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노무 세키
이재영
지난 삼일절 기념사에서 대통령은 3.1 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은 일제강점기 사과나 강제 동원 배상 요구도 없고, 대통령 언급은 이완용의 말과 다르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는 시사나 정치에 민감하고 언론의 분석 기사도 눈여겨본다. 그러나 내가 집필한 글에는 시사나 정치에 관한 내용은 아주 드물게 나온다.
그러나, 오늘 참을 수 없는 장면을 보고 격분하여 한마디 남기고자 한다.
‘센코컵 월드 바둑 여류 최강전’이라는 바둑 기전이 있다. 일본 기원이 주최하고 센코 그룹이 협찬하며 우승 상금은 1,000만 엔(약 1억 원)으로 여자 개인전 최고다.
2018년에 개최되어, 1회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위즈잉’이 2회(2019년), 3회(2021년)까지 내리 우승했다.
작년 2022년에는 일본 ‘우에조 아사미’가 우승했고, 한국 여자랭킹 1위인 ‘최정’은 1회에 상금 200만엔인 3위, 2회와 3회는 상금 300만엔인 준우승을 기록했다.
작년에 한국은 4위권에도 들지 못했는데, 올해 ‘최정’ 9단이 4강에 진출했다.
오늘(4일) 치러진 준결승 상대는 일본의 천재 소녀기사 ‘나카무라 스미레’였다. 그녀는 불과 한 달 전인 2월 6일, ‘도코모베 여류기성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3세 11개월 4일의 일본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이며, 우승 상금 500만 엔(약 4,765만 원)을 차지했다.
국내 여류기사로는 ‘최정’이 2013년 명인전에서 15세 3개월로 우승했고, 남녀를 망라한 기록은 ‘신진서’의 13세 10개월이다.
그래서 오늘 ‘최정’ 9단과 ‘스미레’ 3단의 준우승 대결은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
나는 11시 시작부터 쭉 지켜봤는데, 대국장 출입문 앞쪽에 스미레가 앉고, 최정은 스미레 맞은편, 바둑판 테이블 건너 커튼 쳐진 창문 앞에 자리했다.
화면에 옆 테이블은 안 보이지만, ‘우에노 아사미 4단(일본)’과 저우홍이 6단(중국)‘의 대국이 펼쳐지고 있다.
최정은 여자 돌부처(이창호)라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13살 아래인 스미레는 계속 몸을 움직이며 정신없이 굴었다.
대국장에서는 핸드폰도 진동으로 두면 안 된다. 그만큼 정신 집중이 중요하여 주변에 신경 쓰지 않도록 조처하는 게 당연하다.
흑을 쥔 최정은 주특기인 두터움과 공격 대신, 귀와 변에서 실세를 노리며 스미레를 혼란스럽게 했고, 백을 쥔 스미레는 최정을 공격하며 중앙 세력을 노렸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이상한 장면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스미레 뒤쪽 출입문이 아예 개방되어 있고, 바깥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자주 보였다.
가끔 최정을 노려보는 스미레 시야에는 최정과 뒤쪽 커튼 창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최정의 시야에는 마주 앉은 스미레 뒤로 지나가는 남자, 여자 다 보여 무척 신경이 쓰이지 싶다.
한 시간쯤 지나자 옆 테이블에서 대국하던 일본 기사가 스미레 뒤로 돌아서 화장실 가는 모습도 다 보였다.
그러다 어떤 여자가 출입구에 떡 버텨 서서 대국 장면을 한참 구경했다. 아무리 봐도 관계자는 아니고 지나가던 호텔 투숙 여행객으로 보였다.
그래서였는지, 팽팽하던 세력 균형이 스미레 쪽으로 기울며 최정의 응수가 점점 불안해 보였다.
