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풍자와 2차 가해의 경계, 적절한 비유의 중요성>
만평에서 ‘적절한 비유’는 중요한 요소다. 만평은 단순한 그림 속에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꿰 뚫는 통쾌한 풍자가 담겨있다. 필자는 만평의 통쾌함이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과 적절한 비유 소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느끼는 사회문제나 모순을 작가만의 비유를 통해 비 판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김경수 작가의 만평 중에서는 통쾌함보다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들이 있다. 그 만평들은 ‘적절한 비유’가 아닌 피해자 들을 향한 2차 가해가 담겨있다.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만평
김경수 작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만평을 그렸다. 그가 그린 만평은 문 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함과 동시에 5.18 민주화 운동 당사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 다. 그는 만평의 소재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이용했다. 김경 수 작가가 그린 만평의 구도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폭력적 탄압이 담긴 사진과 동일한 구도다. 부동산 문제와 5.18 민주화 운동은 서로 연관성이 없다. 정부의 세금 정책을 비난 하는 만평에 연관성 없는 5.18 피해자들의 아픔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오래전 일 이라 하더라도 아픔의 역사를 희화화는 것은 윤리에 맞지 않는다. 심지어 오랜 역사가 아닐뿐 더러 여전히 피해자와 유족들이 살아있는 이 상황에서 그들의 아픔을 희화화는 평론을 작성하 는 것은 2차 가해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도구화할 수 없다. 피해자들에게 김경수 작가의 부동산 정책 만평은 정부를 풍자하는 것이 아닌 아픔을 끄집어내 는 그림이다.
가족을 잃은 유족의 아픔을 풍자의 도구로 이용한 만평
김경수 작가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그려낸 만평에서는 세월호가 소재로 사용되었다. 가습 기 살균제 사건을 비판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한 것이다. 그림의 배경인 침몰한 배의 모습이 세월호의 침몰한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를 풍자하는 배의 이름 인 ‘옥시월호’도 ‘세월호’의 이름을 연상하게 한다. 침몰한 ‘옥시월호’, 물에 빠져 죽은 아이와 아이를 들고 있는 아버지의 그림. 이 만평을 본 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먼저 떠오를 까 세월호 참사가 떠오를까. 해당 만평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풍자를 적절히 드러내지도 못 했을뿐더러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2차 가해했다. 목숨을 잃은 아이와 그걸 지켜본 부모의 마음을 풍자의 도구로 사용한 것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짓밟는 잔인한 행위 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저격수’로 표현한 만평
김경수 작가는 만평에서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폭력을 다뤘다. 그는 만평에서 해 당 배구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저격수’로 나타냈다. ‘저격’이라는 표현은 ‘노린 다’라는 말과 맞닿아 있다. 인터넷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저격 글’의 의미는 어떤 대상을 상대 로 쓴 공격적이고 비방하는 글이다. 자신의 피해를 알린 이를 ‘저격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 절한 비유가 아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저격수라는 것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배구선수를 노리 고 비방하는 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피해자가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피해 사실을 알린 글 이 배구선수를 향한 비방적인 글 중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낮춰보 는 2차 가해다. 배구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을 풍자하는 그림에서 피해자에게 ‘저격수’라는 단어 를 사용함으로써 풍자의 의도를 잘 드러내지 못함과 동시에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만평의 풍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이 느끼는 만평의 통쾌한 풍 자는 비판과 적절한 비유에서 나온다. 김경수 작가의 부동산 정책,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배 구선수 학교 폭력 논란을 다룬 만평들은 적절한 비유가 담기지 않았다. 그의 만평에 담긴 비 유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기 때문이다. 풍자를 이유로 피해자의 아픔을 2차 가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동산 정책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만평에서 5.18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 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아픔을 풍자의 요소로 사용했다. 누군가의 아픔을 비유와 웃음의 도 구로 사용한 것이다. 배구선수 학교폭력 논란을 다룬 만평에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를 ‘저격수’라고 비유해 피해자의 아픔과 용기를 깎아내렸다. 2차 가해가 담긴 만평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사회 문제에 대해 통쾌함을 자아낼 수 없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웃음화한 만평은 그 누구도 통쾌하지 못한 ‘불편한 그림’이다.
출저
부끄러웠던 5.18계엄군,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 신문, 소중한 기자, 오마이뉴스, 2021.03.22.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306460?sid=102
[매일희평] 옥시월호, 김경수 화백, 매일신문, 2016.05.02.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6050220431440732
[매일희평] 관중의 함성이 무관중 속의 총성으로 변한 배구코트, 김경수 화백, 매일신문, 2021.02.15. [매일희평] 관중의 함성이 무관중 속의 총성으로 변한 배구코트 - 매일신문 (imaeil.com)
첫댓글 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낮춰보는 2차 가해다
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짓밟는 2차 가해다 라고 바꾸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에 빠져 죽은 아이와 아이를 들고 있는
-> 물에 빠져 죽은 아이와 그 아이를 안고 있는
‘들고 있는‘은 보통 사물에 많이 쓰는 것 같은 어감이라 ’안고 있는‘으로 수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