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라우디오 로페즈가 두골을 몰아넣은 라치오가 2000/2001시즌 이탈리아 리그의 출발을 알리는 이탈리아 슈퍼컵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이탈리아 국내 3개대회 연속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진1/우승컵을 안고 기쁨을 만끽하는 라치오의 크레스포]
원래 슈퍼컵은 리그 우승팀과 컵대회 우승팀이 경쟁하는 대회.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라치오가 지난 시즌 양대회를 석권함에 따라 컵대회 준우승팀인 인터밀란이 컵대회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출전티켓을 이어받아 출전, 대결을 펼쳤다.
이번 경기는 대회패권 자체를 떠나 오프시즌동안 전력을 가다듬어온 양팀의 올시즌 포맷을 가늠해볼수 있다는 점에서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인터밀란의 경우, 베스트 멤버 대부분을 영입선수로 채워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팀으로 경기에 임해, 페루찌 골키퍼와 로페즈, 크레스포를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 2관왕 당시의 멤버를 그대로 이끌고 나온 라치오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줬다. 인터밀란의 이같은 특성은 경기도중 몇차례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올시즌 리그 운용이 쉽지 않을 것임을 드러냈다
위기의 인터밀란, 기대 이상의 분전
경기 시작전부터 현지의 예상은 라치오의 우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비에리, 호나우두를 비롯 부상 선수가 많은데다 얼마전 챔피언스리그에서 막판 페널티킥 실축(레코바)으로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고배를 들어야했던 인터밀란이 별다른 변수가 없는 상태로 슈퍼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려웠던 것.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인터밀란은 명문다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3분만에 아일랜드 출신의 신예 포워드 로비 킨이 선제골을 터뜨렸던 것. 역시 올시즌 영입된 신예선수인 스페인 출신의 파리노스가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띄워준 볼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로비 킨이 페루찌 골키퍼를 살짝 제치며 슈팅, 첫골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에 자극받은듯 라치오 역시 아르헨티나 콤비 끌라우디오 로페즈-베론의 활약으로 동점골을 터뜨린다. 특히 이날의 히어로인 로페즈 선수는 전반 중반 5분동안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자신의 전매특허인 왼발로만 통렬한 2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라치오쪽으로 이끌었다.
[사진2/추가골을 성공시킨뒤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뻐하는 끌라우디오 로페즈]
하지만 인터밀란 역시 이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밤페타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네드베드를 넘어뜨려 내준 PK를 미하일로비치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두골차의 리드를 내준 인터밀란은, 이후 밤페타-파리노스의 적절한 패스와 게임리딩을 바탕으로 상대문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터밀란은 상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이 벽을 쌓고 있던 라치오 선수 센시니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골인되는 행운을 얻으면서 만회골을 넣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인터밀란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볼점유 시간은 늘어났으나 이렇다할 찬스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최전방의 하칸 수쿠르는 라치오 수비에 막혀 헤어나지 못했고 간혹 적절한 패스를 받는 경우에도 부정확한 슈팅과 패스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놓기에 바빴다. 오른쪽 윙으로 나선 시도르프가 중앙의 파리노스, 앞선의 로비 킨과 함께 공격의 활로를 마련했지만 모두가 무위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호나우두와 비에리의 공백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
이에 반해 라치오의 공격은 시원스러움 그 자체였다. 베론을 축으로 전방의 크레스포 좌우의 로페즈-스탄코비치로 연결되는 라치오의 공격라인은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매끄럽게 이어졌고 결국 후반 30분 스탄코비치의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는데, 수비수 3명을 무력화시키는 베론의 완벽한 패스와 이를 재치있게 득점으로 연결한 스탄코비치의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1분뒤 수비진과 페루찌 골키퍼간의 호흡부조화로 어이없이 한골을 내주긴 했지만 경기는 결국 매끄러운 공격으로 4골을 뽑아낸 라치오의 승리로 종결됐다. 이로써 라치오는 세리에A, 이탈리아컵에 이어 이탈리아 국내대회 3관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영입선수의 활약상은?
인터밀란이 주전 대다수를 영입선수로 기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면 라치오 역시 거액에 영입한 두 명의 선수가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 두 명은 바로 '역대 최고액 선수' 크레스포(후에 피고에 의해 깨졌지만)와 이날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로페즈. 기존의 센시니, 시메오네, 베론 등과 함께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발을 맞춰온 이들은 기대대로 팀 분위기에 빠른 적응속도를 보이며 제몫을 톡톡히 해내 팀의 슈퍼컵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스페인에서 활약하며 소속팀 발렌시아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까지 이끌었던 끌라우디오 로페즈의 활약은 라치오가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강한 전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무엇보다 베론과의 컴비플레이에서 나타난 파괴력은 시즌내내 상대팀의 요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터밀란의 경우 무려 7명의 영입선수가 주전으로 나섰지만 파리노스, 밤페타, 로비 킨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상선수들의 복귀 이후에도 주전자리를 확보할수 있을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위안거리라면 지난 시즌 중반 영입한 시도르프가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것 정도가 될듯.
이밖에도 이 경기에서는 서로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두 선수가 각각 새로운 소속팀의 선발 골키퍼로 출장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