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 메시앙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그는 분명히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메시앙은 오랫동안 파리 트리니테 성당의 오르간 주자로 재직했고,동시에 열정적인 조류학자이기도 했습니다.비록 정식으로 조류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새소리를 듣고 채보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적극 활용했지요.가령 <새들의 카타로그Catalogue d’Oiseaux>에는 수많은 새소리들이 들어 있습니다. 복잡한 리듬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곡입니다. 외부세계의 음악을 우리가 만들어낸 음체계와 기보체계로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 주는 예죠.
작곡가들은 종종 동물의 소리를 작곡을 위한 직접적인 음향재료로 쓰곤 합니다. 독일의 여류 자곡가 루이제 아돌파르 보의 노래들(작품번호45)이나 핀란드 작곡가 에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Einojuhani Rautavaara의 <칸투스 아르크티쿠스Cantus Articus_음악>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혹은<고래의 목소리Vox Balaenae>를 작곡한 미국의 작곡가 조지 크럼George Crumb처럼, 악기로 동물의 소리를 모방하려고 시도하는 작곡가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음악은 동물의 영역에 많은 신세를 지고 있지요.그렇다면 음악은 대체 뭘까요?음악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죠. 일단 진동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울림을 음악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조(예를 들어 선율이나 반복해서 등장하는 모티브)를 갖추면,그 울림은 단순한 소음을 벗어나 음악이 됩니다.
그러니 메시앙이나 다른 작곡가들이 새소리의 매력에 빠져든 것도 놀랄일은 아니죠.노래하는 새는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 새가 음악을‘만들어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새의 노래는 인간의 손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거듭납니다.새의 노래 속에 이미 내재해 있는 에술적인 특성을 인정하면 되는 거죠.아니면 자연적인 새의 노래를 음악으로 모방하는 방법도 있지요.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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