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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활력과 남도의 전통 공존 저녁 준비 때면 젊은 주부 몰린다 청명과 한식으로 시작되는 4월은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만물이 생동한다. 전통시장에 나오는 산물들도 생기를 띤다. 상큼한 바다내음 가득 머금은 남도의 정취와 도시의 활력이 공존하는 거제 고현종합시장은 더욱 활기찬 모습이다. 글·사진 심재근 명예기자/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떡집·옷수선집·노점상 등 옛모습 그대로 5·10일 정기시장이던 고현종합시장은 거제군 당시 고현읍의 시가화로 자연스럽게 상설시장으로 자리 잡아 지금은 5일장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래도 시장통 분위기는 여전히 전통시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고현종합시장은 상가건물을 중심으로 4개의 골목이 형성돼 있고, 그 끝에 가로형으로 큰 시장통이 이어주는 형태다. 각각의 입구 쪽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T'자 4개가 병렬로 늘어선 형상이다. 4개의 작은 시장통은 대체로 농수산물 코너와 잡화, 야채 노점상 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모든 통로 끝을 연결하는 큰 시장통은 활어코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다보니 각 코너마다 정해진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중간 중간 다른 품목이 끼어있다. 식당과 농산물·수산물코너가 가장 활발하다. 싱싱함이 묻어나는 수산물좌판과 횟집, 꽃집, 약재와 건강식품 판매점, 과일가게, 떡집 등에서 시장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2층의 한복집, 옷수선집, 미용실 등도 옛 시장의 정취를 보여준다. 지역 인구 25만의 복합도시 거제 인구가 25만 명을 넘어섰다는 거제시의 공식발표가 있은 지 얼마지난 뒤여서일까? 완연한 봄 날씨 때문일까? 거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 고현종합시장은 한결 활기차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큰 섬 거제도는 도시와 농촌, 그리고 어촌이 공존하는 복합지역이다. 요즘은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물가가 비싼 지역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거가대교가 개통된 후 거제의 상권을 부산에 뺏기고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지만 거제는 경제규모와 소득수준 등에서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더불어 바다와 섬이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관광객까지 많이 찾는 곳이니 축복받은 땅이라고도 하겠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월 10일 기준 거제시 주민등록인구가 25만1명으로 집계됐다. 도·농통합으로 옛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합쳐 거제시로 출범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94년 12월 31일 거제지역 인구가 15만137명이었으니 20년 만에 1.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오전보다 오후 손님 많아 거제시는 국내 '빅3' 조선소 중 두 곳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고용 창출에다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등 천혜의 자연경관 등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늘어난 게 인구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평균 연령도 30대가 주를 이룬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평균 연령이 40.1세인데 거제시는 36.2세다. 여기에다 선주와 감독관, 엔지니어 등으로 99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 거제시 전체 인구의 5.3%에 달하는 1만4000여명이나 살고 있다. 이런 인구증가 추세와 젊은 층의 분포는 높은 구매력과 연결된다. 고현종합시장이 통상 다른 시장이 한가해질 무렵인 오후 늦은 시간대에 활기를 띠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한다. 시장 상인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그리고 수많은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가족이 저녁 준비를 위해 장 보러 나오는 오후 4~5시에 시장이 가장 활발하다"고 말한다. 거제시는 지금의 인구증가 추세라면 당초 2020년 목표인 '30만 시대'를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와 관광단지 조성 등 인구 유입 요인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포로수용소 폐지되고 선 5일장이 시초 이렇게 '인구 30만 시대'를 목전에 둔 거제는 65년 전 30만 명을 넘어 선 적이 있다. 고현종합시장도 이런 역사에서 비롯됐다. 이 역사는 1950년 11월 27일 만들어진 거제포로수용소와 관련된다. 당시 포로수용소는 거제군 신현면 고현리(지금의 거제시 고현동)에 1200ha를 징발해 세워졌다. 이곳에 수없이 많은 막사가 세워졌고, 인민군 포로 15만여 명과 중공군 포로 2만여 명 등 한때 최대 17만3000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다. 여기에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이 흥남항에서 미 군함을 타고 온 피난민을 포함해 전국에서 피난민이 거제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당시 거제군 원주민이 10만여 명이었으니 그 때 거제 인구가 3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953년 휴전과 함께 포로들이 석방되고, 수용소 사람들이 철수하고 떠나면서 징발했던 국유지를 민간인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장이 서고, 5·10일장으로 정착됐다. 그리고 1980년 상가건물 준공과 함께 고현종합시장으로 등록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고현종합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고현종합시장번영회 공정규(62) 회장 인근 고성이 고향인 공 회장은 거제에 온지 벌써 30년이나 됐다. 아내가 시장 건물 2층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어 시장과 연을 맺었다. 시장번영회 회장답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두 조선소의 거제 사랑에 대한 칭찬부터 했다. 거제시 인구가 25만 명으로 늘어난 것에서부터 해마다 거제사랑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재래시장 활성화는 물론, 거제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거제 돈을 부산으로 빨아들이는 '빨대'가 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충남식당 고갑자(66)씨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 국밥집이다. 고씨는 1988년 7년 된 국밥집을 인수해 28년째 꾸려가고 있다. 술을 1병만 판다는 안내문이 정겹다. 메뉴는 내장국밥(7000원), 순대국밥(7000원), 내장국(8000원)이 전부다. 부산에서 왔다는 여상연(60)씨는 "국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있어 자주 온다"며 "거제에 사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집"이라고 칭찬했다. 점심과 저녁때는 시장 밖 길까지 줄을 선다고 동행한 공정규 시장번영회장이 귀띔 했다. 순대리아 김진연(57)씨 순대를 손수 만들고, 육수에 삶아 조리하는 전통방식을 30년간 유지한다. 김씨는 "이 방식이 전국에서 몇 군데 남지 않았다"고 했다. 재료는 국내산을 고집한다. 어린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라 싸게 팔고, 식당 장식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마침 가게를 찾은 연소미(21)·최윤정(21)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단골이었다"며 "값이 싸고 맛있어 대학생이 된 지금도 찾는다"고 말했다. 진수성찬 이정순(55)씨 주로 나물종류 반찬을 만들어 판다. 시장에서 9년간 장사하고 있는 이씨는 후덕한 인상의 이웃집 아줌마 같다. 재료는 거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쓴다. 맛을 본 사람들이 안다고 단골이 많다. 연화횟집 양학조(67)씨 부부가 1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많은 비결을 물었더니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싱싱한 활어를 구입해 싼값에 회를 제공하면서 손님을 속이지 않는 정직'이 초심이다. 진아 옷 수선 유석자(64)씨 시장건물 2층에서 30여년 간 옷을 수선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생활에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손님들이 맡긴 옷을 찾아 갈 때 좋아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필리핀 새댁 아넷(36)씨 필리핀에서 거제에 시집왔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시장에 나오는데 생선이 대형마트에 비해 싱싱하고 저렴하다"며 유창한 우리말로 칭찬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더 깨끗해지고 청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