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타 치며 작곡만 하다가 MIDI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91년쯤인 것 같다.
찬양팀 형인 상배형의 Korg 01w/FD라는 당시에 매우 유명한 신디사이저 키보드에 내장된
시퀀서(멀티트랙 녹음장치)로 교회 내판용 찬양 테이프 편곡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하는 MIDI 음악이었기에 부족한 키보드 실력으로 다른 사람이 1시간 걸릴 편곡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건반과 MIDI 편곡과 연주의 초보를 배워가고 있었다.
이렇게 키보드에 내장된 시퀀서로 편곡한 음악으로 한 차례의 공연과 몇 개의 테잎을 녹음한 뒤,
‘93년 봄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컴퓨터 음악 학원에 등록하여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그리고 거의 MIDI를 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처럼 여겨졌던
어태리(Atari) 컴퓨터와 노테이터(Notator) 프로그램을 이용한 과정을 거의 1년 가까이 배웠다.
더 좋은 작곡자와 찬양사역자가 되기 위해서 배운 것도 있었지만, 어머니 모르게 찬양 풀타임을 준비하고
있던 내게 어머니께 내보일 수 있는 방패의 역할이기도 했다.
MIDI를 배우면 생계가 보장된다고 장담을 해놓아 어머니를 안심시켰기 때문이었다. 거짓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원 측에서 수료생들에 대해 관련업계 취업 알선을 해 주지 않았고,
한편에선 배운 것으로 사역이 아닌 다른 음악을 하며 먹고 살기는 막상 싫었다.
생계가 힘들어서 결국 예당음향에 잠깐 들어가기도 했고, 사가와 로고송 만드는 이벤트 기획사에서
편곡자로 일하기도 했었지만, 나의 길이 아닌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학원을 졸업하며 학원을 통해 어태리 컴퓨터와 노테이터 프로그램, 그리고 낙원 상가에서
마스터 키보드(아직도 사용하는 삼익 제품)와 Korg X-3 음원을 사서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추었다.
이 장비에 DAT 데크를 중고로 사서 어느 기간 동안 음악 작업을 했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했고 어태리 컴퓨터의 시대는 저물고 더 좋고 편리한 악기들이 더 싼 가격에 나오기
시작했다.
‘97년에 드디어 나는 중고 매킨토쉬와 로직 프로그램으로 제 2의 시기를 맞이했다.
녹음을 위해선 먼저 타스컴의 4채널 테잎 레코더를 샀다가 곧이어 Roland vs-880 하드 디스크 레코딩
믹서로 바꾸었다.
가장 중요한 음원도 현재까지 쓰고 있는 Roland jv-2080으로 바꾸었다.
‘99년에는 일렉 기타와 베이스도 사서 녹음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대는 다시 급변하여 단지 MIDI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컴퓨터 자체에 멀티 트랙 오디오
녹음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내 컴퓨터는 오래된 중고 맥이어서 오디오 레코딩 시대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오디오 관련 장비가 더 필요했는데, 물질도 없었지만, 10년 넘게 해오던 MIDI중심의 작업에서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5년 전에 드디어 맥으로 작업을 멈추고 PC로 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오디오 녹음이 가능한 로직 오디오를 구해 오래 전에 설치했지만,
재작년에서야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샀는데, 컴이나 로직에 연결하는 방법을 모르고 호환도 잘 안되어
잘 못 쓰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어제! 벼르고 별렀고 미루고 미뤘던 로직 오디오 설정법을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요즘 다른 사람들이 작업하듯이 나도 MIDI와 오디오 작업 모두 컴퓨터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안 되던 것이 한순간에 되기 시작했다.
때가 찼나 보다.
이제 내 음악작업은 시대를 따라갈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음악작업자들과의 호환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제 3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댓글)
핑 :저는 제 2의 시대가 오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봐야 될 텐데^^
2008-02-04 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