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온다는 바로 ,삼월삼짇날입니다. 즉, 음력으로 3월 3일인데 삼질(삼짇날의 준말), 삼샛날 또는 ‘여자의 날’이라고도 한답니다.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였으며, 양의 수가 겹치는 삼짇날은 양의 기운이 가득한 날로 주로 사람들은 이 날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노는데, 지방에 따라서 화전놀이, 꽃놀이 또는 꽃다림이[花柳, 會聚]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삼짇날이 언제부터 유래하였는지 자세히 전하는 바는 없지만 최남선에 따르면 신라 이래로 이날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으며, 이 풍속은 조선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지요.
<동국 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이날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 둥근 떡을 만들고, 또 그것을 화전(花煎)이라 한다. 또 진달래꽃을 녹두 가루에 반죽하여 만들기도 한다. 혹은 녹두로 국수를 만들기도 한다. 혹은 녹두가루에 붉은색 물을 들여 그것을 꿀물에 띄운 것을 수면(水麵)이 라고 하며 이것들은 시절음식으로 제사상에도 오른다."라고 하여 화전과 국수를 시절음식으로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온 강산이 꽃으로 만발하는 4월입니다. 4월을 어떤 시인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하였지만 대한민국은 꽃놀이로 떠들썩해집니다. 또한 올해는 조기대선으로 정치과잉도 될 거 같네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꽃놀이는 여의도든 대공원이든 부담 없이 그냥 걸으면서 흩날리는 꽃을 감상하며 사진도 찍고 추억도 남기고 그러다 배고프면 요기하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돌아오면 그 날은 꿀맛 같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전국 곳곳에 벚꽃이 많아 지자체별로 ‘벚꽃축제’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볼꺼리 먹을꺼리 즐길꺼리들이 즐비해서 좋기도 하지요. 그런데 몇 가지 문제의식이 생겨 몇 년 전 올린 글을 조금 손봐 다시 올립니다.
먼저 질문 하나, 언제부터 벚꽃축제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꽃놀이처럼 되었지요? 뭘 탓하려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즐기는 꽃놀이가 일본의 꽃놀이와 비슷하다고 하여 일부로 배격할 필요까지는 없을 성싶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어 몇 마디 해보고자 하는 것일 뿐입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꽃놀이는 일본의 하나미(はなみ [花見])와 거의 유사합니다. 제가 화전놀이에 대해 알아보다가 알게 되어 소개하는데 조경연구가이자 문화연구가인 시라하타 요지부로의 <하나미와 벚꽃>이라는 책과 울산대 노성환교수의 <일본의 하나미와 한국의 화전놀이> 논문에 근거하여 하나미와 화전놀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보려고 해요.
먼저, 공통점은 두 나라 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새봄의 꽃을 보고 즐긴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둘 다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하나미는 812년 사가천황이 신천원에서 개최한 파티를 시초로 보며 우리나라는 신라의 궁인들이 봄놀이하며 꽃을 꺾었다고 <교남지>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세 번째,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고유명사가 아닌 ‘하나(花)미’라거나 ‘꽃놀이’라는 일반명사로 부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 말하는 하나(花)는 그 나라의 꽃인 벚꽃(さくら)를 말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참꽃(진달래)를 뜻합니다. 이것을 풀이하면 일본은 ‘사쿠라미(さくらみ)’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참꽃(진달래)놀이’가 되겠네요. 그런데 일반명사화 되었다는 것은 무얼 말할까요? 바로 그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꽃이고 어느 지역 상관없이 전국에 걸쳐 피는 ‘나라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생겼습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꽃놀이가 대부분 벚꽃놀이였지 참꽃놀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 그리 되었을까요? 가장 먼저는 접근성과도 관계가 깊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벚꽃은 도심 길거리나 공원이면 어디에나 심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참꽃은 산에 가야 볼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물론 여수의 영취산진달래꽃축제나 강화도 고려산진달래꽃축제 등 대표적인 꽃 축제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진달래꽃축제를 일반명사인 꽃놀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미 꽃놀이는 벚꽃놀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치 음악(=서양음악), 미술(=서양미술), 병원(=서양식병원)과 국악, 한국미술, 한방병원 식으로 대표성과 일반성에서 밀려난 고유의 우리 것을 특별한 것으로 취급하게 된 것과 같습니다.
이제 하나미와 화전놀이의 차이점을 살펴보지요. 먼저, 일본의 하나미는 남녀구분이 없는 대신에 우리의 화전놀이는 여성중심의 놀이입니다. 이것은 아마 조선시대의 ‘남녀칠세부동석’이 만든 유교의 영향일 것입니다. ‘삼월삼짇날이면 화전놀이를 하였는데 남자들은 화전놀이 대신에 편을 갈라 활쏘기나 닭싸움 등 역동적인 놀이를 하며 놀았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하나미는 미리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즐기는데 우리나라는 꽃이 있는 산이나 계곡으로 찾아가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도시락문화와 천렵문화의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하나미는 차번극(촌극)을 많이 하며 놀고 화전놀이에서는 풍물을 치며 논다는 차이입니다. 그 다음 중요한 차이는 하나미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벚꽃군락지(메이지시대에 전국적으로 조성됨)에서 이루어지고 화전놀이는 산에 올라가 야생의 진달래꽃이 있는 곳에서 꽃놀이를 한다는 차이입니다. 이것은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여 감상하는(마치 분재처럼) 일본문화와 자연 속으로 들어가 감상하는 문화의 차이이자 일본의 정원문화와 우리나라의 정자문화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생각 드네요.
간략하게나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 부모세대들까지 즐겨왔던 화전놀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풍취와 우리철학이 스며있기 때문이며 기회가 된다면 화전놀이를 기획하거나 참여하면서 우리식대로 놀아보자는 소박한 생각에서입니다. 우리 놀자학교에서는 거의 10년 동안 여건이 허락 되는대로 어떤 때는 예닐곱 명이 어떤 때는 수십 명이 산에 올라가 진달래 개나리를 꺾어 화전도 부쳐 먹고 막걸리에 꽃잎 띄워 나름대로의 풍류를 즐기면서 재미를 만끽해왔습니다. 이렇게 놀다보면 인류의 꿈일 수도 있는 ‘행복도’가 한층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4월 8일에 성북동에서 화전놀이를 합니다.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서울 풍속에 산 언덕, 물 굽이에 나가노는 것을 화류(花柳)라 한다. 필운대(필운동 배화여고 뒤)의 살구꽃, 북둔(성북동)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예전 기록에 의하더라도 성북동은 서울에서 놀기 좋은 곳 손꼽히는 데입니다.
첫댓글 화전놀이 꼭 참석하고 싶었어요. 집안일과 겹쳐서, 놀자학교 행사에 빠지게 되네요.
1순위가 집안일이다 보니.....지금 식구들에게 날짜변경을 로비중입니다. ㅎㅎㅎ바꾸면
화전놀이에 참석할려고요. 선생님~ 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도 해 주세요. 건강하세요.
네, 선생님~
같이놀길 바래봅니다~^^*
사진으로 봐도 활동이 넘 즐거워 보입니다.
네, 꼭 놀러오세요~^^*
막걸리에 진달래꽃 한닢 띄우고 한잔하며 거들먹 거리고 놀아보세~^^;
~~^^
^^
놀러오셔요!
우와!! 미리 알았더라면 꼭 참석하고 싶었던 자리네요.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전통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합니다.
너무 예뻐요~. 하시는 샘들은 더 예뻐 보입니다.
아름다운 모습 입니다
화전이 너무 예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