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되고 싶은 지수네 암탉들에게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김혜형 글․사진 | 김소희 그림
150 x 195mm | 200쪽 | 값 12,000원
■ 책소개
3년여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한
개성 강한 닭과 병아리들의 좌충우돌 일상!
『암탉, 엄마가 되다』는 시골집 닭장 안에서 벌어지는 닭과 병아리들의 일상사를 3년여에 걸쳐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닭 생활보고서이자 리얼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닭과 병아리의 미시 생활사를 동화가 아닌 ‘실화’로,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접근한 책으로, 동물에 대한 간접경험의 질감이 이제까지의 책들과 전혀 달라 새롭다.
각기 다른 외모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닭과 병아리들이 엮어 가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니라면 결코 포착하지 못했을,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수도자처럼 알을 품고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는 어미닭의 모성, 어미 품에서 자란 병아리들이 다시 어미닭이 되어 베푸는 내리사랑, 자연스럽게 늙어 가는 할머니닭의 주름진 얼굴과 새로 태어난 어린 병아리들이 겪는 다사다난한 사건 사고들, 그리고 닭장 안에서 조용히 만들어져 가는 우정의 하모니와 기적 같은 관계의 변화……. 신기하고 놀랍고 가슴 찡한 닭과 병아리들의 생활사는 3년 동안 꼼꼼히 기록한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초등학생 아이의 내레이션을 통해 재미있게 펼쳐진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으로는 많이 접해 봤지만 실제로 닭과 병아리를 볼 기회가 별로 없어 닭이 어떤 생활 습성을 갖고 있는지, 병아리 한 마리가 자라기까지 얼마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지 등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대다. 이 책은 병아리 암수 구별법, 닭들의 짝짓기와 포란, 닭들의 겨울나기 등 우리가 잘 몰랐던 닭들의 생태 보고서로도 자연스럽게 읽히며, 냄새 없는 닭장 관리하기, 포란하는 어미닭의 격리, 아픈 닭 치료하기 등 닭을 키울 때 부닥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 경험과 정보도 곳곳에 녹아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느라 생명의 온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개발해 낸 대규모 공장식 사육방식과 그 안에서 고통 받는 생명들에 대한 아픈 우려도 함께 담았다.
이 책을 쓴 김혜형 작가는 2006년, 오래 몸담아 온 직장과 도시를 떠나 가족과 함께 시골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손수 만든 닭장을 관리하면서 “자연 안에서 배우는 기쁨에 눈을 떴다”고 한다. 실제로 아들 지수와 함께 닭과 병아리를 키운 경험을 담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닭과 병아리들이 생활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는 경험이 된다. 동그란 달걀에서 어린 병아리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엄마닭 아빠닭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 독자들도 달걀 한 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사람의 입맛을 위해 식품 재료로 존재하기 이전에 자기에게 주어진 생애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모든 생명에게 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암탉들이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해진다고?
닭은 본래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다. ‘쪼기 서열’로 사회적 위계질서를 확립하고, 무리를 지어 한 집안을 이루며, 가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달걀을 낳아 주고, 고기까지 주는 고마운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많은 양의 달걀과 고기를 얻어내기 위해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에 닭을 가두고는, 과다 약물 투여와 부리 자르기의 고통, 강제 털갈이와 잔인한 도살을 선물로 돌려주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엄마가 되는 본능조차 잃어버린 암탉들은 평생 햇빛, 흙과 단절된 채 기계처럼 무정란을 낳다가 고통스럽게 죽어 간다.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주고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이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에 저지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이라고 일갈한 시애틀 추장의 연설을 굳이 끌어오지 않아도, 다른 생명의 운명은 우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암탉, 엄마가 되다』
에 등장하는 닭들의 평화로운 삶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일상인 것처럼 즐겁고 따스한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자연의 시간 안에서, 타고난 본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닭과 병아리들의 행복감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암탉들이 포실포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두 발로 흙을 헤집는 모습이나 햇볕 아래 병아리들이 오종종종 뛰어다니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휴식이 된다.
이 책은 어린이책이지만 성인 독자들이 읽어도 얻고 느낄 점이 많다. 시골집에서 닭과 병아리를 키우며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떠가는 책 속 화자 ‘지수’의 맑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면, 아이들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꼭 거창한 교육 시스템이나 환경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생명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자기 자신의 삶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이 있을까?
■ 차례
1부 암탉, 엄마로 거듭나다
꼬꼬닭장 첫 이야기
꽃순이 가출 사건
개와 닭 사이
소심한 귀여니
장가온 수탉
꽃순이의 첫 병아리
삐약이의 일기
쥐 습격 대소동
못 말리는 얼룩이
한 지붕 두 가족
병아리의 세월
암탉들의 우정
재수 좋은 날
아들닭 장가가다
겨울나기
2부 병아리, 사랑으로 살다
새봄의 꽃병아리
무녀리 구출 작전
치유의 품
날개깃의 비밀
엄마가 된 순둥이
자연식이 좋아
보리의 두 번째 닭장 습격
꼬맹이의 기적
얼룩이의 속셈
빨간발 치유기
꼬질이 수난사
사랑하고 늙어 가네
■ 작가 소개
글 김혜형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15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2006년 여름, 오래 몸담아 온 직장과 도시를 떠나 가족과 함께 시골로 이사했다.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풀꽃과 나무 공부를 하고, 땔감으로 군불을 지펴 겨울을 나고, 닭을 키워 알을 얻고 병아리를 까면서, 자연 안에서 배우는 기쁨에 눈을 떴다.
동물을 좋아할 뿐 아니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도 무척 좋아해, 시골집 꼬꼬닭장 안에서 벌어지는 닭과 병아리들의 일상사를 3년여에 걸쳐 섬세하게 관찰하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동물을 보면 반색을 하고 좋아하면서도 실제로는 생명을 장난감처럼 소유하고 쉽게 내버리며, ‘닭’이라 하면 ‘닭고기’와 ‘달걀’부터 떠올리는 아이들에게, 나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일깨우고, 무관심해서 몰랐던 동물 사회의 내부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꼬꼬닭장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지은 책으로는, 꼬마 생각쟁이 아들과의 마주이야기를 통해 성장하는 엄마 에세이 『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가 있다.
그림 김소희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닭과 병아리들의 행복한 일상을 그리는 내내 가슴 따뜻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식구들에게도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 나 아닌 다른 생명과 마음을 나누는 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린 책으로 『의병장 윤희순』 『심플 사이언스』 『희원이의 7000원』 『얼마만큼 자랐나』 『우리는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다!』 『완두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