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라는 히트송이 ‘올드송’이 됐다. 현실감각과 너무 안 어울린다. 그 노래가 나온 반세기 전엔 올드미스들이 ‘강짜, 새암과 함께 서비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 말은 공인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로 시집가기 싫어서 혼자 사는 노처녀가 많다. 올드미스 아닌 ‘골드미스’들이다.
이미 5~6년전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폭넓게 쓰여 온 ‘골드미스’라는 말은 고학력에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겸비한 30~50대의 미혼여성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이다. 이들은 가정을 꾸미기보다 독신생활을 선호하고 자기계발과 성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패션, 쇼핑, 해외여행 등 감성적 만족을 추구한다. 반세기전엔 한국에 없었던 신흥 계층이다.
여성권리가 크게 신장됐고 직장 내 성차별이 많이 개선된 데다 사회분위기도 자유분방한 싱글의 생활 스타일을 수용하는 추세로 기울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단념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미혼여성 중 꼭 결혼해야 한다는 사람은 8명중 1명꼴(13.3%)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재 한국의 전체 가구 가운데 네 집 중 한 집이 나홀로 가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여성정책연구원은 25~39세 여성의 3년전 미혼율이 35.5%였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그 연령층 여성 3명 중 1명이 싱글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0년엔 이 연령층 여성의 미혼율이 18.3%였다. 10년만에 거의 두 배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결혼적령기에 속하는 25~29세 연령층에선 3명중 2명 이상(69.3%)이 싱글이어서 만혼추세가 만연함을 입증했다.
골드미스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 일본에선 ‘하나코 상’으로, 중국에선 ‘성뉘(剩女)’로 불린다. 하나코 상은 대학졸업 후 일류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며 명품 전문잡지 ‘하나코’ 를 구독하는 독신녀를 지칭한다. ‘남아도는 여자(잉여 여자)’라는 뜻의 성뉘는 ‘聖女’와 발음이 같다. 눈이 높고 까다로워서 남자들이 함부로 접근 못하는 올드미스들을 비꼬는 말이다.
미국에선 올드미스도, 골드미스도 통하지 않는다. 한국인들만 쓰는 콩글리시이기도 하지만 노처녀들을 폄훼하거나 왕따시키지 않을뿐 더러 잘 나가는 노처녀들이 추앙받는 사회분위기도 아니다. 미국인들에겐 결혼이 철저한 프라이버시 문제다. 요즘엔 세칭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들에게도 일반인과 동등한 결혼권리가 인정되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에도 선택적으로 올드(골드)미스가 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평균 결혼연령이 역대 가장 높은 27세(남자는 29세)까지 늘어났지만 실제로 늦게 결혼한 여성이 일찍 결혼한 여성보다 잘 풀린다는 사실이 버지니아대학, 브리검영대학, 국립 10대 및 사고임신 예방센터 등 관련기관의 전문가들이 최근 합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학졸업 후 30이 넘어 결혼한 여자는 10대나 20대에 결혼한 여자들보다 연수입이 평균 1만8,152달러 더 많았다. 통상적으로 대졸여성들은 결혼 2년 후 첫 아기를 출산하지만 고졸여성들은 결혼 2년전에 첫 출산을 한다. 고졸여성들이 출산한 첫 아기 중 58%는 사생아(혼전출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어디까지나 미국 여성들의 얘기다.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발전하는 한국에선 골드미스 트렌드도 벌써 절정에 달했다. 국가최고통치자부터 골드미스다. TV화면에 비친 박근혜 대통령의 핸드백 브랜드가 하루 만에 다 팔렸다. 업계에선 ‘완판녀’인 박대통령을 ‘플래티늄미스’나 ‘다이아몬드미스’로 격상시키려들지만 그녀의 그늘에 가린 다른 골드미스들은 ‘실버미스’로 격하되는 기분인 모양이다.
한 친지가 딸의 결혼청첩장을 보내왔다. 아직 30을 넘기지 않았지만 석사학위에 전문직이어서 실버미스로 분류될만 한데, 그 친지는 “이제 한 시름 놨다”고 했다. 부모의 속마음은 딸이 골드미스가 되는 것보다 올드미스를 면하기를 여전히 바라는가 보다. 최희준이 다시 나와서 ‘우리 애인은 골드미스’라고 노래 부른다면 50년전처럼 히트할는지 의문이다.
5-18-13
첫댓글 박 대통령이 골드미스라 걱정이 됨은 혹시 정치를 골드미스의 히스테리로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합니다.
미스터의 분류는 없는데 왜 미스들의 분류는 끊이지 않나요? 여성은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의 대상인 때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