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9일 대림 제2주간 금요일
<그들은 요한의 말도 사람의 아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6-19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16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17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18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19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나는 운동을 잘 하지 못합니다. 특히 유연한 자세를 필요로 하는 운동을 잘하지 못합니다. 테니스나 탁구나 라켓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정말 잘하지 못합니다. 집에는 테니스 라켓이 많이 있지만 몇 번씩 만져봤을 뿐입니다. 젊었을 때 신사는 적어도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가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테니스를 칠 줄 알아야 하고, 셋째는 자동차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테니스만 잘 치면 신사가 되는 줄 알고 열심히 연습도 하고 열심히 따라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 아주 테니스를 잘 치는 친구가 나를 지도하면서 한 마디로 ‘기본 폼(form)이 안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폼이 아주 좋고, 작은 키에도 테니스를 아주 잘 칩니다. 탁구를 해도 내가 당해내지 못하고, 배구를 해도 나보다 훨씬 잘합니다. 그 이유는 기본 폼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엉거주춤한 폼에다가 공이 와도 미리 준비하지 않고, 그냥 서 있으면서 라켓과 팔과 무릎과 모든 신체가 따로 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골프를 하거나 테니스를 하거나 탁구를 하거나 ‘기본 폼을 완전히 바로 잡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충고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울을 보고 스윙을 하거나 라켓을 잡고 휘두르는 것을 살펴보았더니 이건 정말 내가 봐도 못 봐줄 형편인 것입니다. 비록 운동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대패질을 하거나 톱질을 할 때에도, 부엌에서 칼질을 할 때에도, 붓글씨를 쓰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에도, 볼펜으로 글씨를 쓸 때에도 피아노를 치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운전을 하거나 기본 폼과 자세는 아주 중요합니다. 기도를 할 때에도 기본자세는 아주 중요하고,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할 때에도 손짓 하나 말씨며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고, 합장을 하는 하나하나의 기본자세는 아주 중요합니다. 처음에 폼을 잘못 잡아놓으면 영영 고치기가 힘이 듭니다. 그 때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이나 서예가 대가들은 그 자세와 폼을 완전히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붓 천 자루를 모두 닳아 없애고 그의 독특한 추사체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말이 그렇지 붓 천 자루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노력입니다. 나는 잘 쓰는 붓 한 자루를 벌써 10년도 더 쓰고 있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것인지 모릅니다.
잘못되어 있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자세이든 폼이든 바로 잡아야 다음부터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잘못되어 있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다면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잘못된 것은 빨리 고쳐나가야 합니다. 원천적으로 바르게 잡아 나가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정치도 사회나 경제도 모든 것을 원천적으로 바로잡아 나가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을 가리켜 엘리야와 같이 ‘모든 것을 바로 잡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모두 뒤엎고, 삶의 태도를 바꾸어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요한은 분명 선구자(先驅者)입니다. 선구자란 전쟁에서 가장 먼저 말을 몰아 달려 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는 모든 면에서 가장 용감하고,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며, 모험심이 가장 강한 사람입니다. 두려워하는 것이 없고,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 기대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요한은 메시아를 영접하는 선구자로 말을 걷어차면서 용감하게 앞장서 나가는 예언자입니다.
오늘 날에는 요한과 같은 선구자들이 더욱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지금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정신을 차려서 침체되어 있는 생활에서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구자적 사명감으로 하느님의 절대적인 안배하심을 신뢰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로 잡아 가는 일에 선구자로서 살아야 합니다 |