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청년 심금 울린 숭산 스님 주장자 30방
‘부처가 부처를 묻다’ / 스티븐 미첼 편저 / 권지연·김영재 옮김 / 물병자리
1972년 숭산 스님은 나이 마흔이 넘어 홀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몰랐다. 일부러 한국 사람들이 없는 곳에 정착해 미국 청년들을 가르쳤다.
프로비던스 브라운대학과 하버드대학, 예일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님은 모여드는 제자들을 위해 낮에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선원 살림을 이어갔다.
◀ 부처가 부처를 묻다
왜, 미국 엘리트들은 스님에게 깨달음을 구했을까?
“이 소리를 들었느냐? 이 막대기 소리와 너의 마음이 같으냐? 다르냐?”
제자가 답했다.
“같습니다.”
“만약 같다고 말해도 30방을 맞을 것이요,
다르다고 해도 30방을 맞을 것이다. 왜냐?”
제자는 답을 못했다.
스님은 “할!!”을 외치고 말했다.
“봄이 오니 풀이 절로 푸르구나.”
이런 식이다. 숭산 스님의 주장자는 30번씩 바람을 가른다. 답을 해도 30방, 못해도 30방이다. 미국 엘리트 청년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수많은 청년은 스님의 주장자 앞에 엎드렸다. 왜? 그들은 ‘선(禪)은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보고 느끼고 만지고 냄새 맡는 상황에서 생긴 생각들을 마음으로 여겼다. 스님은 그 ‘생각’을 깨고자 했다. 그리고 즉문즉답으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냈다. 때론 선문답으로 때론 친절한 설명으로 때론 주장자 30방으로 때론 편지로.
궁금증은 단박에 풀린다. 스티븐 미첼이 숭산 스님의 초창기 해외 포교 당시 생사 경계를 허문 100가지 가르침을 엮었다. ‘부처가 부처를 묻다’. 서양 불교 고전이지만 새롭게 우리글로 번역했다. 스님 법문과 제자들과 나눈 문답, 서신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래서 스님 가르침이 생생하게 전해온다.
미국 청년들의 신선한 질문이 흥미롭다. 안과 밖의 경계나 왜 함께 예불을 해야 하는지, 자유가 무엇이며, 섹스 마음과 선의 마음이 과연 다른지를 물었다. 선원에서 살던 고양이 카츠가 죽자 한 꼬마는 죽음을 묻고, 어느 제자는 사랑이 궁금했다. 그러나 스님은 영어를 몰랐다. 때문에 짧고 쉬운 단어로 핵심을 찌르고 들어갔다.
스님이 뉴욕 국제선원에 머물 때 일이었다. 큰 법회가 열렸다. 한 여인이 플라스틱 꽃 한 다발을 가져와 웃으며 스님 제자에게 건넸다. “플라스틱 꽃이 보기 끔찍하니 버리면 안 될까요”라고 제자는 스승에게 말했다.
스님이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바로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구나. 온 우주가 플라스틱일세.”
제자는 어리둥절했다.
“마음이 행복할 땐 온 우주가 행복하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집착이 일어난다. 마음에 장애가 생겼다는 뜻이다. ‘플라스틱은 싫어’는 ‘좋아’와 다를 바 없다. 둘 다 집착이다. 플라스틱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고, 온 우주가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아라.”
스님은 논리와 첨단으로 무장한 미국 엘리트 청년들에게 일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답을 내놨다. 청년들은 스님의 한 마디에 사로잡혔다. ‘오직 모를 뿐’이었다. 넌지시 스님이 말을 덧붙였다.
“자, 지금 네 마음은 ‘모른다’는 마음이 되었다. ‘오직 모를 뿐’인 게지.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모르는 마음이 너의 참마음이다.”
때때로 가부좌를 틀고 화두를 참구하며 견성성불 서원을 불태운다. 숭산 스님은 방편일 뿐이라고 말한다. 본래 있으니 무엇을 하든 ‘모를 뿐’인 마음을 붙들고 찾으라 했다.
“맑은 마음이란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과 같아요. 때때로 구름이 오고 가며, 하늘을 가리기도 하지만 달은 항상 그 너머에 있지요. 구름이 사라지면 그 환한 빛을 밝게 비춥니다. 그러니 맑은 마음을 가지려고 애태울 필요가 없어요. 항상 그곳에 있으니까.”
고봉, 경허, 만공, 대주 스님 등 선사들이 깨달음을 얻는 일화들도 깨알 같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1만3800원. 최호승 기자
[불교신문 2811호/ 4월25일자]
부처가 부처를 묻다
저자 스티븐 미첼 | 출판사 물병자리
■ 책소개
숭산 큰 스님이 전하는
한국 불교의 살아 있는 정수!
