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환자단체도 붕괴되고 있는 어린이 의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병원들이 수요와 무관하게 관련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기준 및 관련 수가를 마련하고,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로 전환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고난이도 분야를 택하는 의사들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8일 서울의대 건강사회개발원 주최로 열린 ‘소아의료체계 혁신과 위기탈출 포럼’에 참석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선청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둔 보호자 입장에서 (현재 소아의료체계는)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중증∙희귀분야 우선 지원...수련병원은 전문의 중심 체계로 전환" 안 대표는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가 기침을 하거나 열이 나면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하듯 집 앞에 있는 소아과에서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방송에서 소아과는 예약 시작 1분만에 바로 마감되고 예약에 실패하면 1시간은 줄을 서야한다고 하는데, 또 다른 쪽에선 출산율 저하로 소아과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단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부모가 원하는 때에 집 앞 소아과에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만이 적절한 방향인지,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인지도 고민해 보게 된다”며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에서 기다릴 때와 중증 외상을 입은 자녀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길에서 떠돌거나,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치료재료가 없어 애가 타는 마음은 같을 수가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한정된 자원이라면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안 대표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나 외상∙응급환자 등을 보는 소아과 의사 부족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련병원은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 “행위량 자체가 적어 수가 인상만으로 보상이 어렵다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기피과 인력 수가, 지역 수가를 만들어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전공의 미달 사태의 경우도 소아과 의사가 부족해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전공의 공백으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응급실이나 입원 진료가 중단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제 수련병원은 전문의가 중심이 돼 전공의와 함께 입원 및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에 맞는 인력기준을 만들고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게 충분한 수가로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젊은 의사들이 응급∙외상∙중증∙난치∙고난도 세부 분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어려운 일을 하면 높은 소득을 보장하고, 충분한 인력 확보로 업무 강도를 낮춰 근무 환경을 개선해주는 식으로 힘든 일엔 보상이 따른다는 걸 젊은 의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문과 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비급여 등으로 소득이 높은 진료과와 소득이 낮고 업무강도는 높은 과 간의 소득 불균형을 먼저 맞춰야 한다”며 “이후에 추가 지원이 필요한 곳에 국고 지원을 늘려 정책 수가를 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과 망하지 않는다 확신 줘야...수가 개선 필요" 의료계에서도 소아과에 대한 심폐소생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증 분야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소아과는) 지금 심폐소생이 필요한 상태”라며 “심폐소생은 결과를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하는 건데, 소아과도 지금 그 과정이 필요하다. 조금 불필요한 점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재원을) 투입해서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도 높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적으로 수가가 어느 정도는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 숫자가 적어지긴 했지만 그 아이들을 계속 집중 관리해주고 중재해주는 거에 몰두하면 다른 임상과에 비해 더 나은 대우는 못 받더라도 유지 가능성이 있다”. 존속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주면 할 사람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소아과는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대량 진료를 통해 저수가 문제가 어느정도 보전이 됐었지만, 코로나 이후에 직격타를 맞으며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일종의 가림막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소아과로 갔다간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절대로 소아과를 가라앉지 않게 하겠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전공의 지원율이 향후 오른다고 해도 60~7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람이 적다보니 우리 병원만 해도 어제 인턴 한 명과 내가 병동을 봐야하는 상황이다. 굉장히 위태 위태하다. 일단 이런 상황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제일 상급 병원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간에 있는 병원들이 어느 정도 (환자를) 흡수해주지 않으면 결국 꼭대기에 있는 병원들의 업무 부담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 부분도 같이 진행돼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기존 수가 개선에 더해 공공정책수가 지원...전문의 중심 전환 공감"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에 동의했다. 복지부 노정훈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소아진료 분야는 수가만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지만, 현재 건강보험 체계 하에선 수가 지원을 강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신생아실에 대한 입원료도 인상하고, 소아중환자실 입원료 및 연령 가산 등 여러가지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소아의 절대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행 행위별 수가체계가 갖고 있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대안적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고난도∙중증 진료 기관을 우선 집중 지원하고, 수요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의 경우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 과장은 또 “전공의 체계로는 운영이 어렵고 전문의 체계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도 복지부 역시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며 “향후에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