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과 공 동 체 이 야 기
2010-11
말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지난달의 소식 글에서는, 우리의 글인 한글에 대해서 늘어놓듯 써보았다. 그 한글은 꽉 들어차서 모든 것을 나타내는 바로 짜임새가 있는 소리글자이다 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어머니가 있듯이, 어머니의 입으로부터 되뇌는 모국어의 소리를 아이들은 귀에 하나하나 담아 작게 옹아리를 하다가 선뜻선뜻 입으로 곱씹어서 내어 뱉는다. 그러면서 작은 아이의 말은 늘어간다. 우리에게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소리꾼들이 있다. 명창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에게는 ‘더늠’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 더늠이라는 것은 판소리에서 어떤 명창이 부른 특정 대목이 듣는 사람들에게 격찬을 받게 되면, 그 대목을 명창 아무 아무개 누구의 것이라고 부르게 된다고 한다. 명창들에 의해서 본래와는 다르게 변형되거나 더해지고 만들어져서 그 자신만의 장기로 불리는 대목을 바로 그 더늠이라고 말을 하게 되었단다. 그 더늠이라는 말처럼 갓난아이들은 귓가에 더욱 넣어지는 말을 입으로 더 늘려가며 말을 해내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딴판으로 여기는 것이지만, 소위 조상들로부터 유물처럼 물려받은 무당이 굿을 하는 무속(巫俗)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은연 중 배어있다. 그 예를 이야기하자면 무속에서는 ‘단골이다’(단골무당의 줄어든 말), ‘넋두리하다’(죽은 사람의 넋을 대신해서 하는 무당의 말), ‘산통 깨다’(산통-시각장애인이 점을 칠 때, 여러 개의 작은 막대기를 넣었던 통), ‘푸념하다’(무당이 상대방을 꾸짖는 말)는 등의 말들을 썼다고 한다. 다른 하나를 더 얘기하자면,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 우리 교회단체의 제일 어른이셨던 임 목사님에게서 공부를 배우게되었는데, 흔히 교회 다니는 이들은 ‘예배 보러간다’라고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동네 사람들이 어느 집에서 열리게 되는 굿을 보러 갔던 것들이 연유가 되어 흘러 들어와서 교회에 가는 것을 ‘예배 보러간다’라고 말들을 하지 않았겠는가? 라는 것이 기억이 난다. 오래 전에도 얘기했듯이 나의 스승님이신 목사님이 이 마을 교회에 계실 때에 하신 말씀, “교회를 맡은 사람들은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라고 하셨다. 왜곡해서 하는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교회를 맡은 사람들은 또한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나 다른 우리들은 자연스러우리만큼 말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행여 그 말들 가운데에는 도를 지나쳐서 소나기 맞은 중 마냥 푸념하는 말, 넋두리하는 말까지도 입에 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말이 나왔으니, 내가 여기에 말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 말 중에 ‘왕성’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생활이 왕성(旺盛)해야지, 왕왕대는 소리로 왕성(旺聲)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라고 말하였다(야고보서 1:19). 한층 더 나아가서 “너희는 도(道)를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고 까지 하였다(야고보서 1:22). 그래서 동양에서도 언행일치(言行一致)를 강조해왔다. 한자에 정성을 드린다는 ‘성(誠)’이라는 글자도, 말씀언(言)과 이룰성(成)을 합성한 글자로서 ‘말한 대로 이룬다’라는 뜻의 글자일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말한 것처럼 몸으로 옮겨가는 삶일 것이다. 성서는 그래서 그렇게까지 표현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배로 들어가서 뒤로 내어 버려지는 줄을 알지 못하느냐?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 증거와 훼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15:11.17-20).
겪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내는 얘기를 해주시는 한의사 선생님을 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선생님은 조선시대의 왕들에 대하여 간간히 이야기를 하였다. 왕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밤 열한시까지 나랏일을 돌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왕이 처리하는 직무는 만 가지나 될 정도로 많다고 하여 ‘만기(萬機)’라고 하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시대의 왕들은 평민보다는 오래 살았으나, 호화호식 속에서도 평균 마흔 넷의 나이 동안 밖에는 살지를 못하였다고 한다. 그 큰 원인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것과 권력을 존속시키기 위한 막중한 과로를 겪어 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반하여 바람 가는대로 살며, 게으름으로 치장해가며 궐내를 휘젓고 다녔던 그 연산군은 궁중에서 음악을 맡아보던 곳인 흥청의 기생들과 좋아라고 함께 놀아났는데, 그 때문에 이로 인하여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장안초목이 바람에 쓸리 듯 그의 위세가 온통 나라 안을 휩쓸어 대는 풍미(風靡)의 풍운아처럼 지내던 위세는 위풍당당하기만 해서, 이에 대항하여 쓴 소리의 직언을 해대는 신하들에게는 함구령(緘口令)을 내려 입을 막아댔다. 이런 결과물은 십년 남짓 후에 중종반정을 불러내게 되어 실각하게 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흥청망청 살아서는 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에 반해서 함구령을 당했던(셔터 마우스-shutter mouth) 묵묵부답의 옷깃을 여미는 삶이 절실히 필요한 때는 아닌지? 꼭 필요 할 때에는 직언이 필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 사람이 처한 입장과 상황을 모르고 말을 한다면 오히려 그 말로 인하여 상처를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생명을 사모하고 장수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궤사한 말에서 금할 찌어다.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 찌어다”(시편 34:12-14). 한마디로 말조심 하며 살라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의 잦은 나불거림이 어쩌면 실언을 불러오고, 실언은 더 나아가서 실각을 초래하고, 실각은 뒤이어서 단명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말로써 말 많은 세상 말뿐인가 하노라. 이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사람살이가 요청되는 때는 아닐는지?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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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10년 11월 11일 금산학생체육관에서 희망의 언덕과(회장:류상현 선생님) 함께하는 제3회 장애인가족 한마당큰잔치에 초청받아 참여하였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금성교회.충전교회.김기홍.그리스도의집(옹인숙.3회).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이은주.최성재.양오석.주식회사EG(이광형).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1인).대덕교회.공주원로원교회.최선희.신건태.채윤기(박현실).유성반석교회.진명구.한윤형.수영교회.대전포도원교회(김춘근.임광옥).최영관(2회).동춘교회6여전도회.이원교회.대성교회여전도회(4인).동춘교회221목장(김봉숙).금산군청사회복지과(3인).금산주부클럽(4인).임정순.김석곤(한용택).금산읍교회(김철우외1인).사랑의쌀나눔공동체(장진성).대덕교회(이중삼.한도식).살림교회(박상용외11인).오정교회8남선교회와8여전도회(13인).대전포도원교회(최영두외2인).대한적십자사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외1인).금산군모란회(4인).에너지관리공단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