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 2024. 12. 08(일)
□ 곳 :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목이~마당치~고치령
□ 낙동산악회
□ 참여 : 모두 22명 안팎
□ 날씨 : 칼바람. 눈발 흩날림. 낮에는 햇볕
□ 길 : 눈길+진잎[낙엽] 길
□ 걷는 데 걸린 시간 : 2024. 12. 08(일) 02:20~15:23(13시간 3분, 많이 쉰 시간 포함)(죽령~고치령)
□ 줄거리(글쓴이 기준이므로 각자 다를 수 있음)
미리 말하지만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시계가 태업인지 파업을 했다.
오래 전 일이지만 겨울 추운 날 두어 번 경험했던 일이 이번에 일어났다.
그때는 예비 시계를 갖고 다녔다.
요새는 그런 일 없겠거니 방심하다가 허탕을 친 것이다.
그래서 중요 지점 별 시간 기록을 못했다.
연화봉에선가 시간이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비로봉에 가서 시계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작금의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전날도 잠이 모자랐고, 죽령으로 오던 버스에서도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는데, 나 대신 엉뚱하게도 시계가 피곤해서 잠을 잔 모양이었다.
휴대 전화로 시간을 기록할 수도 있었으나 추운 날씨에 귀찮다는 핑계로 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무척 아쉬운 나들이가 되고 말았다.
자연은 유순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혹독한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잔꾀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잘 견디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2010. 11. 28(일) 낙동산악회 백두대간 9기 20구간 때 ‘소백산 칼바람’을 단단히 겪은 바 있어, 나름으로는 준비를 많이 했다.
아래 위 내의를 입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입었는데, 잘 했다 싶다.
내가 두툼한 오리털 점퍼를 사놓고, 등산할 때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등 가방[배낭]에 넣어 갔다가 결국 꺼내 입었다.
산에서 걸을 때 오리털 점퍼를 입으면 땀이 차서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꺼운 조끼도 처음부터 입었다.
처음 죽령을 나설 대는 조끼 위에 얇은 바람막이 웃옷[재킷‘를 입었다.
제2연화봉 못 미쳐 차가운 바람에 겨울 웃옷[재킷]을 꺼내 입었다.
비로봉 못 미친 곳에서는 이마저도 벗고 두꺼운 오리털 점퍼를 입었던 것이다.
더 추웠으면 긴 소매 내피도 입었을 것이나 그것은 끝내 입지 않았다.
집에 건[두건, 바라클라바]이 있었으나 가져가지 않았고, 대신 조금 얇은 입·코마개를 끼고 나섰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웃옷[재킷] 머리 덮개를 내려썼으나 볼 한 쪽이 매우 시렸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은 오래 전 백두대간 길을 걸으면서 터득한 진리(?)인데, 이 번에 그것을 조금 느꼈다.
거센 바람과 눈 때문에 그랬는지 비로봉 나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과 늦은맥이재에서 고치령 가는 길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9기 때 이 구간을 고치령에서 죽령 쪽으로 걸었는데, 벌써 14이 지났으니 기억이 흐릿할 수 있다.
소백산 이어걷기는 백두대간 길을 걸으면서 대여섯 차례 걸은 바 있어 길을 꿰뚫고 있다고 자만했는데, 이 번에 생전 처음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구간이 더러 있었다.
국망봉에서 조금 가면 보이는 상월봉은 올라가지 않았다.
날씨가 춥기도 했지만, 눈이 많이 있어 까다로울 수 있어 그랬다.
백두대간 소백산 이어걷기 하면서 처음으로 상월봉을 건너뛴 것이다.
상월봉 못 미친 곳. 바위 아래서 연꽃 님, 산사랑제이 님이 빵과 과일을 내놓아 맛있게 먹었다.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밥이 있었지만 먹기 싫어 먹지 않았다.
마당치 지나 고치령으로 가는 길에서는 길이 끊겨(?) 머물면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제법 기다렸다가 과일과 과자를 먹으면서 꽤 오래 쉬었다.
hong 님 맛있는 과자 고마웠습니다.
길잡이로 눈을 헤치는 어려운 일을 한 네오 대장 님, 적토마처럼 내달렸을 청보리 님, 대원들 끝까지 챙긴 권 대장 님. 회장 님. 대원들 모두 수고하셨다.
칼바람을 굳건히 이겨 낸 대원들에게 손뼉을 친다.
사갈[슈타이크 아이젠, 아이젠]도 신지 않고, 얇은 옷으로 추위를 이겨낸 준모 님 고생하셨고, 옷가지 하나 건네지 못해 미안하기 그지없다.
※ 다른 사진은 아래 제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blog.naver.com/angol-jong
첫댓글 한길님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운 대처에
시계가 뽀롱을 냈군요ㅋ
너무 완벽하여 인간미 없다 소리들으실까 저어하여
주인님 배려한 귀욤이를 칭찬합니다~^^
마당치서 고치령가는 구간서
한길님이 내밀던 쵸코파이가 얼마나 간절하든지요.
받아두었다 꺼내먹었으면
참으로 달고 달았을텐데 아쉬움 컸답니다ㅠ
단단히 채비하셔서
감기들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시계가 빈틈과 허점투성이인 주인 체면을 살리지 않고, 파업 예고도 없이 파업을 했습니다.
주인은 밖으로 근엄한 척 하다가 때와 장소에 따라 더러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달리 생각하면 시계도 추위에 시달리다 파업이란 최후의 수단을 택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상월봉 못 미친 곳에서 여러 대원 사진 찍을 때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앞으로는 손 전화 작동이 가능한, 얇은 장갑이라도 끼고 사진 찍고, 사진 매수도 조금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워낙 발이 빨라 내가 따라잡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고뿔은 다 떨어졌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저는 비로봉에서 알바하고 통제구간으로 돌아와 네오 대장님과 통화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동계훈련 나가 막사에서 덜덜 떨었던 시절 이후, 처음으로 떨고 있는 자신을 느껴봤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바람 실컷 가슴으로 품고 왔습니다~ㅋ
고맙습니다
군대 생활이란 어쩔 수 없이 피동적으로라도 움직이고, 추위에 떨어야 하지만,
내가 좋아 나선 등산은 악 조건 기후도 내가 모두 안고, 기쁜 마음으로 버텨야 한다고 봅니다,
소백산 겨울 바람이야 워낙 유명하고, 소백산 비로봉 일대는 여름이라도 올라갈 때 흘린 땀이 식으면서 금방 한기를 느끼는 때가 많습니다.
온몸이 떨렸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값지고 보람 있는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한길님
이번구간 너무 고생 하셨고 길동무가 되어 주셔서 행복 했습니다
존재만으로 빛이 나셨어요
시원한 카메라로 소백을 쏘아 주셔서 대만족 입니다
이쁘고 아름답고 냉동세상 눈세상 그런곳에 초대된것처럼 영화의 명장면을 찍어 주셨네요 눈부시게 강렬한 태양을 바라보며
묵묵하게 걸으시고 헤쳐가시는 모습 멋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hong 님, 난이 님이랑 걸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서 잠깐 길을 놓쳐 헤매게 해서 미안했습니다.
그 핑계로 조금 쉬기는 했지만...
촉촉하고 맛있는 과자 잘 먹었습니다.
사진이 많지 않았고, 찍은 것도 제대로 찍지 못해 미안합니다.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