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링크스라는 요정이 있었는데 그녀는 숲의 요정들로 부터 사랑을 담뿍 받았다. 아르테미스 여신만을 숭배하는 그녀는 여신만큼 아름다웠지만 사냥만 즐길 뿐 사랑에는 무관심하다. 어느날 사냥에서 돌아오던 쉬링크스는 판을 만난다. 판은 유혹하지만 쉬링크스는 도망쳐버린다. 이에 판은 쫓아가며 낚아채려하자 쉬링크스는 물의 요정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판이 껴안으려는 순간 쉬링크스는 갈대로 변하고 만다. 판은 그 아쉬움에 갈대 줄기를 꺽어 피리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쉬링크스이다
판과 쉬링크스, 루벤스, 1617-19
보우처, 1759
판에게 쫓기는 쉬링크스, 브릴, 1620
트로이, 1722-4
판과 쉬링크스, 호에트
판과 다프니스, 다프니스에게 그의 파이프에 대해 가르치는 판, 폼페이 유적, 주전100년
번 존스, 1872-4
푸생, 1637-8
판 신
헤르메스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목인(牧人)과 암염소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허리에서 위쪽은 사람의 모습이고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지고 있으며, 산과 들에 살면서 가축을 지킨다고 생각되었다. 연애를 즐겨 그의 사랑을 받은 님프인에코는 몸을 숨겨 ‘메아리’로 변했으며, 시링크스도 그에게 쫓겨 갈대로 변신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고, 이 갈대로 목신의 피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인간에게 악몽을 불어넣기도 하고, 나그네에게 갑자기 공포를 주기도 한다고 믿어져, ‘당황’과 ‘공황(恐慌)’을 의미하는 패닉(panic)이라는 말은 이 신에게서 유래한다. 원래는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지방에서 신앙되고 있었으나, 다른 지방에도 퍼져 페르시아 전쟁 때는 그리스군(軍)을 돕는 신이라고 생각되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도 모셔져 있고 각지의 동굴이 판을 모시는 사당(祠堂)이 되었다. 훗날 전원을 무대로 한 목가(牧歌)가 유행한 시대에는 판을 예술의 소재로 즐겨 다룸으로써 인간과 친근한 신이 되었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에 해당한다. 명사 '패닉 panic(공포)' - 본래는 'panic fear(미칠 듯한 공포)'에 가까운 - 은 '판과 관계된, 또한 판에 자극된'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 어의 형용사 '파니카'에서 유래한 것이다. 판은 그리스 목양신의 이름이다. 판은 이집트를 거쳐서 그리스로 유입된 것 같다. 그는 이집트에서는 오래 되고 강력한 번식의 신이어서 의식이나 그림 같은 것에서는 염소로 표현되었다. 이 상징을 문학적으로 받아들인 그리스 인들은 판을, 상체는 인간인데, 털이 많고 뿔이 돋아 있으며 호색이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쉴새 없이 얼굴을 붉히는 - 아마 그의 호색한 기질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 염소로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