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할머니와 아마추어 나, 긴장해! - 남원공설5일장
5일장인 오늘, 그 어떤 장터와 비교도 되지않게 규모가 크고 물건의 종류도 없는 것 없이 다양하여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원공설시장은 4와 9일에 5일장이 들어선다. 처음 시장에 들어서서 생강을 봤다. 누군가 벼를 보고 '쌀나무'라고 했던가, 나도 이렇게 줄기에 달린 생강을 보니 참 신기했다.
통행로 가운데에 할머님들이 자리를 잡고 직접 갖고 나온 채소며 먹거리를 소량씩 팔고 계셨다. 이 광경이 5일장의 진정한 매력이다.
송편에 들어가는 풋콩을 보며 지나치는데 할머님이 '나 마수 좀 해주고 가~'
그 말은 서울의 번지르르한 대형 상가 안에서의 약간 무섭기까지 한 호객 행위와는 전혀 맛이 다른 부름이다. 전통시장의 맛이 느껴지는 신나고 유쾌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수십년간 시장통에서 물건을 팔아 온 할머님들의 수완이 그들과는 비교 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도 잊으면 곤란하지.
지리산 오미자 1킬로에 7천원. 생 오미자가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그 옆에는 우즈벡이 원산지라는 감초도 있다. 요즘은 전통시장도 원산지를 다 적어놓았다.
시장에서 무서운 걸 보았다. 발 아래치에서 윙윙 대는 소리가 나서 내려다보니 세상에 말벌이 꿀집 통째 망에 들어있는게 아닌가! 언젠가 TV에서 보았는데 말벌은 망을 이로 끊고 나올 수 있기때문에 적어도 3중으로 묶어놔야 한단다. 단단히 묶어야 놨겠지만 머리칼이 주뼛서는 기분이다. 대단한 볼거리지만 무서워서 얼른 가던 길을 재촉했다.
말벌을 보고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어디선가 "펑"하는 굉음이 터진다. 뒤이어 시장 전체로 솔솔 퍼지는 구수한 냄새가 향긋하다.
지글지글 지금 막 튀겨낸 튀김을 보니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바삭'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자색옥수수 발견. 길이가 손가락만하다. 삶아 놓은 것도 사고 날것도 가득 샀다. 천원에 3개는 너무 비싸다고 하니까 '그럼 큰 걸로 골라서 담아 가'라고 하시며 아예 포대 자루를 열어 보여주신다. 일반 옥수수에 비해 알은 작지만 이렇게 선명한 자색의 옥수수는 서울에서 살 수 없는 특별한 먹거리다. 색깔있는 음식은 자고로 귀하다~는 지론.
엄마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시장 안을 빠른 걸음으로 헤치고 다니며 장을 보셨다. 드디어 고들빼기를 좋은 가격에 발견하고 기뻐서 얼른 몽땅 산다. 그래봐야 두 단. 큰 마트처럼 물건을 쟁여놓고 팔지 않는 것이 5일장이다. 그래서 물건을 사는 뿌듯함이 더 큰 것 같다. 엄마는 꼭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만난 사람같다. 엄마뿐 아니라 나도 외할머니 집에 놀러간 어린애 같은 마음이 든다.
나처럼 이게 뭔가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의 이름은 울금이다. 꼭 열대 과일처럼 생겨서 이거 맛있냐고 물었더니 할머님은 몸에 좋은 거라고 사 갖고 가라고만 하신다. 나중에 찾아보니 샀으면 차 안에서 먹어보고 웩.. 했을거다. 지금 찾아보니 울금은 생강과에 속하는 약초로 보통 약재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노란색의 강황과 비슷한 종류인가보다. 그러니 절대 그냥 먹는 과일은 아닌거다. 이런 전통시장, 특히 5일장을 보면 색다른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 남원에 왔으니 추어탕이 빠질 수 없지!
남원공설시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의 아주 가까운 곳에 광한루원이 있다. 광한루원을 둘러싸고 토산품 가게들도 있고, 남원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추어탕을 파는 음식점도 꽤 많다. 전라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맛으로 유명하지 아니한가! 어디로 갈까 따지지 않고 눈에 가장 처음 들어 온 곳으로 들어갔다.
기본은 추어탕. 그외에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를 위해서인지 추어돈가스도 있다. 처음이라 모르고 어탕 2인분을 주문했는데, 추어탕 양이 많아서 추어탕 1인분에 돈가스나 파전, 추어튀김 등 다른 메뉴로 한 가지를 추가시키면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것봐라! 밑반찬으로 겉절이가 나왔는데 역시 전라도라는 말이 자연히 나오게 만든다. 그냥 딱 봐도 군침이 돈다.
추어탕! 언젠가 꼭 집에서 미꾸라지 사다가 직접 추어탕을 만들어봐야지...
이번이 두 번째 먹는 추어탕인데 서울에서 먹은 된장국 같았던 추어탕과는 차이가 심했다. 너무 뜨거워서 빈 밥공기에 덜어 먹었다. 보통 15분이면 후다닥 먹어버리는데 굉장히 느긋하게 식사를 마쳤다. 저쪽 테이블의 파전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눈길이 간다. 추어탕 1인분만 시킬걸...
