집 밥의 향수다. 원래 부터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그저 묵묵히 연탄불에 돼지 갈비를 구워대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주인에게 풍기는 저 집념이 가게 이름과 잘 맞아 떨어진다. 황소 고집스럽게 고기 만을 구워내신다.
연탄불로 구워내는 돼지갈비를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은 전남 담양에서였다. 떡갈비로 유명한 담양이건만 사람들은 '승주식당'이라는 곳으로만 몰려갔다. 이 곳을 승주식당의 오마쥬라고 불러도 되려나? 규모도 작고 고기의 양도 적고 음식 맛도 남도의 그 것에 비해서는 열세지만, 여기는 서울이 아닌가. 비록 오마쥬라고 해도 충분히 줄서기를 자원할 만큼 가치가 있다.
2인분의 돼지고기는 양이 적다. 한 끼 식사에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인지, 보이는 양은 적다. 그렇다고 특별히 부족하지는 않다. 딱 알맞은 양 만큼의 고기가 등장한다.(저녁에는 5000원이고 고기 양이 많다)
고기가 적어 보이면서도 밥 한 끼 먹는데 아쉬움이 없는 이유는 집 반찬 때문이다. 화려하지도 아주 맛깔스럽지도 않지만 집 식탁에서 느껴지는 수수한 끌림이 있다. 특히 이 집의 된장국은 참 맛있다. 갓 지어낸 밥과 잘 어울리며 밥과 반찬과 국은 무제한 (셀프)리필이다. 음식을 인정으로 만들고 있다.
청계천 나들이 길, 그저 수수한 한 끼 밥을 드시려거든 이 집이 좋겠다. 폼 잡을 외식은 아니지만, 실속이 있고 정감이 있다. 청계천의 역사 만큼이나.
한 줄 요약 :: 서민의,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착한 맛집 |
때깔단 한 마디 :: 고기를 주제로 삼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집 소곱창 맛이 궁금하다. |
황소고집 :: 02-722-5247 : 종각역 4번 출구 - 피아노거리 끝 청계천을 따라 좌회전하면 10m쯤 위치. |
경북집
이 집 무척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 유명세를 미리 인식하지 못하고 갔을 때 왜 유명한지를 경험으로는 알지 못했다.
막걸리집이야 어디에든 있는 것이고, 전이라는 것도 막걸리집이라면 거의 취급하는 안주아닌가. 그렇다고 전이 아주 입에서 살살 녹는 경지도 아닌 듯하고.
오히려 대포 한 잔을 하고 있자니, 싱가포르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하는 배낭객이 가이드 북을 들고 와서 된장찌게를 어렵게 시키는 모습이 의아했다. 이 집 뭐지?
순대 한접시와 모듬전 大 한 접시면 두세 명 막걸리 안주로 충분하겠다.
그런데 알게 됐다. 이 집, 귀신이 씌운 집이구나, 라는 생각을 술 마시면서 내내 했다. 술이 도대체 취하지를 않고,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컨디션이 살아난다는 건 귀신이 씌운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술 귀신 씌운 집.
막걸리 한 잔과 대포 한 잔은 다르다. 대포 한 잔이라는 말을 쓸 때, 훨씬 더 넉넉하고 술 맛이 나며 정감이 넘쳐난다. 좋은 대포집은, 탁자와 의자, 벽면 여기저기, 가게 사방팔방에 술꾼들의 그 진한 삶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집이다.
부대찌게와 감자탕. 배불러서 사진만 찍고 킵 해뒀다. 맛보신 분 있으면 의견 주시라.
몇 억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런건 술귀신만이 가능하다. 저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술귀신이 대포 한잔을 하고 있을 때, 술맛이 난다. 어이 형씨, 오늘은 조금 마시오 라고 덕담을 해주는 정 많은 술귀신이 있는 집.
그게 경북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으스스 한가? 그럼 당신은 술꾼이 아니다.
술꾼은 가지고 있다. 개 코 보다 더 정밀한 후각과 곤충 보다 더 예리한 촉수를. 그래서 그들은 딱 안다. 여기가 진짜 제대로 된 대폿집인지 아닌지. 경북집은 진짜다. 참고로 1호집의 지하에서는 이런 기분 안나더라. 오히려 2호집의 실내가 술마시는 분위기는 딱이다.
한 줄 요약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싼 맛의 달인. |
때깔단 한마디 :: 빠르다. 싸다. 맛있다. 순대에 야채가 많이 들어있어 좋다. 각종 전에도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있어 맘에 든다. |
경북집 :: 02-275-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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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정보 감사
광화문 맛집 둘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