나는 하필 오늘 꼭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속으로 투덜대며 외출했다. 다녀오는 30여 분 동안 내내 일본 대국장 모습이 어른거려 자꾸만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저런 대국장 위치와 분위기는 일본 주최 측에서 최정을 산만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런, 얍삽하고 못된 왜노무 세키들! 스미레 저거, 까불다가 실수해서 확 뒤집어져 버려라!”
속으로 분노의 저주를 퍼부으며 부지런히 다녀와서 다시 티브이를 켰다.
이건 완전히 최정의 흑돌 대마가 스미레 백돌에 둘러싸여 사망 직전에 놓였고, 인공지능 AI가 분석한 막대그래프도 4점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패색이 짙다.
시간이 12시 30분을 지나자 스미레가 잠시 나가서 뭔가 점심 요기를 하고 들어왔다. 최정이도 나갔다 왔는데, 스미레가 최정 부재중에 둔 돌을 지적해주지 않는다고 중계하는 해설가가 흉을 봤다. 통상 손으로 위치를 가르쳐 준단다.
“저런, 어린 왜노무 세키까지! 최정, 너는 이길 수 있어. 임진왜란 복수해라!”
나는 라면 먹는 것도 뒤로 미루며, 염력으로 기를 불어넣고 열심히 응원했다.
“아, 스미레 기사,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군요. 최정 기사의 노림수에 걸려들었습니다! 이거, 이리되면 완전 역전입니다.”
해설가의 흥분된 소리가 울려 나온다. 막대그래프는 최정의 흑색이 반대로 절반 이상으로 바뀌었다.
얼굴이 상기된 스미레는 그래도 불계의 돌을 던지지 않고 끝까지 두며 계가까지 갔다. 칭찬의 소리도 나왔다.
결국 최정이 7집 반 승으로 이겨서 결승에 진출했다. 대역전승이다.
옆 테이블 준결승 대국도 중국이 일본을 꺾었다.
내일 11시에 최정은 중국 ’저우홍이‘ 6단과 결승전을 벌인다.
최정이 분명히 우승할 것이다.
나는 ’대마도 정벌‘이라는 웹 소설 11회(회당 5,500자)를 준비해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하는 꼴을 보다가, 여차하면 카페 여기저기 올릴 생각인데, 아직은 보류해도 되겠다. “왜노무 세키들”
2023년 3월 4일
첫댓글 하하핫!
제목 한번 통쾌합니다.
왜노무 세키!
그죠? 하하하. 이겨서 시원~합니다. 흐흐.
왜노무 세키덜이 웬수 아닌 한국인이 있을까요 마는
저는 이번 삼일절 기념사 전전부터라도
웬수니까 살살 꼬여서 이겨 먹자는 주위였답니다.
그것을 친일로 오해하는 부류가 없기를 바라면서요. ㅜ
맘에 안드는 이웃도 절대 겉으로 척지진 않습니다.
외유내강이 참 좋은 지침이라는 들할매생각^^
시원한 글입니다, 진정한 애국자시구요~~
네, 들고은 님. 맞는 말씀입니다. 어떤 부류에서 괜히 건건이 물고 늘어져 비판하는 게 문제지요.
삼일절 기념사에서 대일 문제를 다 풀라고 한다면, 제정신 아닌 사람의 요망사항이지요.
정치를, 그것도 외교 정치를, 공개적으로 하라는 건 좀 모자란 사람들의 요구이지요.
이 글 읽고 한일 외무장관들이 긴급 회동한 결과, 다음 주에 대일 문제점을 일괄 타결한다는군요.
첫째, 일제 강제 동원 배상은 포항제철(김종필 대일 청구권 보상비 투자 성공 사례)이 우선 지불하고,
추후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 기업이 기금을 갹출한답니다.
둘째, 사과는 김대중 시절처럼 한일 정상회담 후 공식적으로 사과한답니다.
셋째, 일본의 원자재 대한국 수출 규제(삼성반도체는 오히려 몇 가지 국산화로 대체)를 풀고,
동시에 일본 거주 한국 유학생에게 일본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양국 관계를 개선한다.
조금 전에 최정이 우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