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성공에 이르는 두 가지 방향
하의 상달, 상의 하달
지금까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여 결국 붕괴하고 말았던 과거 여섯 개 사회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스터 섬, 핏케언 섬, 핸더슨 섬, 아나사지, 고전기 마야,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였다.
내가 그들의 실패 사례를 자세하게 언급한 이유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사회가 환경적으로 재앙을 맞았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아이슬란드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금까지 1,100년 이상 생존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다른 많은 사회들 역시 수천 년간 그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과 영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역시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성공한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면헤서 대조적인 두 가지 형태의 접근법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다.
두 접근법에 각각 하의상달(bottom-up), 상의 하달(top-down)방식의 접근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자,
두 가지 접근법에 대한 관심은 특히 고고학자 패트릭 커치(Patrick Kiech)가
섬의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결과를 가져왔던 태평양 섬들에 대해 쓴 책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크기의 티코피아 섬(1,8평방마일)은 3,00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지속가능했고,
중간 크기의 망가이어 섬(27평방마일)은 이스터 섬과 유사하게 삼림 파괴로 인해 붕괴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통가 섬(288평방마일)은 3,200년 가량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어왔다.
중간 크기의 섬은 실패한 반면에, 작은 섬과 큰 섬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커치의 주장에 따르면 작은 섬과 큰 섬은 완전히 상반된 접근법으로 성공한 반면에
중간 크기 섬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접근법 중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작은 섬, 혹은 소규모의 땅을 점유하고 있는 작은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의 상달 방식의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다.
땅이 넓지 않아 모든 거주민이 지역 전체를 잘 알고, 섬 개발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체성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수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환경 정책이 실시되면 그 혜택이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도 모두가 알고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서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이 가능하다.
우리 대부분이 거주지나 직장에서 이런 하의 상달식 관리를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리스 거리의 집주인들은 '자택소유자협회'에 소속되어 있고,
이 협회의 목적은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동네를 안전하고, 조화롭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유지시켜나가는 데 있다.
구성원 전부가 모여 매년 협회를 끌어갈 책임자들을 선출하고
정기 총회에서 앞으로의 정책을 토의하며, 연회비를 징수해 협회의 예산으로 사용한다.
협회는 이 돈으로 교차로의 화단을 가꾸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나무를 자르지 않도록 이웃게게 권고하며,
건물 설계도를 검토해서 너무 흉하거나 큰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이웃 간의 분쟁을 해결하며, 동네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 시 공무원에게 로비 활동을 벌인다.
몬태나 비터루트밸리에 있는 해밀턴 부근의 지주들이 텔러 야생생물구호단체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점은 제1장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 구호 단체를 통해 그들이 소유한 땅의 가치, 생활 방식, 낚시와 사냥 여건을 향상시켰다.
비록 그 자체로는 미국이나 전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이와 반대되는 접근법이 상의 하달 방식으로
폴리네시아 통가처럼 중앙집권적인 정치 조직을 가진 대규모 사회에 적합하다.
통가 섬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일개 농부가 군도(群島)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섬 하나도 잘 알기가 힘들다.
군도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궁극적으로 그 농부의 생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문제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초기에 그 사실을 알기란 어렵다.
설령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문제일 뿐이야!" 하며 무시해버릴 수 있다.
그 문제가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랄 것이라 생각하거나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들(예컨대 삼림 파괴)조차 간과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섬의 어딘가에 아직 많은 나무들이 있다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을 지닌 족장이나 왕이 이끄는 중앙집권적인 정부로서도 통가는 매우 큰 섬이다.
그러나 왕은 지역에 거주하는 농부와는 달리 군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또 농부와는 달리 군도 전체의 장기적인 이해관계에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왕은 군도 전체에서 부(富)를 거둬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통가를 지배한 왕가의 혈통을 이어 받은 통치자로서
자신의 후손이 영원히 톨가를 지배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이나 중앙집권 세력은 환경 문제에 대해 상의하달 방식의 접근법을 택해서,
국민에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오늘 날 제1세계 국가의 국민들에게 이런 상의 하달 방식의 접근법은 하의 상달 방식의 접근법만큼이나 익숙하다.
정부(미국의 경우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주 전체,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서
환경 정책과 기타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예컨대 몬태나의 비터루트밸리에 사는 시민들은 텔러 야생생물구호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그 밸리 면적의 절반은 연방 정부의 소유인 국유림이거나 토지관리국의 관리를 받는다.
중간 크기의 섬 혹은 땅을 갖고 있는 중간 크기의 사회는 위의 두 가지 접근법이 모두 적합히지 않다.
한 지역에 사는 농민이 섬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나 이해관계를 갖기에는 섬이 너무 크다.
서로 이웃하고 있는 족장들 간의 반목은 협정이나 공동 행위를 방해하며,
족장들이 상대지역에 있는 나무를 벌채한다거나 파괴함으로써 환경적인 파괴까지 가져온다.
한편 중간 크기의 섬은 중앙 정부가 탄생해서 섬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너무 작다.
망가이아 섬이 이 경우에 해당하며 , 과거 다른 중간 크기의 사회에도 이런 요인이 형향을 미친 듯하다.
전게계가 국가 단위로 조직화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중간 크기의 사회라도 이런 딜레마에 직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국가적 통제가 약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성공에 이르는 상반된 두 접근법을 설명하기 위해
이제부터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이 효과를 거두었던 두 곳의 소규모 사회(누기니 고원지대와 티코피아 섬)와
상의 하달 방식의 접근법이 유효했던 하나의 대규모 사회
(토쿠가와 시대의 일본, 일본은 현재 세계 제8위에 해당하는 인구 대국이다.)에 대한
이야기부터 간략하게 해보자.
세 사회 모두에서 관련된 환경 문제는 삼림 파괴, 침식, 토양 비옥도였다.
하지만 과거의 다른 많은 사회들도 수자원, 낚시, 사냥,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한 접근법을 택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피라미드식 위계 질서 구조를 갖고 있는 대류모 사회에서는
하의 상달 방식과 상의 하달 방식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역 주민과 시민 단체를 통한 하의 상달 방식의 접근법과
다양한 단위의 정부(시, 군, 구의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를 통한
상의 하달 방식의 접근법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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