한국 최초로 서양으로 건너가 해외 포교를 한 숭산 큰스님의 100가지 가르침을 담은 『부처가 부처를 묻다』. 이 책은 숭산 선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불교를 소개했던 1972년과 1976년 사이의 가르침을 모은 것으로, 큰스님의 상당 법문, 평소 법문에서 이루어진 질문과 답, 큰스님과 제자간의 편지, 일상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법거량, 한국과 중국의 불교 이야기 등을 엮었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숭산 선사는 가능한 짧고 쉬운 단어로 핵심을 짚었으며, 삶, 죽음, 사랑, 깨달음, 집착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삶과 정체성에 대한 많은 의문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숭산 큰스님이 보여 주었던 생각 그 너머의 참된 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한다.
■ 저자소개
저자 : 스티븐 미첼 저자 스티븐 미첼은 소르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졸업. 《Tao Te Ching》《The Gospel According to Jesus》 《Bhagavad Gita》 등 많은 책을 번역하였다.
역자 : 권지연 역자 권지연은 연세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국제선원 무상사에서 수행하고 있다.
역자 : 김영재 역자 김영재는 무상사 조실 스님께 《Only Don’t Know》를 선물로 받고 사경수행으로 숭산 큰스님 책을 번역하고 있다. 현재 Indian Springs School에 재학 중이다.
■ 목차
1 선(禪)이란 자신을 아는 것 2 3 내 법은 꽤 비싸다네 4 초발심자(初發心者)를 위한 조언 5 안과 밖 6 꼬마가 죽음에 대해 묻다 7 누구에게 선사가 필요한가? 8 집착하고 있구나! 9 반야심경 10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것 11 뉴욕 국제선원 개원 법문 12 1 + 2 = ? 13 소음을 어떡해? 14 완전히 미쳐야지 15 고봉 선사 이야기 16 부처가 어찌 웃나요? 17 사과와 오렌지 18 공안 블루스 19 84000가지의 깨달음 20 자유란? 21 최고의 보물 22 맑은 마음의 달 23 무엇이 너를 이곳에 데려다 놓았느냐? 24 깨닫고 못 깨닫고가 다 빈 이름인 것을 25 왜 함께 예불하나요? 26 부처님오신날 법문 27 원효대사 이야기 28 쥐구멍 속 고슴도치 29 참선 30 움직이는 건 네 마음 31 보살의 집착 32 다섯 종류의 선 33 눈(雪)의 색깔 34 ‘모를 뿐’은… 계속됩니다 35 선과 탄트라 36 만법귀일 37 짚신시불 38 3명의 선문답 39 불이 꺼지면 무엇이지? 40 마음 시험 41 죽음이 뭔가요? 42 깨닫기 원하는 것 43 참된 여성의 길 44 자신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나? 45 스페셜 약과 대사업 46 기적 47 법문 48 스파링 49 얻음이 없음이 곧 얻음이다 50 좌선 |
51 사마디(삼매) : 사토리(깨달음) 52 임제의 할 53 열반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 54 선과 예술 55 플라스틱 꽃, 플라스틱 마음 56 텅 빈 자리 57 깨어나세요! 58 부처님께 더 많은 담뱃재를 59 소동파 이야기 60 자연이 우리에게 하는 말 61 그것 62 작은 사랑, 큰 사랑 63 고양이에게 불성이 있느냐? 64 수렁에서 벗어나기 65 우습고 우습다 66 경허 선사 이야기 67 보살의 죄 68 법문 69 진짜 길 70 섹스 마음 = 선의 마음 ? 71 눈 밝은 사자와 눈먼 개 72 본래의 소리, 본래의 몸 73 만공 선사 이야기 74 만공이 ‘할’을 설명하다 75 무심전법(無心傳法) 76 소의 뱃속 77 오늘은 부처님오신날, 해가 빛납니다 78 덕산의 방(棒) 79 만물이 너의 스승 80 누가 하나를 만들지? 81 네 별은 어느 것? 82 설 낭자 이야기 83 어느 스와미와의 대화 84 큰 실수 85 대답의 경계 86 여래(如來) 87 보리달마와 나 88 베트남승려이면서 변호사인 안한과 .. 89 중생 구제 90 달마사에서의 대화 91 사공 스님 92 종을 치면 일어나고 93 문익 선사 이야기 94 뭐라고 했나요? 95 헛소동 96 선문답실의 복병 97 짧디 짧은 운문의 선문답 98 고봉 선사의 시평(詩評) 99 숭산(崇山) 선사 이야기 100 사랑이 뭔가요? |
■ 출판사 서평
왜 미국의 수많은 젊은 대학생들이 숭산 큰스님의 몽둥이 앞에 엎드렸는가? 한국 선사로는 최초로 서양으로 건너가 해외 포교를 한 숭산 큰스님의 100가지 가르침을 담은 《부처가 부처를 묻다》가 출간되었다. 숭산 선사는 생전에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았었다. 한국 선불교의 최고봉인 경허와 만공 선사의 법통을 이어받은 숭산 큰스님은 여러 사찰의 존경받는 선사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영어 한마디할 줄 모른...
