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7장을 묵상하다보면 이삭이 야곱을 “분별없이 축복하였다.”는 말씀을 봅니다. 분별의 사전적인 뜻은 ‘서로 다른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어 가름’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사물이나 현상을 분류하고 구분하는 것입니다. 분류란 꽃을 개나리, 진달래, 장미꽃 등으로 나누는 능력을 말하고, 구분이란 시계를 초침, 분침, 시침 등으로 나누는 능력을 말합니다. 종합하면 사람은 분별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분별을 잘 하는 사람들은 판단력뿐만 아니라 남에게 감동을 줄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4개를 휩쓸면서 봉준호 감독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의 별명이 ‘봉테일’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의 귀재라는 뜻으로 영화를 만들 때 콘티를 짤 때 각본에서부터 연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있어서 아주 자세하게,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생각하고 계획을 하고 각색을 한다는 것입니다.
‘분별한다’는 것은 어쩌면 디테일하게 풀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이삭도 분별 있게 야곱이 속이는 현상을 디테일하게 잘 풀어보았으면 분별없는 축복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말이나 여기에서 유래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도 모든 열쇠는 디테일에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나 글을 쓸 때 디테일하게 보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숫한데 그것을 어떻게 디테일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디테일하게 풀지 못하면 그렇고 그런 말이 될 것이고, 디테일하게 풀어나간다면 감동을 실은 메시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삭이 분별없이 축복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인간적으로만 본다면 분별이 없으면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일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예 삶의 감동은 생각하지도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