# 그 옛날 연애의 명당이었던 곳 - 광한루원
전북 남원 여행의 첫 코스는 춘향이와 몽룡의 애절한 사랑의 배경이 된 광한루로 결정되었다. 광한루의 '광한'은 달나라 궁전을 뜻한다고 한다. 원래 1419년 그 유명한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되어 왔을 때 '광통루'라고 작은 누각을 지어 산수를 즐기던 곳이었는데, 이후 정인지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달나라에 있는 궁전 광한청허지부가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하며 감탄하여 이름을 광한루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광한루원의 정문 이름도 청허부이다. 옥황상제가 사는 하늘나라 옥경의 「광한 청허지부」에서 따온 것으로 이 문이 월궁의 출입문임을 상징한다.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곳이 남원이다. 광한루가 이몽룡이 경치를 감상하다 건너편에서 그네를 뛰고 있던 춘향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장소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춘향일대기와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화류와 장신구, 서책 등이 전시된 춘향관도 있다.
하늘의 고귀한 선녀 직녀와 미천한 인간인 견우가 사랑에 빠져 칠월일석날에만 오작교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춘향이와 몽룡의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과 닮아서 그 오작교를 광한루원의 호수에 만들어 놓았다. 오작교를 밟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전설이 있단다. 믿거나 말거나 광한루까지 왔는데 오작교를 건너보는 것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지.
호수 아래 팔뚝만한 잉어들이 떼지어 노니는게 보인다.
#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미인같은 지리산
지리산은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남도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리산(智異山)을 글자 그대로 풀면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 이라 하여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였다. 반야봉, 종석대, 영신대, 노고단과 같은 이름들도 신앙을 상징한다.
설악산처럼 아름다운 산세가 바로 눈에 들어오는 곳도 있지만 지리산은 한번 왔을 때 다르고, 두번 왔을 때 다르게 보면 볼 수록 새록새록 예쁜 구석을 발견되어진다고 한다.
무넹기에서 볼 수 있는 풍치이다. 무넹기는 '물을 넘긴다'는 뜻으로 물이 부족하여 노고단 부근 계곡물의 일부를 화엄사 계곡으로 돌렸다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올레길 처럼 지리산에도 둘레길이라고 하는 약 300km의 장거리 도보길이 만들어져 있다.
내 방에서 발견되었다면 기절초풍했을 테지만...
질긴 목숨, 질경이.
노고단은 오후 3시반까지만 개방되기 때문에 오르려면 서둘러야 한다. 산 아래에는 지역특산물 매장도 있다. 산수유며 매실액기스, 말린 나물 등 작지만 다양한 먹거리가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서 말린 취나물도 좀 사고,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도 챙겨먹고, 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도 매점에서 챙겨들고 서울 가는 차를 탔다. 먼 길이지만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건강한 먹거리와 재미있는 시장통에서 시간을 보낸 덕분인가 몸이 지치지도 않고 가뿐했다.
# 향 짙은 지리산 취나물볶음 & 연해서 맛있는 꽈리고추조림
여행 뒤의 여담을 풀어놓으면 나물은 지리산에 마련되어 있던 특산물매장에서 구입한 것인데 향이 아주 진하고 깨끗하기 말려져 있었다. 물에 어느 정도 불린 뒤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짠다. 그리고 소금과 국간장, 참기름, 다진파, 다진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밑간한 뒤 달군팬에 포도씨유를 넉넉히 붓고 볶는다.
꽈리고추는 남원공설시장에서 구입했는데 이걸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서울에도 물론 꽈리고추는 있지만 크고 억센데다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지를 못했었다. 이곳에서는 작고 딱 보기에도 연해서, 또 맵지도 않은 것 같아서 얼른 샀는데 역시나 만들어놓으니 맛있다.
우선, 꽈리고추는 깨끗이 씻어 꼭지를 따고 포크 등으로 콕콕 찔러 맛이 잘 들게 하는데 이건 작아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달군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다진파를 볶다 멸치를 넣고 함께 볶는다. 그 팬에 다시 포도씨유를 두르고 이번에는 다진마늘을 볶아 향을 낸 뒤 양념장(간장3큰술, 맛술 2큰술, 요리당 1큰술, 설탕 1큰술, 청주 1큰술)을 넣고 꽈리고추도 넣고 국물이 자작자작해질 때까지 졸이다 볶아놓은 멸치를 넣고 볶으면 된다.
고들빼기 산 것은 쓴 물을 우려내느라 소금물에 담궈두었다. 밑반찬을 만들어두니 마음이 다 든든하다.
#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여기서 잠깐!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소개하고 싶다. 나 역시 이 날 온누리 상품권을 처음 봤다.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보통 선물로 상품권을 많이 활용하니까 그 점에 착안하여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보통 상품권과 같이 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고, 구입은 새마을금고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시행 초기라서 사용하는 입 입장에서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모르고 하여 아직 번거롭고 불편한 점이 있지만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지방의 전통시장 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시장에서도 역시 사용이 가능하다. 여담으로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나중에 그곳에서 갈치와 문어를 사는데 사용했었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를 참고 : www.onnurigift.co.kr
첫댓글 남원은 작은아버지가 살고 계셔서 제사때 가끔 가곤 했는데..
둘러볼 여유는 없었네요.. 근데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아서.. 담엔 놀러 가봐야겠어요..
저는 특히 장 서는 날이 좋더라구요~
아.. 질경이..저거 봄에 뜯어서 살짝 데쳐서 볶아먹으면 맛있는데..ㅎㅎㅎ 남원 딱 한번 다녀왔는데요.. 한번더 가고싶어요
시장구경은 어느동네나 재미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