왜 미국의 수많은 젊은 대학생들이 숭산 큰스님의 몽둥이 앞에 엎드렸는가?
한국 선사로는 최초로 서양으로 건너가 해외 포교를 한 숭산 큰스님의 100가지 가르침을 담은 《부처가 부처를 묻다》가 출간되었다. 숭산 선사는 생전에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았었다. 한국 선불교의 최고봉인 경허와 만공 선사의 법통을 이어받은 숭산 큰스님은 여러 사찰의 존경받는 선사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영어 한마디할 줄 모른 채 일부러 한국 사람들이 없는 곳에 정착한 큰스님은 세탁소에 취직해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 프로비던스의 브라운대학 학생들이 숭산 선사에게 매료되어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의 소문은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등 미국의 각 대학 학생과 교수들에게 퍼졌다. 숭산 선사의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라는 메시지와 몽둥이 30방에 미국 대학생들은 끝없이 머리를 얻어맞으며 깨우치기 시작했고, 큰스님을 중심으로 미국에 최초의 한국 선원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숭산 선사는 모여드는 제자들을 위해 낮에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선원의 살림을 꾸려 나갔으며, 바로 이 시절의 큰스님 법문과 제자들과 나눈 문답, 서신 등을 엮은 책이《부처가 부처를 묻다》이다.
서양으로 건너간 최초의 한국 선사, 숭산 큰스님!
숭산 선사의 첫 해외 포교는 1966년 일본 도쿄에 홍법원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69년 홍콩에 선원을 설립하였고, 1974년 캐나다 토론토 선원, 1978년 폴란드 선원, 1980년 영국 런던 선원, 1983년 브라질 상파울로 선원, 1985년 프랑스 파리 선원 개설로 이어졌다. 숭산 선사는 2004년 11월 화계사에서 입적하기 전까지 전 세계 36개 국에 120여 개 선원(禪院)을 설립하였다.
해외 포교에 독보적인 활동을 한 숭산 선사의 원력으로 한국 불교가 세계 곳곳에 널리 퍼졌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불교, 문화, 역사,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0년 3월 계룡산에 창건한 무상사는 한국의 선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수행하는 국제적인 선원이며, 매년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찾고 있다. 많은 외국인 제자들이 계룡산 국제선원에서 수행하여 법사나 선사가 된 후, 자국으로 돌아가 선원을 세우고 한국식 불교를 가르칠 수 있기를 희망했던 숭산 선사의 뜻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생각의 경계를 허무는 100가지 가르침!
이 책은 숭산 선사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선(禪)불교를 가르치던 법문, 선문답, 일화, 대화, 그리고 편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숭산 선사는 제자들의 질문에 가능한 한 짧고 쉬운 단어로 핵심을 찌르고 들어가야 했다. 당시 제자들의 질문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삶, 죽음, 사랑, 깨달음, 집착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삶과 정체성에 대한 많은 의문들에 대해 숭산 선사의 명쾌한 해답을 듣게 될 것이다.
어느 일요일, 선사께서 뉴욕 국제선원에 머물고 계실 때 큰 법회가 열렸다. 많은 한국 보살들이 쇼핑백에 음식과 선물을 가득 가지고 왔다. 한 여인이 플라스틱 꽃 한 다발을 가지고 와서 웃으며 선사님의 미국 제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선사께 가서 말했다.
“저 플라스틱 꽃은 보기 끔찍해요. 그걸 치우고 어디다 버리면 안 될까요?”
“바로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구나. 온 우주가 플라스틱일세.”
“무슨 말씀이세요?”
“마음이 행복할 때면 온 우주가 행복하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집착이 일어난다. 만약 그것을 거부한다 해도 그 또한 집착이다. 집착한다는 것은 마음에 장애가 생겼다는 뜻이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싫어’는 ‘플라스틱은 좋아’와 다를 바 없다. 둘 다 집착인 게지. 플라스틱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고, 온 우주가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아라.”
숭산 선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다. 열(熱)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과 글에 매달려 있어서 바로 이 병을 치료하려고 말과 글이라는 치료약을 쓰는 것이다.”
동서양을 넘어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불멸의 고전!
숭산 선사의 해외 포교를 통해 한국 선(禪)불교의 매력에 빠진 해외 명문대 출신의 많은 젊은이들이 줄을 이어 출가했다. 하버드 출신으로 화계산 국제선원장을 지낸 현각 스님, 유럽 최초로 한국 전통사찰 원광사를 건립한 청안 스님, 현재 국제선원 주지로 있는 대진 스님, 예일대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 한국 전통사찰 태고사를 직접 건립한 무량 스님 등.
논리와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엘리트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큰스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은 결국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그들을 사로잡은 한마디는‘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이었다. “자, 지금 네 마음은 ‘모른다’는 마음이 되었다. ‘오직 모를 뿐’인 게지.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모르는 마음이 너의 참마음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선사들의 재미난 일화들이 많다. 숭산 선사의 법문에서, 제자들과 주고받는 서신에서 드러나는 고승들의 일화는 더 깊은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대주 스님이 처음 마조 선사께 왔을 때, 선사가 물었다.
“무엇을 얻으려 왔느냐?”
“선사님께 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놈아! 이 세상 최고의 보물을 네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도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고 다녀? 나는 네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선사님, 그 보물이 뭔지 가르쳐 주십시오.”
마조 선사가 답했다.
“너의 그 의심덩어리는 어디로부터 왔느냐? 이게 바로 보물인 게야. 정확히 바로 이 순간 네가 묻고 있는 그 질문을 말하는 거다. 모든 것은 바로 네 자신의 귀중한 보물창고 안에 다 들어 있다. 네가 꺼내어 쓰고 싶을 때 얼마든지 써도 결코 모자라지 않지. 네가 모든 것의 주인이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서 도망쳐 나와 밖에서 구하고 있는 거냐?”
이 말을 듣는 순간, 대주는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망상으로 세계를 본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니 진리를 알 리 없다. 어떤 것이 선이고 악이며, 그 선과 악은 누가 만든 걸까? 다들 그들이 믿는 견해에 집착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다. 누구의 생각은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망상이다.
따라서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면 반드시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가 가진 조건, 모든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리하면 생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이것을 맑은 마음이라 부른다. 이 맑은 마음은 안과 밖이 따로 없으며 그저 그러할 뿐이다. 바로 그러할 뿐이 곧 진리인 것이다.” - 숭산 선사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萬古光明)하고,
청산유수(靑山流水)니라.
- 숭산 큰스님의 열반송
“보리달마를 비롯하여 옛 선지식들의 이야기와 가르침을 통해 그분들이 다른 문화의 토양에 어떻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폈는지 알게 되듯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의 손에 이 시대의 한 선사가 그와 같은 일을 해낸 기록을 받아 보게 된 것입니다. 숭산 큰스님께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국 불교의 살아 있는 정수를 전파하셨습니다.”
- 대봉 스님 추천글 중(국제선원 무상사 조실)
“이 책은 우리가 참성품이라 부르는 우리 자신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책이 때로는 여러분 마음자리 한가운데를 때리기도 할 것이며, 무릎을 치며 감탄케도 할 것이며, 아연실색하기도, 벌거숭이로 만들기도, 풍요롭게도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잠긴 마음의 열쇠를 부수기도, 가슴의 문을 활짝 열도록 밀어붙이기도 할 것입니다.”
- 대진 스님 추천글 중(국제선원 무상사 주지)
※ 숭산 대선사
숭산 큰스님은 서양에서 가르침을 편 독보적인 한국 선사다. 1927년 평안남도 순천 태생으로 장로교 계통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일제시대에 독립운동 단체에 가담하여 활동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동국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중, 참된 진리를 구하기 위해 1947년에 충남 마곡사로 출가하였고 행원(行願)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1949년 당시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지식이었던 고봉 대선사로부터 전법게(傳法偈)와 숭산(崇山)이라는 당호(幢號)를 받아 이 법맥의 78대 조사(祖師)가 되었다.
1966년 일본 도쿄에 홍법원을 세우는 것으로 첫 해외 포교가 시작되었다. 이후 1969년에 홍콩에 선원을 설립하였고, 1972년 영어 한마디 모른 채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큰스님은 일부러 한국 사람들이 없는 곳에 정착해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비던스의 브라운대학을 비롯하여,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큰스님은 모여드는 제자들을 위해 낮에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선원의 살림을 꾸려 나갔다. 이 책 《부처가 부처를 묻다(Dropping Ashes on the Buddha)》가 바로 이 시절의 큰스님 법문과 제자들과 나눈 문답, 서신 등을 엮은 것이다.
큰스님의 해외 포교는 1974년 캐나다 토론토 선원, 1978년 폴란드 선원, 1980년 영국 런던 선원, 1983년 브라질 상파울로 선원, 1985년 프랑스 파리 선원 개설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 불교가 세계 곳곳에 널리 퍼졌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불교, 문화, 역사,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87년 큰스님의 지도 하에 제1차 ‘세계 일화대회(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가 개최되었고, 매 3년마다 전 세계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각 국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 36개 국에 120여 개 선원(禪院)을 설립하신 숭산 큰스님은 2004년 11월 30일 서울 화계사에서 입적하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